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달리고 싶다”

  • 등록 2007.05.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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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공무원,우수공무원, 친절공무원 등
8년간 그가 받은 표창이 그의 노력을 대변해
People | 마라톤 마니아 이길재

   
 
“달리고 있을 때는 너무 힘들어서 다음에는 절대 안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주저없이 또 참가신청을 할 정도로 끌리는 운동이 마라톤이에요”

불운의 사고로 왼쪽팔을 사용하지 못하지만 맡은 일은 물론 마라톤 등 꾸준한 운동으로 신체적 장애를 딛고 일어난 이웃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용인시 처인구청 자치행정과에 근무하는 이길재씨(34).

# 용인관광마라톤과의 인연
이 씨는 고등학교 시절 부친상을 당한 친구의 상갓집에 다녀오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왼쪽팔을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처음 만난 그의 표정에서 그런 아픔은 찾아볼 수 없었다. 친한 동네 형처럼 편하고 다정한 미소가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었다.

“전 이렇게 책에 실릴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라며 수줍은 듯 말문을 연 이씨는 “저보다 더한 장애를 가지고도 더 잘 뛰는 분들도 많다”며 말을 이었다.

그가 처음 마라톤을 시작한 것은 직장 동료들과 함께 참가한 지난 2004년 제1회 용인관광마라톤대회다.
이씨는 “5km 코스를 뛰는 것이 창피했지만 어쩔수 없이 참가하게 됐다”며 “혹시 완주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남몰래 헬스장에서 연습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열심히 연습한 덕분에 5km를 32분에 주파하는 기록을 세우며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첫 출전한 대회에서 달리는 즐거움을 알게 된 이 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꾸준히 연습해 FILA배 가족사랑 마라톤대회, 조선일보 배 춘천마라톤대회, 고양 경기마라톤대회 등 전국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출전하게 됐다.

# 기록보다는 완주가 목표
그의 첫 풀코스 완주 기록은 2005년 춘천마라톤대회에서 기록한 5시간 15분이다.
국내 일반인의 마라톤 평균기록이 4시간대인 것을 감안한다면 그의 기록은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기록을 4시간 58분으로 단축해 다시한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그의 목표는 기록단축이 아니다. “끝까지 달리는 것이 목표”라는 그는 “달리는 동안 포기만 하지 말자고 계속 다짐한다”고 말했다.

2005년 춘천마라톤대회에서 35km지점을 달리고 있을 때 한 팔을 끈으로 묶어 시각장애인과 하나 되어 달리던 마라토너가 “조금만 더 힘내시죠”하며 앞으로 나아갈 때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것을 느꼈다는 이 씨는 지금도 꾸준히 연습에 연습을 하며 더 잘 달리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은 일 때문에 매일 연습을 하지는 못하지만 일주일에 4번 정도 아침 일찍 헬스장을 찾아 런닝머신에 몸을 맡긴다.

런닝머신에서 7km를 온몸이 땀범벅이 될 정도로 달리고 나면 개운해져 하루종일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 남들이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언제나 “한쪽팔은 사용할 수 없지만 남들이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생활해 온 그는“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느리긴 하지만 뒤처지지 말자”라는 각오로 더 열심히 일하고 생활한다. 1999년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로 남들이 꺼려하는 일부터 먼저 시작했다.

경기도지사의 ‘자랑스런 공무원’, 용인시장의 ‘우수공무원’ ‘친절공무원’ 등 8년간의 공무원 생활동안 받은 표창이 그의 노력을 말해준다.

하지만 그는 “표창은 나만 잘해서 받은 것이 아니라 동료공무원들이 함께 노력해서 받은 것”이라며 “열심히 하는 모든 공무원들을 대신해서 대표로 받은 것 같다”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공을 돌린다.

또 “한 팔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동료가 두 팔로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는 일도 간혹 있다”며 “그럴 때 마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 언제까지나
그는 마라톤 외에 등산도 취미로 즐기고 있다. 지리산 종주를 6번이나 할 정도로 등산 마니아다.

지난해에는 해발 4095m로 동남아 최고봉인 말레이시아의 키나발루를 등반하기도 했다.

“마라톤과 등산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그는 “마라톤으로 폐활량이 좋아지면 등산이 도움이 되고, 등산으로 다리 근력이 좋아지면 마라톤도 더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둘 중 어느 하나 소홀히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의 꿈은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녹기 전에 정상을 정복하는 것이다. 당당한 자신감이 킬리만자로 정상에 서있는 그를 떠올리게 한다. “처음에는 5km달리는 것조차 힘들었고 마라톤 완주는 꿈도 못 꿨다”는 그는 “이제는 달리는 것이 너무 좋아 다리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달리고 산도 오르고 싶다”며 소박한 꿈을 밝혔다.
김호경 기자 yongin@yong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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