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로스’ 이석기 국회의원의 추락

  • 등록 2013.09.09 11: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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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의 세설

일찍이 항우는 일곱 겹의 갑옷을 껴입고 삼백 근의 철퇴를 휘두르며 전쟁에 임 할 때는 언제나 장외투쟁 전술을 쓴다. 그 배후에는 아버지에 버금가는 존재란 뜻을 가진 아보라 불리는 명 참모 범증(기원전 278-204)이 있었다.

범증이 있는 한 항우는 모든 면에서 유방보다 몇수 위다. 항우가 40만 병사로 천하를 호령할 때 유방은 고작 10만 병사였다. 이때 범증은 유방을 쳐야한다고 하지만 거절됐다. 또 한 번은 100명의 기병만 이끌고 홍문연에서 유방을 제거하자고 했지만 항우는 우물쭈물 하다가 기회를 놓친다. 범증은 항우의 종제 항장(項莊)에게 검무를 추다가 유방을 죽이라 명하지만 항백의 방해로 실패한다. 이에 유방은 삼십육계 줄행랑으로 목숨을 건진다. 범증은 유방이 준 옥두(玉斗)를 땅바닥에 패대기치면서 통탄한다.

“아. 어린놈과는 큰일을 도모할 수가 없구나. 항왕의 천하를 빼앗을 자는 반드시 패공이다. 우리는 패공의 포로가 될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유방은 진평의 계책을 받아들여 반간계(反間計)로 항우와 범증을 갈라놓고 항우를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뜨린다.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천하를 덮는 인물 항우는 <우여, 우여, 그대를 어찌 할 것인가?>란 절명시 한수를 남기고 죽는다.

지금 강호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의 뇌관으로 불리는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이 있어 민주당과 김한길 대표는 지난달 그 엄청 뜨거운 여름날 길거리 천막을 치고 장외투쟁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그런데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라는 초대형 사고는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국정원은 이석기 현역의원 내란음모 혐의를 통해 기사회생을 한다.

이 절묘한 시점에 이석기 의원이 한방에 국면을 전환시킨 셈이다. 목에 핏대를 세우며 장외투쟁에 나섰던 민주당과 김한길 대표는 아얏 소리 한번 못하고 새누리당에 질질 끌려가는 모양새다. 그만큼 민주당에는 시대를 읽어낼 줄 아는 안목을 가진 인물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구속 수감 되는 이석기 의원을 보면서 북한 주민도 버린 주체사상에 목매지 말고 가난한 이웃을 위해 전력질주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마치 자신의 날개가 밀랍으로 붙인 깃털인지도 모른 채 태양가까이 올라가다가 밀랍이 녹아떨어져 죽는 아카로스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송우영(한학자)
송우영 기자 yongin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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