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사업장은 옮기는 대상이 아닙니다

  • 등록 2026.01.26 10: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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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석 (전)용인특례시 처인구청장·(전)용인도시공사 상임고문

 

용인신문 | 요즘 용인특례시 반도체 사업장을 두고 “새만금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사업장은 다른 산업처럼 쉽게 옮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는 단순한 지역 개발 논쟁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을 어떻게 책임 있게 완성할 것인가의 문제다.

 

나는 35년간 행정을 몸담았고, 용인시 처인구청장을 지냈다. 또한 삼성 반도체 사업부지가 포함된 남사읍 창리가 고향인 시민으로서, 이 문제를 방관할수 없어 이 글을 쓴다. 행정 경험자이자 지역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의 논의는 반드시 정책의 관점에서 바로잡힐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반도체 산업은 단순한 지역 개발 사업이 아니다. 국가 산업 경쟁력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인프라이며, 한번 방향이 정해지면 장기적·일관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국가 전략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도체 클러스터의 입지는 감정이나 구호가 아니라, 냉정한 정책 판단과 실행 가능성을 기준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새만금은 분명 국가적으로 중요한 개발 지역이다. 다양한 산업 정책이 검토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산업이 동일한 입지 조건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다른 제조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반도체 산업은 24시간 무중단 전력 공급, 초순수의 안정적 대량 확보, 고도의 안전·환경 관리 체계, 즉각적인 물류 대응, 그리고 대규모 연구개발 인프라와 고급 인재 풀과의 긴밀한 연계를 전제로 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투입된 사업 전체가 흔들릴수 밖에없다

 

국제 사례는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미국은 텍사스 오스틴과 애리조나 피닉스처럼 이미 인프라와 산업 생태계가 축적된 지역을 중심으로 반도체 투자를 확대해 왔다. 대만의 TSMC는 신주와 타이난 과학단지라는 장기간 형성된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세계 경쟁력을 확보했다. 독일 드레스덴 역시 검증된 인프라 위에서 반도체 산업을 성장시켜 왔다. 국가 전략산업을 준비되지 않은 지역으로 이동시킨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현재 새만금이 반도체 산업이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단기간에 충족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는 특정 지역을 평가절하하기 위한 지적이 아니라, 산업 특성과 정책 실행 가능성을 기준으로 한 행정적 판단의 문제다. 행정은 희망이 아니라 실현 가능성을 중심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러한 기준에 따라 이미 국가와 기업이 함께 충분한 검토와 검증을 거쳐 결정된 사안이다. 전력과 용수, 교통망, 수도권 연구개발 인프라와의 연계, 인재 수급 여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된 결과였다. 이제 필요한 것은 방향을 다시 흔드는 논쟁이 아니라, 결정된 정책을 안정적으로 완성해 나가는 일이다.

 

정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신뢰다. 국가가 전략적으로 결정한 사안을 여론이나 정치 환경에 따라 반복적으로 수정한다면, 기업은 장기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고 시민 역시 행정을 신뢰하기 어렵다.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또한 반도체 클러스터는 단순한 산업 시설을 넘어 지역 주민의 삶과도 직결된 문제다. 이미 많은 시민들이 이 결정을 전제로 주거와 교육, 일자리 계획을 세워왔다. 정책은 이러한 사회적 비용과 기대 또한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전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반도체 클러스터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완성하고 국가 전체의 경쟁력으로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집중이다. 반도체 산업은 ‘이전’의 대상이 아니라 ‘완성’의 대상이다.

 

삼성 반도체 클러스터는 전라도 새만금이 아니라, 용인시 처인구에 들어서야 한다. 이는 지역 이기주의의 주장이 아니라, 행정과 산업 정책, 그리고 국가 경쟁력의 관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용인신문 기자 news@yongi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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