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청 여자핸드볼팀 해체가 능사는 아니다

  • 등록 2011.03.14 11: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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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대한민국의 구기 종목은 무엇일까. 단연 여자핸드볼팀이다. 올림픽 금2 은2 동1 아시안게임 5연패. 가장 많이 창단되고 해체된 대한민국의 구기 종목은 무엇일까. 단연 여자핸드볼팀이다.


오죽 했으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전반 동점, 후반 동점, 연장 동점 끝에 승부던지기에서 석패, 국민들 가슴을 뜨겁게 했던 여자핸드볼팀 임영철 감독은 준우승 소감에서 “우리는 내일이면 다시 실업자가 된다”라고 말했을까.


임 감독의 인천체육회 소속팀은 지난 7년간 소속팀이 효명건설에서 벽산건설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으니 인터뷰의 변이 무리는 아니다.


정읍시청팀은 해체됐다. 현재는 클럽팀이다. 자비로 내장산 근처 여관에 머물며 5000원을 숙박비로 갹출한다. 방 5개를 빌려 쓰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배가 고프다. 한끼 5000원의 식사를 하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선수들은 체육관에서 운동하지 못하고 공원에서 산에서 운동한다. 그래도 이들은 행복하다. 최근 팀이 재 창단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전·현직 국가대표 5명을 보유한 용인시청팀은 어떠한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치른 후 11월 해체가 결정됐다. 2011년 6월 말까지의 시한부 체육팀이다.


불안정한 팀 사정 때문에 전·현직 국가대표인 남현화, 이선미 선수가 사직했다. 명복희 선수는 사직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민희 선수와 고3으로 고교 랭킹 1위로 인정받으며 작년 용인시청에 입단해 핸드볼 큰잔치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김정은 선수를 포함해 단 11명으로 대회에 임해야 한다. 김정은 선수는 무릎 수술까지 받은 상태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여자핸드볼리그가 4월부터 7월까지 열리는 것이다. 4월에 출전한다 해도 6월에 팀이 해체될 경우 7월에는 무슨 자격으로 대회에 임하냐는 문제가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신갈초 4학년 핸드볼을 시작해 신갈중에서 핸드볼을 한 토종 용인출신 국가대표 코치 김운학 용인시청 감독의 시름은 날이 갈수록 깊다. 어렵게 스카우트한 사회 초년생 김정은을 1년도 안된 시점에서 실업자로 만들어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붙잡고 있는 명복희에게도 할 말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대회를 같이 뛰자고 설득하고 있는 남현화와 이선미 선수는 TO가 없어 복직이 어려운 형편이다.


2005년 창단, 2년만에 2007년 SK핸드볼큰잔치 우승, 2009년 준우승, 2008년 안동 핸드볼큰잔치 준우승에 빛나는 용인시청 여자핸드볼팀이 해체를 눈앞에 두고 대회를 위해 훈련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1년에 한 달도 체육관을 쓰지 못한 채 서울과 인천, 대전과 천안, 청주와 평택을 오가며 학교체육관을 빌려 전전하고 있는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우생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줄임말이다. 2008년 임순례 영화감독이 만든 스포츠 영화로 국가대표 여자핸드볼팀을 다룬 영화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주제이다. 팀이 없어 마트직원을 하던 전 국가대표 여자핸드볼 선수가 선수로 잘나가는 일본프로팀의 감독으로 재직 중인 전 국가대표 여자핸드볼 선수출신이 국가대표 감독대행으로 활약하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여기서 국민들은 그들의 열정과 꿈과 땀을 보았다. 눈물을 적시고 기립박수를 쳤다. 국민들 사이에 ‘우생순 신화’가 탄생된 것이다. 이후 감동적인 일이 생길 때면 ‘우생순’이라는 준말이 패러디 됐음은 물론이다.
금메달 따오면 팀이 창단되고, 감동적인 영화가 나오면 팀이 창단된다. 금융위기가 오면 팀이 해체되고 지자체가 예산운용을 잘 못해 어려워지면 팀이 또 해체된다. 창단과 해체가 반복되는 여자 핸드볼팀, 대안은 없는 것인가.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비인기종목의 선수 수급조차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2006년 기준, 대한민국의 체육예산은 0.09%, 영국 0.2%, 일본 0.4%, 독일 0.9%, 노르웨이 1.6%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경기도체육회 관계자는 용인시청 여자핸드볼팀 해체와 관련해 도체육회가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원칙적 입장만을 피력했다. 또 6월까지 유보됐으니 그 때까지는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용인시청과 경기도체육회가 공동 노력해 팀을 존속시키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메달을 따면 영웅으로 대접하고 어려울 땐 팀을 해체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최근 광주광역시에서는 프로축구를 시민구단으로 창단하기도 했다.


용인시청 여자 핸드볼팀이 해체되는 날은 분명 우리에게 ‘우리 생애 슬픈 순간(우생슬)’로 기억될 것이다. 부끄러운 날이 될 것이다.

정재헌 팀장 기자 edreamkore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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