일등병, 셰에라자드
김승일
모두가 눈을 감은 복도 끝까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선서
절대로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소리 내어 울지 않겠습니다
슬픔은 진화해요
슬픔을 받아서 내 정수리에 부어 주기 시작했어요 웃어야 해요
밤마다 나는 셰에라자드
여자가 되기도 했어요 나는
아이가 되기도 했어요 나는
동물이 돼 버린 것을 감사했어요
밟아 죽여도 되는 벌레가 돼 버렸어요
* 최승자.
⚛ 약력
김승일
2007년 계간 《서정시학》 등단. 시집 『프로메테우스』,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 멘토링 시집 『자꾸자꾸 사람이 예뻐져』. 2023년 노작홍사용문학관 상주작가. 각 지역의 학교와 도서관 그리고 동네책방에서 시 낭독회와 시 창작회를 통해 학교폭력 예방·근절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