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농의 세설>

  • 등록 2016.05.28 16: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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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의 세설>

망자가 산자에게 하는 말


스승 공자에게 제자 자공이 물었다. 선비(士)란 어떤 사람입니까. 당시의 士란 사회지도자를 말한다. 공자는 답한다. 행동을 할 때에 부끄러움이 뭐다는 것쯤은 알고 어느 나라에 사신(使臣)으로 가든 임금의 명을 욕되게 하지 않으면 선비라고 할 수 있지. 쉽게 말해서 평소에는 겸손하게 처신하며 살다가도 나라의 부름을 받아 외교 사신으로 가면 외교 교섭을 훌륭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 그 정도면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스승의 답변이 너무 컸던지 자공은 다시 묻는다. 한 단계 낮춰서 말씀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에 공자는 좀 더 쉽게 풀어 말한다. 부모를 잘 모시고 형제간에 우애가 있다면 훌륭한 인물이지. 그래도 성이 안찼던지 자공이 또 묻는다. 한 단계 더 낮춰서 말씀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한번 입에서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며 한번 시작한 일은 반드시 끝까지 실행하는 사람은 고루한 소인은 되겠지만 그래도 그 다음은 된다.

그렇다면 요즘의 정치가들은 어떻습니까. 이 말은 자공이 예전부터 묻고 싶었던 말이다. 이에 공자는 크게 숨을 한 흡 토하고는 말한다. 저런 것들이 뭐 정치한다고 깝죽대고 지랄이야 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천하의 공자께서 저자거리의 장삼이사들이 하는 말을 어찌 입에 담으랴. 그저 점잖게 왈, 굳이 뭐라 말 할 필요가 있겠는가.(子貢問曰.何如斯可謂之士矣.子曰.行己有恥.使於四方.不辱君命.可謂士矣.曰.敢問其次.曰.宗族稱孝焉.鄉黨稱弟焉.曰.敢問其次.曰.言必信.行必果.硜硜然小人哉.抑亦可以為次矣.曰.今之從政者何如.子曰.噫.斗筲之人.何足算也)<논어자로13-20문장>

그렇다. 성현의 말씀은 새겨들어야 한다. 지금 한국의 정치판이 영락 자공의 물음에 공자의 답변 상황이다. 특히 우리의 5월은 더욱 그렇다. 5·16을 필두로 5·18이 있고, 그리고 5·2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2009.05.23.土.戊辰 음력4.29일)가 있다. 벌써 7년이 흘렀다. 망자는 늘 산자에게 묻는다. 아직도 그렇게 사냐고. 왜 그렇게 살고 있냐고. 대저 귀는 듣는 것을 주관하고 눈은 보는 것을 주관한다. 그러나 나뭇잎 하나가 눈을 가리면 태산이 보이지 않고 두 개의 콩이 귀를 막으면 우레 소리도 들을 수 없다. <夫 耳之主聽 目之主明 一葉蔽目 不見太山 兩豆塞耳 不聞雷霆 초(楚)나라 갈관자가 천칙편에서 한 말이다.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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