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인간의 정체성 구성 방식은 근본적으로 재편되었다. 특히 소셜 미디어 환경은 현실 세계에서의 자아와 구별되는 디지털 자아를 형성하게 하며, 그 과정에서 ‘좋아요’ 버튼과 같은 상호작용적 장치가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디지털 자아는 단순히 온라인상에서의 표현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인정과 정체성 확인의 주요 통로로 기능한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시물에 부여되는 ‘좋아요’는 단순한 수치적 반응이 아니라, 개인이 타인으로부터 사회적 신뢰와 평가를 받았음을 경험하는 구조적 장치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자신의 감정 상태와 자기효능감을 조절하며, 디지털 자아는 외부의 피드백을 통해 점차 형성되고 강화된다. 특히 청소년과 젊은 성인층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며, 사회적 승인과 소속감을 향한 심리적 욕구가 디지털 상호작용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좋아요’가 제공하는 경험은 보상회로 활성화와 밀접히 연결된다. ‘좋아요’를 받는 순간 뇌의 도파민 분비가 촉진되며, 이는 보상 체계의 활성화를 통해 쾌락 경험을 강화한다. 이와 관련된 연구들은 소셜 미디어 상에서의 상호작용이 음식 섭취, 금전적 보상과 유사한 방식으로 신경보상 체계를 자극함을 보여주며, 과도한 피드백 의존이 중독적 특성을 가지게 됨을 시사한다. 이러한 신경화학적 메커니즘은 단순한 감정적 반응을 넘어, 개인의 행동 양식을 변화시키며, ‘좋아요’를 최대화하려는 전략적 행위로 이어진다. 사용자는 게시물의 콘텐츠, 게시 시간, 이미지와 글의 조합 등 다양한 요소를 조정하며, 타인의 반응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정교한 자기 조절 행동을 수행하게 된다.
사회심리학적 맥락에서 ‘좋아요’는 사회적 증거(social proof)와 소속감 형성의 핵심 지표로 작동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존재이며, 타인의 행동과 평가를 기준으로 자신의 행동과 신념을 점검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특정 게시물이 많은 ‘좋아요’를 획득하면, 이는 타인에게 해당 콘텐츠가 긍정적·가치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신호로 작용하며, 사회적 영향력과 정보 확산의 구조를 형성한다. 이러한 구조는 개인의 자아 평가와 타인 평가를 동시에 강화하는 메커니즘으로, 디지털 자아의 사회적 정체성을 안정시키는 한편, 경쟁적 비교와 평가 불안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내포한다.
디지털 자아와 감정 구조의 상호작용에서 주목할 점은 ‘좋아요’가 단순한 보상 경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는 자아 존중감과 정체성 확인, 사회적 관계망 내 위치 확인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부정적 심리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좋아요’ 수치가 기대보다 낮거나 타인의 평가가 부정적일 경우, 개인은 자아 존중감 저하, 사회적 불안, 심리적 스트레스 증가를 경험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디지털 자아와 현실 자아 간의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다. 청소년기의 경우, 이러한 현상은 정체성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자기 비교와 사회적 평가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회적 차원에서 ‘좋아요’는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콘텐츠 확산과 참여, 영향력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좋아요’는 정보의 확산 속도를 가속화하고, 사회적 운동과 팬덤 문화, 마케팅 전략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특정 게시물이 높은 참여와 ‘좋아요’를 기록하면, 이는 알고리즘에 의해 더 많은 노출을 받게 되며,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증폭시킨다. 정치적 캠페인, 브랜드 마케팅, 사회운동 사례에서 이러한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며, 이는 디지털 자아의 행동이 단순히 개인적 차원을 넘어 집단적·사회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방식임을 보여준다.
결국 ‘좋아요’라는 단순한 상호작용 버튼은 디지털 시대의 감정 구조와 자아 형성, 사회적 관계 형성에 깊이 관여한다. 긍정적 영향은 자아 존중감 강화와 사회적 연결성 증진, 정보 확산 촉진을 통해 나타나지만, 과도한 의존과 비교, 알고리즘적 평가 압력은 심리적 불안과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자아의 건강한 형성과 감정 관리, 그리고 사회적 관계 유지 측면에서 ‘좋아요’의 의미와 기능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자는 ‘좋아요’라는 피드백의 구조적 의미를 성찰하고, 자신의 감정과 자아를 단순한 수치에 종속시키지 않는 균형 감각을 기르는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든 우리는 이제, ‘좋아요’의 달콤함에 매혹되기 이전에 그것이 우리의 뇌와 사회, 정체성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기 주체성을 유지하며 감정을 관리하는 성찰적 태도를 학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