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내란방탄’ 급급
끓어오른 분노 탈당
윤 대통령·국방부장관 모의 사실에 개탄
탄핵 찬성 12명 의원 색출·출당 주장 한심
나와 같은 심정으로 책임당원들 탈당 행렬
12월3일 영문도 모르고 출동한 중간지휘관
사실상 계엄조치 태업… 반역자 신세 참담
용인신문 | 윤석열 대통령은 직무 정지되었지만 국민의힘 친윤 세력은 한동훈 대표를 축출하고 당권을 장악했다. 그는 여전히 태풍의 눈으로 작용 중이다. 국민의힘 역시 대통령 탄핵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을 결속시켜 탄핵 심판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한편 헌재에서 기각을 끌어내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용인신문은 지난 22대 총선에서 용인을 선거구에서 출마한바 있는 이상철 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을 만나 탈당 배경과 탄핵 정국을 바라보는 입장을 물었다. 그는 지난 16일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에서 최초로 탈당했다. 학군 28기로 임관하여 5사단장, 방첩사령부의 전신인 군사안보지원사령관을 지낸 후 지상작전사령부 참모장을 끝으로 군 생활을 마감하고 정치권에 영입됐다. 군 생활 34년 동안엔 단 한 명의 인명사고가 없었을 만큼 군지휘관으로서 누구보다 철저한 책임감과 투철한 애국심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3성 장군 출신으로 방첩사령관을 지낸바 있는 그에게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 내가 몸담았던 방첩사가 계엄 주도 ‘절망'
3성 장군 출신인 이상철 전 국민의힘 용인을 당협위원장은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순간 지난 9월 5일 자신이 올린 페이스북 글을 떠올렸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김민석·김병주 의원의 비상계엄 의혹 제기를 강력하게 반박한 자신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기 때문이다.
34년간 군생활을 하면서 방첩사령부의 전신인 안보지원사령관에 재직했고, 군의 정치적 중립을 확립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던 경험에 비춰볼 때 그는 “비상계엄은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이다”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의 확신은 채 3개 월도 못된 12월 3일 밤에 산산이 부서졌다.
특히 자신이 한때 몸담았던 방첩사가 비상계엄에 깊숙이 개입하고 선관위를 점령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국방부장관과 모의하여 내란과도 같은 사태를 일으킨 것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더욱이 탄핵에 찬성한 12명의 의원을 색출하여 출당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한 18명의 의원들을 배신자로 몰아붙이는 행태를 보고 국민의힘 탈당을 결심했다. 이런 비상사태는 당론이 아닌 국회의원 개개인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8000여 명이 넘는 책임당원이 탈당했고, 탈당 행렬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위원장은 이들 18명과 탄핵에 찬성한 12명의 국힘 의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난관을 극복하고 보수정당을 지키는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그는 또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국민의힘 주류의 행태에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공언한 대로 법적 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으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은 탄핵이고 법적 책임은 내란죄 피의자로 성실하게 수사받아 자신이 주장하는 내란 의도는 없었다는 것을 법정에서 입증하는 것”이라며 당당하게 수사에 임할 것을 주문했다.
# 영관·위관급 지휘자들, 대통령·김용현에 속았다
3성 장군 출신으로 이번 계엄 사태의 배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비상계엄에 동원된 영관·위관급 지휘자는 대부분 대 테러 작전에 출동되는 줄 알았다"면서 "이들은 대통령과 김용현에게 속은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군 전체를 비상계엄 동조자로 몰아가지 말 것을 간곡히 주문했다.
그는 탈당 입장에서도 “계엄 사태 이후 언론에 나오는 대부분의 군인들은 저와 30여 년간 군 생활을 함께한 전우들이고, (중략) 제가 사령관 시절에 함께 근무했던 사랑하는 부하들이다. 오로지 국가안보만을 위해 헌신했던 전우들이 한순간에 조국의 반역자가 된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저 또한 죄책감을 지울 수가 없다”며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실제 12월 3일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은 중간 지휘자들의 반대로 본회의장에 진입하지 않았고, 일부 출동부대는 의왕 휴계소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으로 계엄에 태업으로 맞섰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계엄사태는 신속하게 국회로 나온 시민과 경찰 봉쇄를 뚫고 본회의장에 입장한 190명의 국회의원들에 의해 좌절됐다. 비상계엄이 실패한 데는 신세대 장병들의 성숙한 의식도 한몫했다. 군이 두 번 다시 정치에 휘둘리지 않도록 불법한 명령에는 거부해도 불이익이 없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이 전 위원장의 입장이다.
#상생과 상식의 정치가 실현되기를…
“12.3 비상계엄이 내란인지 아닌지는 사법기관에서 판명되겠지만 그날의 사태는 평생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참담한 심정을 밝힌 이 전 위원장은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모교인 한양대학교에서 후배를 가르치며 민주주의 제도를 지키기 위한 군인의 역할과 임무에 대한 강연 활동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치에 입문해 보니 진영논리만 판을 치고 상식적인 교집합을 이루려는 대화가 없더라”는 말로 긴 여운을 남겼다. 이제라도 그를 통해 우리 사회의 교집합을 도출하는 상생과 상식의 정치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면 무리일까. <김종경 기자>
profile
1967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출생
2001~2003 동국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
1986~1990 한양대학교 경제학 학사
1983~1986 수원 유신고등학교
1980~1983 용인 백암중학교
1974~1980 용인 백봉초등학교
경력사항
2024.07.~ 용인 기흥 미래전략포럼 대표
한양대학교 특임교수
2022.05.~2023.10. 대한민국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참모장
2021.10.~2022.05.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사령관
2019.05.~2021.10. 대한민국 육군 제5보병사단 사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