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행사가 행사다워지는 법

  • 등록 2007.05.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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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용인의 네 번째 공공도서관인 구성도서관이 개관했다.

국·도비 20억원, 시비 40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의 규모로 지어진 구성도서관은 시청각실, 세미나실, 어린이 자료실, 300석의 열람실 등을 갖추고 있어 그야말로 문화복지시설이 부족하던 기흥구 주민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이에 용인시는 구성도서관의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1200만원을 들여 개관행사를 마련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를 마련했다면, 특히 그 이벤트가 지역주민들의 큰 호응속에 즐겁게 치러졌다면 1200만원이 아니라 1억 2000만원이라도 아깝지 않다.

그러나 이번 구성도서관 개관식의 축하 공연은 퓨전국악공연 정도가 전부였고 행사장 부근에서 광대 두명이 학생들에게 풍선을 불어주기 바빴다. 물론 행사장 입구에는 곱게 화장을 한 도우미들이 내빈들에게 꽃을 달아주고 안내를 했다.

길게잡아 2시간의 행사를 위해 광대 1인당 20만원의 비용을 들인게 과연 타당할까.

더욱이 광대들이 불어대는 풍선을 보며 환호하는 학생들 때문에 행사 내내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으니 말이다.
어디 이뿐인가. 학생들은 개관행사가 끝나자 마자 뿔뿔이 흩어지고 없어졌다. 정말 도서관 개관이 기뻐 찾아왔다면 도서관 내부를 공개할 때 들어가서 구석구석을 둘러봐야 하지 않겠는가.

궁금증이 생긴 기자가 학생들에게 개관식에는 어떻게 오게 됐느냐고 물었다. 학생들은 거리낌없이 “학교에서 한반당 10명씩을 무작위로 선정한 후 가라고 해서 왔다”고 답변했다.

무슨 행사인지, 무엇을 위한 행사인지도 모른채 그냥 수업시간의 일부를 떼운다는 생각으로 개관식장을 찾은 학생들에게 퓨전국악공연이나 딱딱한 개관식 행사는 아무런 의미나 즐거움을 주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기자는 다른 도서관 개관식을 찾아가 보며 벤치마킹까지 했다는 도서관 관계자의 말에 굳이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또한 도서관 관계자들이 개관 행사를 잘 치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라 미뤄 짐작이 간다.

그러나 이날 내빈으로 참석한 시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이런 행사를 뭐하러 거금들여 하느냐”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라니 참으로 값어치를 하지 못한 행사라는 점이 안타깝다.

현재 용인에서는 크고작은 행사들이 하루에도 몇 개씩 치러진다. 행사가 행사답게 치러질 수 있으려면 지역주민이나 학생 노인들을 무조건 앉혀놓기 보다는 그 행사가 무엇을 위한 행사인지, 행사의 의미가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알리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확실한 프로그램이나 공연을 준비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같은 돈을 들이더라도 정말 지역주민 한사람에게라도 더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행사를 제대로 치르는 법이지 않을까 싶다.
우한아 기자 odnoko@yong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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