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최연소 당선 용인에서 탄생 ‘화제’

  • 등록 2010.01.04 1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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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동백고 2학년 소녀시인 ‘이슬’양 영예...용인문학회 시창작반 활동… “시 쓰며 살고 싶어”

   

오르골

        <2010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이 슬

나무의 뿌리들이 태엽을 감고 있는 시간

누군가 상자뚜껑을 열듯 소리를 쏟아내는 나무들의 춤

소리가 멎을 때까지 흔들리는 일에 한창이다

울긋불긋 어지러운 현기증을 다 털어낸 자리

나뭇가지를 뛰어 다니며 놀던 수액들은 모두 바람이 된다

앞뒤를 보여주며

숨기는 것 없다는 듯 보여주는 엽록의 투명한 연주가 길다

잎의 사이사이마다 음계가 반짝 거린다


새들이 앉았다 간 나무 밑 마다

불안한 노래가 가득 떨어져 있다

뿌리가 감고 있는 것은 깊은 어둠이다

칸칸의 어둠에 앉았다 날아가는 새들

가끔 잎을 털어내는 환한 시간이면 날아오르는 새들이 있다


가장 밝았던 한 때

꽃잎의 치어들을 다 허공에 날려 보내고

나무는 지금 푸르게 비어있다

꽃의 그늘이 진 자리에 초록의 소리가 가득 하다


바람의 흔적이 가득한 나무 속

나이테를 돌아 풀어지는 태엽

평생 춤출 곡이 빙빙 돌아 어지럽게 새겨져 있다


푸른 치마를 입고 거꾸로 서서 흔들리는 듯

바람이 상자를 닫는 시간

음계들이 떨어진 나무 밑에는 그늘도 다 졌다

나선형의 나이테 그 길이만큼 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1992년생의 소녀시인이 신춘문예 당선자로서 최연소 기록을 세워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동백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이슬양. 이 양은 2010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작 ‘오르골’외 3편을 응모해 영예를 안았다.

심사를 맡은 문태준 시인은 “부드럽지만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인 위력적인 작품이었다”며 “대상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뛰어난 통시(洞視)에서 비롯된 비범하고도 감각적인 사유가 번득인다”고 평했다.

지금까지 국내 일간지 신춘문예 최연소 당선 기록은 1938년 당시 18세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뽑힌 곽하신씨다. 최근에는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변기’로 당선된 당시 만 19세의 홍지현씨가 있다.

이밖에 고등학교 3학년 때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소설가 황석영씨, 고등학교 2학년 때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한 소설가 최인호씨 등이 대표적인 10대 등단 문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양이 글 쓰기에 남다른 재주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때 동시집을 내면서부터다. 중학교때부터 용인문학회(회장 김종경) 활동에 열심인 엄마 송남순(43세·2007년 한울문학 등단)씨를 따라 다니며 문학에 입문한 이 양은 이후 시쓰기 매력에 빠져 각종 백일장과 예술제 등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2009년 한해 용인문학회 시창작반 활동은 본격적인 작품활동에 들어가는 계기가 됐다.

이 양은 “1년동안 강의한 박해람시인과 시창작반에서 배우는 사람들이 연배가 비슷해서인지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며 “저는 어리지만 그런 환경에서 시를 배울 수 있어 너무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일 시인과 김경주 시인, 그리고 배용제 시인을 좋아한다는 이 양은 시 선생님이기도 한 박해람 시인의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표한다.

고고학과 천문학도 공부하고 싶어하는 소녀시인 이양은 “독특한 소재로 남다른 시각에서 시를 쓰고 싶다”며 “앞으로 문예창작학과를 지원해 계속 시를 쓰며 살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서정표 기자 기자 zztop@yong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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