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익은 여인의 향 꽃 향기에 흠뻑 젖어

  • 등록 2006.11.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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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영의 들꽃 이야기 / 감국

   
 
글.박시영(사단법인 한국들꽃문화원 원장)

우주의 원초적인 본능의 향
가을국화 감국은 ‘농익은 여인의 숨결’입니다.
가을의 들국화는 사람의 마음을 산산이 흐뜨려 놓고 맙니다. ‘농익은 여인의 향’은 감국의 향기를 맡아보지 않고는 감히 논할 수 없다 생각합니다. 모든 자연의 한해를 마감하는 끄트머리에서 뿜어 나오는 진득한 열정의 향, 바로 감국의 향이라 생각합니다.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여인의 진한 향, 이것이 바로 우주의 원초적인 본능의 향이며, 이를 애써 닮으려하는 감국이 존재의 이유라 생각 듭니다. 벌, 나비 외 곤충들의 참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마저 꽃의 향기 속에 흠뻑 취해 못 견디도록 해 놓고는 즐거워하는 가을의 화신 들국화 감국.

해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하는 오늘 서향을 바라보는 산자락 끄트머리에 가시면 분명 엄살쟁이 여인, 감국을 만나실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 엄살을 부리느라 땅에 주저앉아 있거나 서로 등을 기대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꽃만큼은 강한 흡입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꽃 속 깊은 곳으로 빠뜨리고 짓궂게 입을 벌려 웃고 있지요. 그 강하게 몰려오는 우주의 향. 응석처럼 바람결에 한 움큼 토악질 해내는 여인의 진한 숨의 향. 이 놓칠 수 없는 향을 담을 때까지 담아도 넘치지 않는 자연의 숨소리를 이 가을에 가슴속 잔뜩 담아두세요. 가슴속 터지도록요. 몸속 깊이 자연을 저장해 두세요. 짐짓 한 일년은 몸에 배어있을 참이니까요. 야생화의 매력이지요.

약용으로 으뜸인 감국
감국, 야국, 들국화, 가을국화, 황국 등으로 불리지요. 황금의 꽃이라 하기도 하구요. 맛이 단 감국은 국화 중에서도 약용으로 으뜸이지요. 감국은 여러해살이 풀로서 연약한 줄기에 검붉은 색이 있으며 키는 보통 2자정도 혹은 3자까지 올라오는 것이 있는데 줄기가 약해 혼자 버티고 있는 것이 드뭅니다. 감국화는 산국화와 비슷하나 잎과 꽃이 크지요. 가냘프면서도 허연 서리를 뒤집어 쓰고 있을 때까지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강한 모습이 들국화의 본래 모습이지요. 가지 줄기 끝에 아주 자잘하니 많은 꽃모듬을 이고 생기발랄하게 서 있으면서, 이 계절의 마무리를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려 하죠.

감국, 황국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용도가 있습니다. 봄철 어린잎을 나물로 해 드시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것이고, 가을철에 꽃잎으로 국화주를 담그는 것도 이젠 상식이 됐죠. 국화하면 국화주를 먼저 연상하게 되어 있지요. 방금 따가지고 온 꽃잎을 하루정도 그늘에 두었다가 소주에 담가 드시는데 급하면 한달, 그 이상 한 육 개월 쯤 두셨다가 건더기는 건져낸 다음 다시 원액을 장기간 숙성 보관하여 드시면 그 자리가 그리 좋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 앉은 자리에서 인생이 나오고 삶의 의미가 나오고 자연을 논하고 벗이 나오고 끝내는 사랑은 아름다워라가 나오고.

우리는 이 술의 이름을 연명주라 하는데 그 의미는 생명을 연명해 준다는 뜻이 있고, 이 술을 양기가 부족한 겨울철에 한잔씩 드시면 액땜을 막아준다는 주술적 의미도 있다 합니다.

술에서 차(茶)까지 다양한 쓸모
봄에 어린 잎을 따서 생나물로 무쳐 드시는데 어린잎을 가져와 데친 후 한동안 물에 담가 우려낸 뒤 무쳐 드시거나, 볶음으로 조리하시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해 드실 수 있습니다. 초가을의 계절에는 연한 잎사귀를 골라 따다가 전을 부치셔도 좋구요. 꽃살잎을 모아 잘 말려두세요. 쓸모가 너무 많으실 것입니다. 잘 말려둔 꽃살을 그냥 베개 속에 넣고 잠을 청해 보세요.

자연의 숨소리에 귀가 간질간질 할 것입니다. 여인의 가슴으로 잠을 청해 주지요. 그 간질간질한 여인의 숨소리를 반닫이 문 창가에 아예 매달아 놓으시는 것은 또 어떠신지요. 예전 어머니께서는 물이 한참 오른 싱싱한 국화 꽃잎을 따다가 창살 사이사이, 혹은 창문 창호지위에 이 예쁜 꽃으로 꽃을 그려 놓아 이듬해까지 꽃을 보도록 하였습니다. 굳이 약재다, 한방이다, 건강식품이다, 민간요법이다 하는 것을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의 곁에 우리의 야생초가 있으니 한번 활용하는 생각으로 접해보시기 바래요.

다음엔 말린 꽃잎을 곱게 가루로 내어 곁에 두시고 활용하시면 두루 이용될 것입니다. 말린 꽃잎을 달여서 먹기도 하는데 이 또한 우리의 지친 몸을 올바르게 잡아 주지요. 곱게 가루 낸 것을 환을 지어놓고 복용해 보셔도 그 효능에 감탄 하실 것이고, 그냥 가루를 가끔 꿀에 타서 드셔도 아주 좋은 차가 될 것입니다. 지금 이시기에 생기발랄하고 웃음꽃이 많이 담긴 꽃잎을 모아서 소금을 약간 넣고 숨을 죽일 정도로만 데쳐서 꺼내어 찬물로 헹군 후 그늘에 잘 말려 두었다가 귀한 손님오시거나 자연의 향취가 생각날 때 다시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면 이것이 황국차가 되는 것입니다. 아주 소중한 자연의 선물이지요.

소중한 자연의 선물 감국
요즘엔 잘 말린 것을 병에 넣어 냉동실에 넣었다가 차로 훑어 먹으니 이 또한 진한 향이 사람의 마음을 뒤집어 놓습니다. 입안 가득한 자연의 향이 얼마나 좋은지, 참 좋아요. 좋구 말구요. 한번쯤 말리지 않은 꽃잎을 샐러드에 묻혀 드셔 보시기도 해보세요. 눈과 입과 귀가 좋아할 겁니다. 특히 혀가 입술 사이를 오가며 좋아 할 것은 당연 한 일, 향도 씹어 목안 깊숙이 넣으며 좋아라 하지요.

예로부터 국화차를 마시면 불로장수한다고 전해 오고 있습니다.
눈을 밝게 하며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두통 뇌질환에 좋은 산국화. 특히 눈을 밝게 하고 머리를 좋게 하며, 신경통, 두통, 기침에 효과가 있다 하였구요. 해독, 해열 작용이 있어 몸속의 나쁜 기운을 몰아 내주는 성숙한 여인의 손길 같은 효능이 있으므로 감국의 진가를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이른 봄 대지위에 양기 받아 올라오는 움(새싹)을 받아다가 겨울철 소진했던 양기를 채우고, 여름철 싱싱한 잎사귀를 잘 달래어 먹고, 가을에는 황금의 꽃을 내 몸에 저장하고, 겨울에는 뿌래기째 모셔다가 내 필요한 곳에 따라 입에 넣으니 우리는 귀중한 자연을 귀중히 모시며 야생초를 음미해야 하겠습니다.

향이 짙어 집가의 자투리땅에라도 몇 개 심어 놓으면, 감국은 저절로 이 계절의 약속을 지킬 것입니다. 감국이 지킬 약속을 생각하면서.
용인신문 기자 webmaster@yong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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