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목숨보다 수중한 종교이념

  • 등록 2007.05.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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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 ‘국민의 4대 의무’에 대해 배운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며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국방의 의무,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 납세의 의무.

더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은데 다른 것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국민의 4대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만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스무살이 됐을 때 군대를 가며 내가 국민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를 지키고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 한다는 군대. 하지만 훈련소에서 가장 먼저 본 것이 국방의 의무를 지키지 않는 대한민국 남자였다.
자신의 몸에 장애가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자신이 믿는 종교에서 국방의 의무가 교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국방의 의무를 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어느 국가이든 국기에 대한 경례나 공공 선거에도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니 보통 사람들과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얼마 전 30대 젊은 주부가 용인에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과속으로 달리던 21톤 트럭에 치어 수원의 모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 주부는 폐와 복부에 피가 찼고 생명이 위독해 급히 수혈을 받아야 했다. 그 자리에는 남편도 함께 있었고 의사가 남편에게 수혈을 요구했지만 남편은 자신들 부부가 믿고 있는 종교의 교리에 따라 아내가 수혈을 받을 수 없다며 수혈을 거부했다.

결국 부인은 수혈을 받지 못했고 병원에서 숨을 거두게 됐다.
수혈거부로 인해 신도가 사망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2005년에는 서울의 모 병원에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치료를 받던 10대 소년이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다 숨진 사실이 알려지며 네티즌 사이에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자신들의 종교적인 신념에서 어긋났기에 생겨난 일들이고 이들에게는 자신이나 가족들의 생명보다 본인들이 믿고 있는 종교가 더 중요하고 신념은 절대적이라는 이야기다.

종교적인 이념 때문에 사회 구성원에서 제외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모든 사람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생명’까지도 소중히 여기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박홍섭 기자 park790425@yong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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