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에 버려진 풍경

  • 등록 2007.11.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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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용인詩篇/김 종 경

붉은 네온도 스스로 혀를 깨무는 안개의 밤. 회색도시의 침묵까지 삼켜버린 포악한 군단이 몰려온다.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위장 전입한 점령군단들은 메마른 안개에 불을 지른다. 안개가 타오를 땐 어느 누가 자위행위를 해도 욕을 하거나 소리 지르지 않는다. 지난밤에도 누군가 안개와 몸을 섞었다는 불온한 소문만이 읍내를 떠돌아 나갔다.

안개는 온몸을 풀어 헤치는 창녀다. 거만하게 어둠을 짓밟고 밀려오는 독재자의 강한 욕구덩어리다. 안개에 섞여 버려진 사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갔다. 안개를 고독이라 했던 놈들은 벌써 쓰레기차에 실려 떠났고, 더이상 산업도로의 포악한 안개속으로 뛰어드는 미친놈은 없으니까.

다만, 어젯밤 도둑고양이 몇 마리가 안개에 치여 떠났다는 소식이 안개를 빠져나왔을 뿐이다.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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