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윤석열을 구출?… 한겨울 밤의 망상

  • 등록 2025.01.20 09: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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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칼럼니스트)

 

용인신문 |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이 지난 1월 15일 10시 33분 집행되었다. 공수처로 이송되어 내란죄를 심문하는 검사에게 윤석열은 묵비권으로 일관했다.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은 성명과 주소를 확인하는 본인 인정심문에도 묵비권을 행사했고 조서에 서명 날인도 거부했다. 윤석열은 서울구치소에 입감되었다. 공수처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그는 구속 상태에서 수사받고 검찰로 이송되어 추가 수사 후에 기소된다.

 

윤석열은 헌정사상 초유의 진기록을 숨 가쁘게 갱신했다.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대통령에 당선되어 최단기간 대통령 당선 기록을 세웠다. 재임 중 허구한 날 줄곧 술을 즐겼다는 말이 흘러나왔고 급기야 권력 서열 1위는 부인 김건희 씨라는 소문도 널리 퍼졌다. 대통령 부인이 사실상 최고 권력자였다는 것 역시 신기록이다. 그는 격노 잘하기로 유명했고, 덕분에 주변에는 예스맨만 남았다. 윤석열은 다변가로도 기록을 세웠다. 한 시간 대화하면 59분을 혼자 말한다는 소문이 용산과 국민의힘 주변에 계속 떠돌아다녔다.

 

윤석열이 체포되어 수사를 받으며 10시간 30분간 묵비권을 행사했다는 보도에 “얼마나 말하고 싶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윤석열은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트루먼 대통령의 경구를 집무실 책상에 놓고 폼을 잡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책임을 부하에게 전가하는 비겁한 사람이었다는 것이 12‧3 비상계엄으로 백일하에 드러났다.

 

정치인에게 어느 정도의 거짓말은 필수적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윤석열의 거짓말은 역대 대통령 중 단연 최고였다. 그는 계엄 해제 후에 전 국민이 생방송으로 지켜본 무장 군인의 국회 난입과 경찰의 국회 봉쇄를 전면 부인했다. 그의 거짓말 대잔치는 끝날 줄 모르고 체포영장이 집행되기 전까지 계속되었고, 이제는 변호인을 통해 생방송으로 전달되고 있다. 헌재 심판에서 피청구인 윤석열의 변호인들은 계엄 포고령이 헌법 위반이라는 주심의 지적에 “김용현이 과거의 포고령을 잘못 베껴왔기 때문이다”고 주장하여 재판부의 실소를 자아냈다.

 

형사 재판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12‧3 비상계엄도 김용현이 시켜서 했다’고 우길지도 모른다는 웃픈 생각이 들 정도다. 윤석열이 당당했다면 내란이 실패하고 바로 사퇴했어야 했다. 조갑제 씨의 말대로 비상계엄을 하려면 목숨을 걸든지 최소한 대통령 직책이라도 걸었어야 했다. 윤석열은 끝까지 비겁했고 책임을 부하에게 떠넘겼다. 반란의 실무 핵심인 특전사령관·수방사령관·방첩사령관이 실토한 당일의 행위에 대해서도 “나는 그런 명령을 내린 적 없다”고 부인으로 일관했다. 정상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라면 “모든 명령은 내가 내렸으니 나에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했을 것이다.

 

윤석열은 비상계엄은 야당에게 경고하기 위한 것이었고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낸 것은 부정선거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면서 극우 유튜버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극우 유튜버는 탄핵 반대와 부정선거를 내세워 태극기부대를 선동하고 있다. 보수 언론인 정규재 씨는 오죽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헌재에서 파면되면 부정선거 교주에 취임하라”고 비꼰다. 윤석열은 체포영장이 집행되던 날 관저에 찾아온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레거시 미디어를 보지말고 유튜브 방송을 봐라”고 했다고 한다.

 

기막혀 할 말을 잊을 지경이다. 윤석열은 체포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을 믿을 수 없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현직 대통령의 신분으로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부정하고 사법기관이 불법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강변해온 윤석열의 헌법과 법률 위반은 이제 심판만을 남겨두고 있다. 성조기를 들고 탄핵 반대 집회에 나서는 태극기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0일 취임하면 윤석열 대통령을 구해줄 것이다’ 굳게 믿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가 아니라 하느님이라 해도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구해줄 방법은 없다. 태극기부대는 헛된 망상에서 벗어나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때다.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트럼프의 기적은 한겨울 밤의 미몽(迷夢)일 뿐이다.

용인신문 기자 news@yongi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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