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봉사 3만시간 …기네스 도전

  • 등록 2006.12.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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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통역자원봉사자인 이해영(59)

최초 통역분야 도지사상…외국인학교,카투사 등 영어인생

   
 
하루는 24시간, 한달을 30일로 계산하면 720시간, 일년은 총 8760시간이다.

여기서 만약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3만시간이 되려면 3년하고도 155일, 날수로만 따지면 총 1250일이 지나야 한다.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에는 통역봉사만으로 3만시간을 채워 세계를 놀라게 한 화제의 주인공이 있다.
바로 한국최장시간통역자원봉사자인 이해영(59) 씨.

그는 “3살 때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이태원에서 외국인들을 보아오며 영어를 배우게 된 것 같다”며 농담 섞인 말을 시작했다.

이어서 이 씨는 외국인학교시절의 사진을 꺼내 보이며 “어린시절 아버지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외국인학교를 다니며 영어를 배우고 한국에 돌아와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어린시절 배웠던 영어실력으로 카투사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생활했다”고 말했다.

이후 1974년 외국인학교 동기들의 초청으로 미국에 갔다가 본격적인 통역봉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해영씨.
그는 “당시 LA시 공무원들과 교민들 사이에 업무협의가 자주 벌어졌는데 서로 간에 대화가 원할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영어회화에 서툰 한인회 간부들을 돕기 위해 통역봉사를 시작하고 그 뒤 가슴속에 막혀 있던 무언가가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첫 통역 봉사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렇게 통역봉사를 시작하고부터 이해영 씨는 미국의 20주 중 안 가본 곳이 없다고 한다.

점점 통역봉사에 재미와 즐거움을 느낀 이 씨는 자신의 본업보다 통역봉사를 더욱 관심을 보이며 지난 1987년 ‘88서울올림픽이 열리면 서울에서 통역봉사를 해야겠다’는 한 가지의 이유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이 원하던 통역봉사를 하고야 말았다.

더욱이 그 뒤에도 2002년 월드컵을 비롯해 세계태권도대회, 세계도자기대회, 대전엑스포 등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 규모의 축제에는 빠짐없이 참석해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 손님들에게 정확하게 한국을 소개하고, 동시에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삶의 즐거움을 얻었다.

이처럼 굵직한 행사에서 언제나 감초역을 맡아온 이 씨는 지난 2005년 성남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선수로 참가한 레바논 ‘에밀 라후드’ 대통령의 딸 ‘커리네 머’양의 통역봉사를 맡아 일주일간 그녀와 함께 생활한 적도 있다.

이 씨는 “‘커리네 머’ 양이 참가했던 태권도대회에서 선수들의 소지품을 훔치는 도둑을 잡게 된 적이 있다”며 “이날 그 도둑 덕분에 성남남부경찰서에서 금일봉 10만원도 받게 돼 그날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동안의 통역봉사로 이름을 떨친 그는 지난 2002년 청와대로부터 자원봉사를 부탁하는 서신을 비롯해 대통령으로부터 월드컵기장을 수여받고 경기도에서는 최초로 통역분야 도지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아마도 통역분야에서 도지사상을 받는 것은 내가 최초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지난 1974년부터 2005년까지의 통역봉사한 3만시간을 한국기록원에서 인증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이 기록을 기네스북에 등재해 경기도를 세계인들에게 ‘자원봉사의 도시’로 기억되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자신의 기록으로 자원봉사자들의 사기를 올리고 더욱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이해영 씨.

이 씨는 “처음 봉사를 시작하고 5년이 지나자 일이 몸에 배었고 10여년이 지난 후부터 이일을 하지 않으면 화병이 나서 견딜 수가 없다”며 “지금까지 내가 했던 일을 돌아보면 반쯤은 미쳐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매일 2~3시간 밖에 잠을 못 이루며 다른 지역으로 통역봉사를 떠나기 위해 새벽 첫차를 기다리지만 그의 삶속에 이보다 더 즐거움을 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자신의 기록이 기네스북에 오를 그 날만 기다리는 이혜영 씨. 자신이 살아가면서 이 씨와 같이 값진 것을 얻을 수 있다면 반쯤 미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박홍섭 기자 park790425@yong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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