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방어’

  • 등록 2025.10.13 10: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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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 한국과 미국의 재무 당국이 5개월간의 협상 끝에 환율 정책에 대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10월 1일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성이 공동 발표한 ‘한미 환율 정책 합의문’에 따르면, 양국은 “국제통화기금(IMF) 협정문에 따라 효과적인 국제 수지 조정을 저해하거나 부당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조작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금융위기처럼 단기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는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 원리에 맡긴다는 뜻이다.

 

한미 양국은 외환시장 상황과 안정을 점검하고 상호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분기별로 공개하는 시장 안정 조치 내역을 월별 단위로 미국 재무성이에 비공개를 전제로 공유하기로 했다. 미국은 연간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국을 대상으로 환율 조작 여부를 살펴보는 감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10월 1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04원대다. 이런 수치는 한국 원화가 달러에 비해 현저한 약세를 보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달러 약세 유지 정책을 펴고 있다.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는 추세임에도 환율이 달러당 1400원을 상회하는 것은 우리 금융당국에는 심각한 부담이다. 원화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면 금융당국은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를 매도해야 한다. 자칫 1500원대에 진입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만약 우리 당국이 원화의 급격한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할 경우, 미국 재무성은 이를 ‘환율 조작’의 빌미로 삼아 오히려 과도한 원화 절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컨대 달러당 1000원 선을 유지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85년 미국은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일본, 서독, 영국 등 G5 재무장관 회의를 열어 일본에 엔화의 대폭적인 평가 절상을 요구했다. 이것이 바로 ‘플라자 합의’다. 일본은 미국의 압력으로 엔화 가치를 거의 두 배로 절상해야 했고, 이로 인해 일본의 대미 수출에는 급제동이 걸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본은 미국 부동산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이는 일본 내 자산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버블 경제’의 시작이다.

 

10월 1일 발표된 환율협상 합의문을 보면서 1985년 플라자 합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기획재정부는 미국의 의도를 예의주시하며 원화 가치가 더는 떨어지지 않도록 방어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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