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청춘들의 메시아 안철수

  • 등록 2012.07.20 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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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청년 예수는 광야 40일 금식기도로 메시아로서의 첫 출사표를 던진다. 독불장군은 없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 그는 발로 뛰면서 검증되지 않은 강호 제일의 고수 12명의 멘토를 영입한다.

세상은 그들을 예수의 12문도라 한다. 구한말 최고의 기생 일타홍의 말처럼 여자는 자기를 예뻐해 주는 남자를 위해 구찌베니를 바르고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주군을 위해 목숨을 건다. 검증되지 못한 12명의 고수들이 내놓은 3년간의 들판 콘서트는 죽은 자가 살아나고, 병든 자가 고침을 받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자기들끼리 짬짜미하고 제 식구 감싸고 부정한 돈을 배가 터지도록 받아먹고 아닌 척 오리발 내미는 그따위 썩어 문드러진 기존 정치인들에게 학을 띤 군중들은 예수와 12명의 멘토들이 이끄는 들판 콘서트에 열광한다. 그러는 사이 예수는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입에서 입으로 호산나를 외치며 유대인의 왕으로 불려진다. 이제 예수는 모종의 선택을 해야 했다.

“나는 너희를 해방시키러온 왕이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나라는 이 땅에 속해있지 않다.” 그러나 이런 소리는 열광하는 군중들 입장에서는 피로감으로만 느껴질 뿐이었다. 가난과 헐벗음과 로마의 압제에서 구해줄 걸로 알았는데 정작 예수의 말은 짜증스러웠고 날이 갈수록 이해 할 수 없는 모호한 화법은 미친 피로감 자체였으리라.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군중들은 쑤군댔고, 시나브로 하나둘씩 떨어져 갔다. 그럴 즈음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으니 예수의 경제 멘토 가룟유다가 예수를 떠난 것이다. 성경은 이를 일러 배신이라는 단어를 썼다. 가룟유다가 고작 은30냥 때문에 예수를 배신했다고 믿는다면 그건 순진한 거다. 훗날 그는 지옥 갈 줄 앎에도 불구하고 자살로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한다.(마27:5)

떠나는 가룟유다를 향해 예수는 말한다. “당신 갈 길로 가세요.” 얼마나 비정한 말인가? 멘토를 그런 식으로 버리는 게 아니다. 이를 계기로 군중들은 예수를 빌라도 법정에 세운다. 빌라도가 묻는다.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 여기서 예수의 답변은 간단하다 “그렇다.” “아니다.”면 충분하다. 그러나 예수의 화법은 독특하다.

“네가 스스로 하는 말이냐?”(요18:34). “네 말이 옳도다.”(눅23:3) 속 터지는 답변이 아닐 수 없다. 남자는 선이 분명해야 한다. 본인은 심사숙고해서 하는 말 이라고 하겠지만, 남은 말장난으로 들릴 수 있다는 걸 빌라도 재판은 말해주고 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그 웬 수 같은 들판 콘서트가 있는 곳이라면 죽어라 따라다녔다. 점심때가 되자 아무도 음식을 내놓지 않았다. 항상 하던 대로 각자 싸온 음식을 꺼내 네 것 내 것 없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음식을 나누었는데 실망한 군중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서로 얼굴만 멀뚱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이때 어린 꼬마가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예수 앞에 가져온다.

받아 든 예수는 기도를 했다. 기도하는 사이에 군중들은 마음에 찔려 꼭꼭 움켜쥐었던 음식들을 비로소 갖다 놓았다. 기도를 마치자 먹을 것이 산처럼 쌓였다. 모두가 배불리 먹고 남은 것만 열두 광주리라고 성경엔 기록하고 있다.

송우영(한학자) 기자 webmaster@yong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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