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농의 세설

  • 등록 2016.10.17 09:26:06
크게보기

<우농의 세설>

 

천하에 두려워할 바는 오직 백성뿐이다

 

 

천하에 두려워할 바는 오직 백성뿐이다(天下之所可畏者 唯民而已). 백성은 물··범이나 표범보다 더 두렵다(民之可畏 有甚於水火虎豹). 그런데도 윗자리에 있는 자들은 백성들을 업신여겨 부려만 먹는다. 도대체 왜 그런가(在上者 方且狎馴而虐使之 抑獨何哉).

교산 허균의 호민론(豪民論) 첫 구절이다. 그러면서 백성을 세 부류로 나눈다. 항민(恒民), 원민(怨民), 호민(豪民)이다. 항민은 나죽었소 하며 사는 사람이고, 원민은 원망만 하며 사는 사람이고, 호민은 밟으면 밟혀 있다가 언젠가는 삐져나와 덤비는 사람이다.

호민은 때가오면 팔을 걷어 부치고 밭둑에서 한 번 소리를 지르면 원민들은 소리만 듣고도 모이며 모의하지도 않고 함께 소리를 지르며(豪民伺國之釁 覘事機之可乘 奮臂一呼於壟畝之上 則彼怨民者 聞聲而集 不謀而同唱) 항민들 또한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호미 창 등을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彼恒民者 亦求其所以生 不得不鋤耰棘矜往從之 以誅无道也).

고래로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王者以民爲天 民人以食爲天 -司馬遷史記) 그러므로 임금이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獲罪於天 無所禱也 -論語)는 말인 즉슨 백성을 함부로 대하는 임금은 갈아치워야 한다(諸侯危社稷則變置 孟子盡心章句下)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서 본래 나라가 기울거나 백성들의 삶이 핍절해지는 원인은 대부분 군주가 못나서 그런 경우보다는 군주 주변에 있는 버러지보다도 더 못한 소인배들이 뒷배 믿고 날뛰기 때문이다. 물론 옛날 같으면 수양대군의 며느리가 재인용한 맹자구절처럼 소인배를 죽였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임금을 죽였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라며 임금이 악인이면 확 베어버리고 암군이나 혼군 이따위도 아닌 현군을 앉히면 된다.

문제는 민주주의 시대에는 그럴 수 없다는 기막힌 아이러니가 있다. 잘하든 못하든 주구장창 임기 마치는 기간 동안 죽치고 기다려야한다. 이 천지 개명한 시대에 임금 같지 않은 임금을 임금으로 대우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고역인지는 당해본 백성들은 확실히 안다. 자고로 훌륭한 가장은 잘못을 처와 첩과 자식과 노비도 지적할 수 있어야 하며(家長過失 雖妻妾子弟奴僕 皆可規諫 -尹拯.明齋遺稿) 아무리 훌륭한 장수라도 소인배가 안에서 콩 놔라 배 놔라 해대면 밖에서 일을 이룰 수 없다(小人用事於中 而將帥成功於外者 未之有也.洪大容湛軒書).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Copyright @2009 용인신문사 Corp.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용인신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지삼로 590번길(CMC빌딩 307호)
사업자등록번호 : 135-81-21348 | 등록일자 : 1992년 12월 3일
발행인/편집인 : 김종경 | 대표전화 : 031-336-3133 | 팩스 : 031-336-3132
등록번호:경기,아51360 | 등록연월일:2016년 2월 12일 | 제호:용인신문
청소년보호책임자:박기현 | ISSN : 2636-0152
Copyright ⓒ 2009 용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ongin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