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채상병 특검법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하여 국회로 되돌아온 재의결 표결이 찬성 179,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부결되었다. 21대 국회는 채상병 특검법을 부결시키는 것으로 임기가 종료되고 이제 6월 1일부터 제22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된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채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대로 가면 22대 국회 1호 법안도 대통령의 거부권에 가로막힐 공산이 높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모두 10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헌정 이후 2년 남짓한 기간에 대통령이 10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처음이다. 민주당은 제22대 국회에서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검법이 재발의되고 재석의원 과반수를 넘겨 의결되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대통령 거부권이다. 야권은 국민의힘에서 8표만 이탈하면 재의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볼 만하다고 장담한다. 언제부터 대통령이 거부권에 의지하여 정치하는 나라가 되었는지 착잡하다.
정치권에 대통령 중임제로 개헌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단축하자는 이야기가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무성하다. 제6공화국 헌법이 발효된 지 어느덧 36년 되었다. 6공 헌법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이른바 1로 3김(一盧三金)이 돌아가며 집권할 수 있도록 대통령 임기 5년 단임으로 설계된 헌법이다. 헌법 전문에는 3.1운동과 4.19혁명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명시했다. 헌법을 개정하면 헌법 전문에 5.18 광주항쟁도 포함될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고 1차례 연임할 수 있도록 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다. 문제는 대통령제는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 다수는 여전히 대통령제를 선호한다. 의원내각제를 말하면 먼저 정치 혼란부터 떠올린다. 이는 국민주권에 가장 근접한 대의제(代議制)가 의원내각제라는 것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대통령제는 미국과 정치 후진국에서 대부분 채택하고 있다. 대통령제를 발명한 미국도 이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는 아니다. 그것은 현재 미국의 정치 현실이 증명한다.
민주주의 선진국은 대부분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다. 내각제를 채택하면 잦은 정권교체가 우려된다는 반론이 많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우려에 불과하다. 독일은 정당명부 투표제를 채택하고 의원내각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현임 올라프 연방총리는 독일연방공화국 제9대 총리이다. 제1대 연방총리 콘라드 아데나워(1949.9.15.~1963.10.11.)는 14년을 집권하며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2대 총리와 3대 총리의 임기는 비교적 짧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제4대 빌리 브란트(1969.10.21.~1974.5.7.) 총리부터는 정치가 안정화되면서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독일은 다당제가 이상적으로 제도화된 정치시스템을 갖고 있다. 우리가 참고할 대목으로 이제부터라도 독일식 의원내각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