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없는 맞춤관리 유기견 입양 ‘견생역전’

  • 등록 2025.05.26 09: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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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FOCUS 용인시 동물보호센터

 

 

 

 

 

치료·훈련·미용·입양·상담 등
개체별 체계적인 시스템 갖춰
전국적인 모범 사례 호평 일색
그 뒤엔 직원들의 헌신과 사랑
인력 태부족… 처우 개선 시급

 

용인신문 | 용인시 동물보호센터는 전국 최고 수준의 동물 보호 시스템을 갖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본지는 처인구 삼가동에 위치한 센터를 방문해 운영 현황을 살펴보았다. 유기동물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정착에 기여하고자 한다. ‘용인신문 용인TV’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 유기견 천국… 직원은 열악한 근무조건

용인경전철 기지창 우측 야산 중턱에 자리한 센터에 들어서자, 개장에 있는 유기견들이 방문객을 경계하듯 짖어댔다. 텁텁한 공기 속엔 동물 특유의 냄새가 섞여 있었고, 관리사 복장의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용인시 동물보호센터는 전국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다. 송석윤 동물보호팀장은 “안락사 없는 정책과 개체별 맞춤형 관리 시스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치료, 훈련, 미용, 입양 상담 등 체계적인 절차를 통해 유기견 입양률을 높이려는 노력의 결실인 셈이다. 특히 전국 최초로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선언하고, 걸그룹 에이핑크의 윤보미 씨를 입양 홍보대사로 위촉한 점도 눈에 띈다.

 

송 팀장은 “동물보호단체와의 긴밀한 협력 덕에 높은 기증률을 유지 중이며, 이는 센터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전국 최초로 시행 중인 ‘찾아가는 입양 시스템’은 거동이 불편한 시민들에게 직접 입양 기회를 제공하며 입양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기견 유입 수는 상당하다. 연간 구조되는 개는 약 700마리에 달한다. 송 팀장은 용인의 도농복합적 특성상, 농촌 지역의 미흡한 반려동물 관리와 도시 지역의 유기 행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주인 반환율은 25%에 불과하고, 기증과 입양을 합쳐도 6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센터는 이에 대응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와의 협력으로 국내 및 해외 입양을 추진하고 있으며, 매일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도 부족한 인력을 보완하는 데 큰 힘이 된다.

 

하지만 센터 운영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송 팀장은 “안락사 없는 정책을 유지하면서 생긴 공간 부족과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또한 다양한 직종의 직원들이 함께 일하는 구조 속에서 인력 관리가 쉽지 않으며, 동물 냄새와 소음 등 근무 환경도 열악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말 근무는 돌아가며 진행되지만, 많은 개체 수를 감당하기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자원봉사자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의 고충에 비해 처우가 미흡한 것이 가장 안타깝다”며, 행정안전부에 특수업무수당 지급을 요청했지만 아직 승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김진영 동물병원 원장 ‘생명 지킴이’

센터의 유기동물 건강을 책임지는 동물병원 김진영 원장은 하루에도 여러 마리의 유기견이 들어오며, 대부분 질병이나 상처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노령견이나 품종견 중에는 유전적 문제로 질병이 있는 경우가 많아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200마리 규모로 설계된 곳이 이미 포화 상태”라고 지적하며, “전담 인력이 저와 간호사 한 명뿐”이라며 심각한 인력난을 호소했다. 일반 병원처럼 세밀한 치료는 어렵고, 치명적인 상황만 우선 치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전염병이다.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없어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염병 확산 시 다수의 개들이 죽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응급 상황 발생 시에는 주말에 근무하지 않기 때문에 구별로 지정된 협력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월요일에 복귀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법적으로 보호 기간은 10~20일이지만, 현실적으로는 3년 이상 보호하는 경우도 있어 센터의 부담은 가중된다. 김 원장은 안락사에 대해 “인도적 처리라는 표현을 쓴다”며 수의사로서의 고뇌를 내비쳤다.

 

# 입양 신중한 결정·전방위 지원

입양 절차를 담당하는 김송미 주무관은 “센터 홈페이지 및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을 통해 정보를 공개하고, 입양 희망자와의 상담을 거쳐 신중히 결정한다”고 밝혔다. 입양 후에는 입양비 지원, 반려동물 보험 연계 등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되어 있다.

 

연간 약 200마리의 유기견이 새로운 가족을 만나지만, 여전히 많은 개들이 보호 중이다. 김 주무관은 “입양을 희망하시면 센터로 전화(031-6193-3463) 주시면 상세히 안내드린다”며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최근 어미개와 새끼를 합하여 일곱 마리가 함께 입양되고 입양 가족들이 정기 모임을 갖는 사례를 전하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시민들의 동참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용인시 동물보호센터는 전국적인 모범 사례이자, 유기 동물 문제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헌신적인 직원들의 노력과 다양한 시스템 구축에도 불구하고 매년 많은 유기견들이 발생하며, 입양만으로는 이를 모두 해소하기 어렵다.

 

유기동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반려동물 소유자의 책임 있는 양육, 동물 등록제 활성화, 사회 전반의 유기 예방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용인시 동물보호센터는 그 고민과 실천의 중심에 서 있다. <김종경 기자>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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