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어느 멋진날에 멋진 그를 만나다

  • 등록 2006.11.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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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성악가 김 동 규
웃음을 좋아하는 그…생(生)에 대한 깊이가 자연스럽게 녹아

   
 
바리톤 김동규를 아시나요. 매력적인 콧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국민 성악가 김동규. 그는 ‘콧수염 바리톤’이라는 애칭이 더 잘 어울리는 한국이 낳은 세계 정상의 바리톤이다.

그는 1991년 베르디 국제 콩쿨에서 1위를 한 뒤 모든 성악인들이 동경하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오페라극장 오디션에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통과했고, 그 후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꿈의 바리톤’으로 불리며 화려한 활약을 펼쳐왔다.

그러나 그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크로스오버 무대에 자주 오르면서 이제는 대중과 아주 친숙한 사이가 됐다. 유명한 성악가에게서 느끼는 거리감 혹은 불편함이 김동규에게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음악으로서 뿐만 아니라 대화의 상대로서도 편하다. 상대를 지극히 편안하게 배려해주는 격의 없는 대화, 편안한 웃음에는 사람을 좋아하는 그의 타고난 성격과 생에 대한 관조, 깊이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만남
김동규를 만나기 위해 논현동 자택을 방문했을 때 그는 모터싸이클을 타고 등장했다.
점퍼에 가죽 부츠를 신고 머리카락을 날리며 유쾌하게 달려온 그는 “교통체증이 심해서 출퇴근할 때 오토바이를 탄다”고 말한다.

김동규 답다. 그런 멋과 여유 때문에 그는 대중의 눈높이를 고려한 음악으로 대중과 클래식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자처할 수 있던 게 아닐까. 그래서 그는 문외한인 이들에게까지 클래식을 사랑하게 하고, 클래식의 멋을 알게 해주는 게 분명하다.

그는 라디오 생방송이 끝나자마자 바람처럼 달려왔다.
CBS 음악 FM(93.9MHz) ‘김동규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매일 오전9시~11시) 진행을 맡고 있는 그는 방송을 마친 후 점심 식사도 거른 채 한달음에 달려왔다.

“점심을 거르기 일쑤죠. 이제는 점심 거르는 데 익숙해져서 전혀 배고프지 않아요. 밥 먹는 것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요.”

그의 인생에서 밥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무엇이기에 밥을 밥먹 듯 거르는 것일까.

#열정
방송하랴 빽빽하게 짜여있는 공연 스케줄을 소화하랴 피곤과 졸음이 가득한 얼굴에 눈꺼풀이 자꾸 가라앉는 게 말을 걸기가 안쓰러울 정도지만 그는 꼿꼿하게 앉아서 포즈를 취해주고 대화를 나눈다. 그런 그를 보며 역시 김동규는 프로라는 생각을 갖는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힘들어도 뭐든지 소홀히 하고 싶지 않습니다. 최고로 하고 싶죠.”

세계 정상의 자리에 서고, 또 그것을 지켜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철저한 자기 절제와 통제, 스스로를 이겨내는 힘, 심지어 원초적 욕구인 먹는 것조차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보며 그의 프로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부산 대구 광주 제주 같은 지방 공연이 있으면 새벽 2, 3시나 돼야 집에 돌아와요. 하루 서너시간 잘 때가 많죠. 12시 이전에는 잠자리에 들어본 적이 없어요.”

서너 시간 자고 7시면 집을 나서 목동 CBS로 향해 방송 준비를 한다. 방송이 끝나면 1시까지 대본과 선곡 등 다음날 있을 방송 준비를 한다. 적어도 50% 정도는 그의 의견이 반영된다. 그런 후 리허설과 공연.

특히 2시간 동안 진행되는 라디오 방송은 생방송이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정시에 출근하는 매인 몸이 됐다.
“같은 시간에 같은 곳으로 출근하는 직장생활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에게 속박은 즐거움이다. 아니 그보다는 음악을 통해 대중과 만난다는 것이 그의 인생에서 큰 즐거움이고 신나는 일이다.

방송도 예술이라고 여기는 김동규는 음악에 담는 열정을 방송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방송인이란 게 특정인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방송인은 방송에 잘 맞게 연구해, 보고 듣는 사람들이 잘 한다는 느낌 받을 때까지 노력하는 사람이지요.”

지난 5월 1일 봄 프로 개편 때부터 김동규가 진행을 맡고 있는 ‘아름다운 당신에게’는 김동규의 넉넉한 진행으로 음악이 베푸는 삶의 깊이와 여유를 담아내면서 인기가 높다.

클래식을 중심으로 팝, 월드뮤직,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들려준다.

“처음에 DJ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내가 아는 음악적인 지식, 혹은 공부한 모든 것을 종합해서 청취자에게 들려주려고 싶었습니다. 방송은 재미있어야 하고 어렵지 않아야한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편하고 친근감이 느껴지는 방송을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방송의 매력을 일방통행이라고 설명하는 김동규.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들을지 모르는 가운데 방송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우회
오후에는 공연 리허설, 이어 저녁에는 공연, 공연이 없는 날은 밀려있던 개인적인 약속이나 리허설 프로젝트 회의를 해야 한다.

“그렇게 시간이 빨리 갈 수가 없어요. 내 느낌에 지금 2001년 혹은 2002년쯤 된 것 같은데, 시간이 하도 빨리 가서 놀라고 맙니다. 중요한 건 나이를 조금씩 먹는다는 것인데, 시간가는 줄 모르다가 어느 한순간 뒤돌아 볼 때 그 많은 일을 했구나, 자부심도 생길 겁니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앞만 보고 달리는 김동규도 시간 앞에서는 무력해 지는 동질감이 느껴진다. 그러기 때문에 그는 더욱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지도 모른다. 모든 위대한 사람들이 그러하듯. 그래서 그들은 생에 깊은 족적을 남기는 것이란 생각이다.

언뜻 보면 음악을 중심으로 한 다람쥐 쳇바퀴가 도는, 그래서 한눈에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인생 같지만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고독함, 자기와의 피나는 싸움, 그런데서 비롯되는 생의 깊고 넓은 사유를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 김동규에게 ‘우회’는 꼭 필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김동규에게서 우회는 열정의 재충전이다. 그에게서 우회는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는, 그래서 영혼을 울리는 음악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다.
2001년 제작한 그의 2집 앨범 ‘우회’(Detour).

“세상에는 좋은 음악이 너무 많이 존재합니다. 장르 때문에 선을 그어가고 싶지 않아요. 때론 질타를 받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가 하고 있는 클래식에 대한 진지함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다는 사실입니다. 파바로티나 도밍고도 다 하는 일이지요.”

우회에 수록된 시크릿 가든의 곡을 편곡한 ‘10월의 어느 멋진날에’는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한층 감미롭고 가슴 저린 음악이 될 것만 같다.

#무대
김동규에게 무대는 항상 부담스럽다. 정상의 성악가가 되기까지 그가 기울였던 피나는 노력 이상의 노력이 정상을 지키는 김동규에게 필요한 것이다.

“수십번 수백번의 연주가 매번 같지 않으니 항상 곡을 외우고 공부해야 합니다. 제 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중 가운데 개인 리허설이 가장 많지요. 부분 부분 갈고 닦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대에 오르면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자연스러움을 음악의 철칙 가운데 하나로 삼는 그는 객석의 관중을 편안함으로 사로잡는다.

오페라 무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와 열정, 그리고 크로스오버 무대에서 번져 나오는 감미롭고 로맨틱한 열정. 무대에 오르기 전에 철저하게 준비에 준비를 거듭하고, 무대에 서서는 자연스러운 마력으로 관중을 사로잡는 그를 누구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2월 리틀엔젤스예술회관에서 공연된 일본 뉴에이지 뮤직의 마돈나 ‘유리코 나카무라의 피아노와 국내 정상의 바리톤 김동규의 크로스오버 음악회’에서 보여준 김동규의 자연스러운 진행과 연주가 잔잔하게 떠오른다.

그는 찬사를 받은 10곡을 중심으로 스튜디오 라이브 형태로 녹음된 3집 앨범 「My Favorits」를 냈다.

“내게서 음악은 인생이고 전부입니다. 내가 살아있는 자체가 음악이지요. 그래서 내 음악도 살아 있습니다.”
박숙현 기자 europa@yong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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