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경 (본지 편집주간)
봄보리 씨앗을 뿌린다
해가 바뀐 뒤
꽃을 심고 싶었지만
일용할 양식을 준비한다
안마당 두엄자리 파헤치고
퉁퉁 불어 버린 보리쌀처럼
둥글둥글해진 중년의 봄이
땀을 뻘뻘 흘리며
어린 시절 보리 고개를 기억하고 싶어
서너 평 추억을 경작하는 시간
배고픔마저 푸르게 출렁이던
그 해 봄,
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밭고랑 사이로 환하게 걸어오시던
이제는 늙어
마른 보리처럼 흔들리시는 어머니와
보리 싹처럼 파랗게 돋아난
아이들과 함께
푸른 꽃으로 피어날
보리밭을 꾹꾹 밟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