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변신엔 이유가 있다

  • 등록 2007.05.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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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의 고배 딛고 ‘전문서적 집필’·‘대학교수’로
Close-up | 전 건강보험공단 용인지사장 홍성로

   
 
# 전문서적 집필
지난해 퇴직을 앞둔 시점에 건강보험공단 용인지사장을 과함히 그만두고 기초의원 출마를 선언하며 용기있는 변신을 시도, 주위를 놀라게 했던 홍성로씨.

건보용인지사를 열정적으로 이끌어 오고 있던 데다 나이도 기초의원치고는 평균적으로 많은 편이기 때문에 아무도 그의 변신에 대한 가슴속 열망을 아는 이가 없었다.

그러던 그가 마침내 시의원 낙선의 고배를 딛고 일어서 이제는 대학교 겸임교수로 변신, 강단에 선 것은 물론 사회복지법제론이라는 사회복지 전문 서적을 펴내 주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하고 있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새롭게 도전하는 신선한 열정과, 낙선의 아픔을 딛고도 불같이 일어서는 집념의 주인공 홍 교수.

퇴직과 함께 사회 뒷전으로 조용히 침잠하는 여느 전문가들과는 달리 신념에 의한 멋진 변신을 거듭 시도하고 있는 홍 교수를 만났다.
조금은 지쳐 보여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묻자 “6개월 동안의 산고 끝에 책을 손에 드니 긴장이 풀렸나보다”며 아직도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을 자랑했다.

“지난해 낙선 후 곧바로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어요. 자료를 수집하는 것부터 법제의 변경 사항 등을 일일이 체크하고 워드 작업까지 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어요. 새벽 2, 3시까지 강행군을 했지요. 책은 한번 나오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고 더구나 각 대학교의 강단에서 사용되는 교재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신경을 많이 썼어요.”

꼬박 6개월 동안 바깥 출입을 자제한 채 책 쓰는 일에만 전념한 홍 교수.
평소 손에서 책을 놓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전문서적을 쓸 수 있을 정도로 학문의 세계에 몰입해 있던 것이 아니어서 집필 작업은 그만큼 힘들었다.
지난 2000년 9월부터 대학 강의 일체를 중단하고 일상의 업무에만 충실하다가 전문서적을 만들려니 그 산고가 어땠으리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러나 건보 생활 틈틈이 읽어온 서적들이 큰 도움이 됐다.
또 고려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과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수원여자대학, 동남보건대학, 서울보건대학 등에서의 강사 이력은 책 집필에 든든한 기초가 됐다.
“책이 나올 때가 되니 걱정도 되고 겁도 나더라구요. 그러나 집필 과정에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 복지용인의 꿈
그는 현재 강남대학교에서 사회보장론을 강의하고 있으며 서원대학교, 장안대학 등에 출강하면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방의회에 사회복지 전문가인 제가 들어가서 복지 용인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었지요.”
지난해 당선도 불확실한 시의원 출마는 왜 하게 됐느냐고 화제를 바꾸자 복지 용인에 대한 꿈을 피력한다.
건보용인지사장에 재직하면서 차상위 계층을 위한 의료보험 지원 조례를 만들려고 노력하다가 실패한 그는 재정이 풍부한 용인에서도 조례 제정이 쉽지 않은 일임을 실감했다. 그래서 그는 직접 자신이 시의원이 돼 복지 용인을 앞당겨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지금이라도 의회에 뛰어들어 윗통 벗고 일하면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다.
20년 동안 건보에 종사했고 강의도 했던 그는 풍부한 현장 경험과 복지 이론까지 무장한 전문가로서 21세기가 요구하는 진정한 의원상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선거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이 정치에 뛰어든 정치 신인. 전문가로서 누구보다 일 하나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외에는 전혀 생소한 세계였음을 곧 깨달았다.
“막상 선거판에 뛰어들면서 이게 아니구나 하고 느꼈어요.” 정치권의 논리가 있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특히 정당공천제가 되면서 정당에 말뚝만 박아도 밀어주는 정치 세계가 자신같은 정치 신인과는 맞지 않는다는 절망감도 한 순간 스쳐갔다.

“지방자치시대가 된지 몇 년이 흘렀기에 민도가 높아졌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고령층이 용인에 많이 내려와 살기 때문에 나도 준 노인으로서 그간의 경험을 살려 이들 고령자층의 복지 문제를 대변할 경우 지지도 많이 받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또 정치꾼이 아니라는 참신성도 호응을 얻을 것으로 생각했구요. 그러나 정당 바람이 거셌죠. 그리고 조직도 없는 상태에서 선거 운동을 하려니 사방이 벽이었어요. 중선거구가 되면서 국회의원 선거구를 돌아야 하는 것도 힘들었구요. 인구 9만의 큰 선거구를 다니며 직접 유권자에게 호소하는 선거운동이 쉬웠겠어요. 나를 제대로 알린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였죠.”

선거전이 깊어질수록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지금 생각해도 비록 목표는 이루지 못했을지라도 후회는 없다. 만족한다.

# 자신감
좌절보다는 정치를 또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큰 경험을 얻었다고 말하는 홍 교수는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아니 그 보다는 스스로를 늘 연마하는 데서 오는 자신감 때문이리라. 그는 재차 “당선이 되면 누구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도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그것은 정치라는 것에 연연해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자신을 실현하는 일에 대한 관심일 뿐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자신을 실현하는 일환이다.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후 서원대학교에서 사회복지법제론을 강의하면서 마음을 추스리기 시작한 그는 이제 책도 한편 썼다. 곧 또 다른 책을 펴낼 계획이다.

“이번에 함께 책을 지은 남기민 교수는 한번도 남들한테 공저를 부탁한 일이 없던 사회복지분야의 최고 교수로서 남들이 먼저 남 교수한테 공저를 부탁하는 경우죠.” 그런데 홍교수 자신 한테는 남 교수가 먼저 공저를 제의해왔다고 자랑한다.

그에게서는 시의원 패배에 대한 상처 같은 것은 눈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 건강하게 오늘을, 내일을 뛰면서 살아가고 있는 홍성로만 있을 뿐이다.
다음엔 시의원 배지를 가슴에 빛나게 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 이제는 시의회가 이렇듯 경험과 연륜이 풍부한 전문가 시대가 돼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리면서 무거운 강의 가방을 들고 강단을 향하는 홍 교수의 힘찬 발걸음이 우리의 복지 내일을 바꿔 놓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박숙현 기자 europa@yong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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