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_ Requiem
정태욱
마지막 전철
경로석에 고꾸라진
어느 청년의 고단한 젊음.
폭염의 노동에 대한 잠시만의 위안처럼
그 곁 출입문에 나란히 붙어 서서
까르르 허리 꺾어 젖히는
두 처녀의 재잘거림.
누군가가 버린 생수병 속엔
남긴 만큼의 기도가 가늘게 흔들리고
그렇게 혹은 비장, 혹은 유쾌한 사람들이
계절의 막차에 담겨 흐른다.
제각각의 이어폰으로
제각각의 바다에 빠져
'라흐마니노프' Adagio의 위로거나
'베를리오즈' Sanctus의 심벌즈 사이
숨죽인 절규이거나에 출렁이며
혹은 맨 팔뚝의 문신과
보일 듯 말 듯 탱크 톱 요염함이 두루 섞인
이 계절의 폭포도 곧 종점이리니.
붉은 사랑이 재로 남겨질 다음 계절이 오고
폭설에 가려지는 다음 계절도 담장 넘으면
나는 문지방 너머 멀리
아지랑이의 온기를 가물가물 바라보리.
그 거리를 가늠하며
아득한 잠에 들지도 모르리.
1949년 대전生. "청색엽서", "덧붙이지 못한 말" 등의 시집과 "뚜벅뚜벅 시대를 건너" 등 저서가 있다.
"창작세계" 주간. 한국문협, 전원문학, 용인문학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