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54 |풍선 |김사인

  • 등록 2015.04.06 16: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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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54

풍선

김사인


한번은 터지는 것
터져 넝마 조각이 되는 것
우연한 손톱
우연한 처마 끝
우연한 나뭇가지
조금 이르거나 늦을 뿐
모퉁이는 어디에나 있으므로.

많이 불릴수록 몸은 침에 삭지 무거워지지.
조금 질긴 것도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네.
모퉁이를 피해도 소용없네.
이번엔 조금씩 바람이 새나가지.

어린 풍선들은 모른다
한번 불리기 시작하면 그만둘 수 없다는 걸
뽐내고 싶어지지
더 더 더 더 커지고 싶지.

아차,
한순간 사라지네 허깨비처럼
누더기 살점만 길바닥에 흩어진다네.

어쩔 수 없네 아아,
불리지 않으면 풍선이 아닌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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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 듯 연두인 듯 불러보는 당신입니다. 오늘은 ‘풍선’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시인이 들려주고 있는 것처럼, 모든 풍선은 우연한 이유로 꼭 한 번은 터지게 됩니다. 그 순간이 저마다의 삶의 리듬처럼 “조금 이르거나 늦을 뿐”이지요. 돌고 돌아도 마주치게 되는 모퉁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가하면 어른들이 아무리 알뜰하게 타일러도, “어린 풍성들은 모”릅니다. 아니 알아도 자신의 존재를 “뽐내고 싶어”할 뿐이지요. 나라는 존재가 “더 더 더 더 커”졌으면 하는 마음 때문일까요. 혹은 그럴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일까요. 그러나 기승전결의 구조가 그러하듯 환희는 “한순간 사라지”는 그 무엇.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리지 않으면 풍선이 아닌”것처럼, 봄의 도착과 떠남이 한 순간이라 해도 속수무책입니다. 환희가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는 안내문구가 떠오르지요. 온 몸을 꽃 삼아 피어나는 봄처럼, 당신도 오늘은 활짝.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
이은규시인 기자 yudite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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