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고 수줍은 선율의 마법사

  • 등록 2007.01.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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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도전…예술을 경영에 접목

   
 
# 바쁠수록 힘이 솟는다
국내 최고의 마에스트로 금난새. 확실하게 세월이 비껴간다. 아니 너무 부지런한 그를 시간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다. 항상 그 모습 그대로다.

늘 아이 같은 해맑은 웃음과 약간은 수줍어하는 모습. 금난새의 트레이드 마크다.
“나이에 비해 젊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들 해요. 그런데 잘 모르겠어요. 아마 새로운 것에 대해 늘 도전하고, 도전하는 가운데 닥치는 어려움에 휩쓸리지 않는, 긍정적으로 생각을 돌리는 습관 때문이 아닐까 해요.”

고민 하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금난새는 도전하다 보면 어려움이 다가오지만 그럴수록 잘해야겠다는 마음가짐과 결심으로 고민을 없앤다고 말한다. 그게 젊게 보이는 원인 같다며.

대화에서 느껴지는 열정과 정성스러움, 도전정신은 예술을 경영에 접목시키는 데 성공한 벤처 지휘자, 성공한 CEO라는 명성을 실감나게 한다.
유라시안 필에 이어 지난해 9월부터 경기필하모닉의 예술 감독을 맡으며 양대 포스트를 지니게 된 지휘자 금난새.

20일 금난새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문화의 전당 사무실을 찾았다.
등산이니 골프니 하는 여가를 애초부터 허락하지 않은 채 늘 머릿속에 아이디어, 프로젝트 등 새로운 도전거리를 꽉 채우고 살아가는 금난새를 만난다는 것이 자칫 그의 금쪽같은 시간을 뺏는 것만 같아 미안할 정도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로 통하는 금난새. 그는 지난 연말 한달에 12, 13회의 지휘 무대와 너 댓 차례의 강연을 소화해 냈다.
주변에서는 금난새의 행군을 가히 살인적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뿐만 아니라 그는 경희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울산대, 서울예고, 덕원예고 등에서도 오케스트라를 지도하고 있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체력적 한계에 부딪힐 법한 과도한 스케줄.
그러나 금난새에게서는 에너지가 솟구치는 듯 하다. 하면 할수록 새로운 힘이 솟아나고 추진력에 가속이 붙는, 세월의 나이가 거꾸로 돌아가는 예술가.
어찌 보면 일만 하려고 태어난 사람 같기도 하다.

지휘하랴, 가르치랴, CEO 하랴. 이제는 성공 CEO 강연까지. 언 듯 들으면 분야가 달라 보이는 듯해도 금난새의 모든 노력은 예술에서 시작해 예술로 귀결된다.
#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맡다
지난 90년대에 고사 직전의 수원시향을 맡아 일으켜 세우고 떠난 금난새는 10여년 만에 다시 수원을 찾았다.

경기필하모닉의 예술감독겸 상임지휘자를 맡기 위해서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충무아트 홀 내에 있는 유라시안 필 사무실로 금난새를 만나러 갔다. 유라시안 연주에 감동한 김 지사가 경기필을 맡아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다.

금난새는 처음에 바빠서 못한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대화를 나누면서 김 지사가 과거 단체장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김 지사는 경기도만 고집하지 않았다. 필요하면 전국, 아니 세계 무대 어디라도 가라고 말했다. 또 금난새가 이끌고 있는 유라시안도 계속하라고 했다. 필요하면 연봉도 도지사보다 더 줄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정치가 변하고 있구나. 리더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기뻤습니다. 그래서 OK 했습니다.”

# 주는 돈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지금 금난새는 침체돼 있는 경기필하모닉을 어떻게 하면 변화시킬 수 있을까, 동시에 어떻게 하면 경기 지역의 소외 장소에 문화를 공급 해 줄 수 있을까 골몰해 하고 있다.

“변화도 있을 테고 어려움도 있을 테지만 경기 필을 통해 우리나라 예술 단체가 애원하는 단체가 아니라 필요한 단체로 인식되게 하고 싶어요.”
“세계적 기업이 생기고 경제가 커지기 시작하지만 수많은 회사가 다 세계적이지는 않아요. 차이가 크지요. 세계 정복을 위해 기업인은 큰 노력을 하는 데 우리도 노력해야 해요. 제도권 하에서 주는 돈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보호받는 단체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야 해요.”
“기업가가 물건을 주문 받았다고 해요. 제 생각은 샘플보다 더 잘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술도 마찬가지에요.”

우선 세금을 당연히 받는 것처럼 생각하는 안주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100원을 받으면 1000원 이상의 효과를 내기 위해 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는 벤처 오케스트라 타이틀을 달고 있는 유라시안을 이끌어온 CEO 적인 발상이다.
기업가 정신으로 도립 오케스트라를 이끌겠다는 발상의 전환임에 분명하다.
“유라시안은 탈피했어요. 기업이 자신들과 맞는 부분이 있어 후원하지만 후원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는 긴장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노력하는 자세가 돼 있어요.”

금난새는 수원시향을 떠난 후 민간 오케스트라를 이끌면서 부딪힌 많은 어려움과 경험,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제도권 하에서 어찌하면 경기필을 빨리 발전시킬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수준 향상은 물론이고 예술단체는 이러해야 한다는 모델을 보여줄 거예요.”
그래서 그는 프로젝트 페스티벌 등 기존의 것들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음악회를 구상하고 있다.

도내 5개 대학과 5개 고교를 선정해서 그들을 찾아가 연주회도 가질 계획이다.
“청중을 찾아가야 해요. 숲이 공기를 맑게 하는 것처럼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어야 해요. 15년전 해설 있는 음악회를 들었던 청소년이 어른이 돼서 찾아 왔어요. 또 초등학교 때 예술의 전당에서 음악을 들었다며 포항서 있던 연주회에서 여학생이 꽃다발을 주었어요.”

경기도에 있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돼야겠고, 또 필요한 오케스트라가 돼야 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금난새 음악을 들으면 좋다는 생각을 하게 하고 싶고, 경기도의 자랑이 되게 하고 싶어 한다.

“경기도가 중요한 도에요. 서울이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있어요. 경기도가 잘 되면 우리나라가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이에요.”
예술감독 취임 연주에서 전석 매진과 객석 점유율 110%의 대성공을 거두며 호평을 받은 금난새의 거침없는 항해가 궁금하다.

# CEO 적인 발상
1977년 동양인 최초로 카라얀 지휘콩쿠르 입상을 시작으로 1990년 모스크바 필, 1991년 상트페테스부르크 필 한국인 최초 지휘 등 최초의 기록을 남긴 금난새. 그는 역시 최연소 나이인 33세부터 12년간 KBS 교향악단 상임지휘를 했다.

그후 92년 수원시향으로 옮기면서 CEO적 발상을 갖기 시작했다. 1년에 10번쯤 연주회를 하던 침체될 대로 침체된 지방악단을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선 그는 연간 60회의 연주회를 가지면서 생명을 불어넣었다. 수원시민들의 문화 수준도 몇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은 물론이다.

그는 톡톡 튀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수많은 음악 신화를 만들어냈다. 제야음악회, 청소년을 위한 해설 있는 음악회를 처음 시도해 유행시켰다. 마치 가곡 ‘그네’를 남긴 그의 아버지 금수현이 금난새라는 우리말 이름을 처음 호적에 올린 것처럼.
그러다 수원시향을 그만두고 98년 유라시안을 창단했을 때는 실제 CEO가 됐다. 단원들을 책임지려면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냈고 고객 기반과 수익원을 창출해 갔다. 고정관념을 깨는 발상의 전환은 또다시 새로운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번듯한 콘서트 홀이 아니어도 연주를 했다. 무대를 가리는 것은 프로페셔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도서관 강당이며 시민회관처럼 관객이 모이는 공간은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녔다. 6~7시간을 내리 하는 마라톤 콘서트며 서울 포스코 빌딩 1층 로비의 ‘로비 음악회’가 이렇게 탄생했다.

“고정관념을 깨는 적극적인 발상이 금난새 식 경영의 첫 번째 키워드죠.”
유라시안은 처음에 국립중앙도서관에 연습 거점을 마련했다.
소리가 나선 안 될 도서관을 연습장소로 사용하겠다는 파격적 발상은 금난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공짜는 없었다. 1주일에 한번 도서관 이용객을 위해 로비에서 연주회를 열어주기로 했다. 음악으로 집세를 낸 예술 마케팅. 금난새의 기업 형 오케스트라 모델은 이렇게 시작했고, 호감과 호응속에 벤처 오케스트라 돌풍을 일으키며 단숨에 유료 관객 동원수 1위로 정상에 올라섰다.

정부나 지자체 도움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풍토에서 금난새는 티켓 판매나 기업체 계약을 통한 수입만으로도 훌륭하게 유라시안을 이끌고 있다.
“도전 정신으로 굴하지 않고 어려움을 극복했기 때문에 가능했지요. 사실 시나 도가 지원하지 않는데 연간 130회를 연주하고 전국을 40회나 순회한다는 것은 어느 예술 단체도 하지 못했던 거예요. 정부 지원 받는 상태에서도 그리 하지 못하는데 우리가 그걸 했기 때문에 이슈화가 된 거지요.”

연주회 후 설문지를 돌려 피드백 해서 레퍼토리며 공연 아이디어를 짜는 데 활용하는 것도 금난새의 경영 기법이다. 데이터를 가진 회사와 없는 회사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또 오디션에서도 출신학교 같은 것은 나중에나 본다. 인재를 뽑는 방식이 실력 위주다.
물론 유라시안은 해외 무대로도 진출했다. 세계조폐국장총회 초청연주회가 열린 파리 베르사유 궁전 왕실 성당, OECD 초청 특별연주회가 열린 파리 브리스톨 호텔에서 금난새는 영어로 해설있는 음악회를 이끌었다. 왕실 성당에서 부시(아버지) 전 대통령은 직접 무대로 다가와 악수를 건네기도 했다.

# 최선을 다해요
“경기필에 올 때 삼성테스코에서 경기문화의 전당 음향판을 새로 설치해 줬어요. 알고 지내던 삼성 테스코 사장이 언젠가 유라시안 필을 위해 홀을 짓고 싶다고 했죠. 말만 들어도 기뻤는데 음향판 이야기가 나오니까 2억짜리 음향판을 설치해 줬습니다. 얼마나 놀라워요.”

유라시안 홀이 아니어도 좋다. 금난새는 그게 꼭 ‘나’여야만 한다는 생각을 애초부터 하고 있지 않다. 기업가가 그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고맙고 기업으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에게는 항상 성공만이 있을 듯 하다. 그리고 각 기업에서 어서 오시라고 하면서 모셔갈 것만 같다. 하지만 아니다. 금난새도 신념과 생각을 설득하고 열개 가운데 하나가 성공하는 확률은 보통 사람들과 같다.

“준비가 돼 있느냐에요. 누군가가 유용히 쓸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 때 기회는 내 것이 될 수 있는 거에요. 그리고 안됐을 때 내가 완전치 않구나, 더 공부하고 준비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해야 해요. 됐을 때는 더 발전시키고 지속 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구요.”
“나는 빽을 싫어해요. 독립심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요.”
박숙현 기자 europa@yong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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