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장기판에 졸(卒)이 아니다.

  • 등록 2013.09.30 13: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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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의세설

만천과해(瞞天過海). '황제는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너다'라는 고사(故事)이다.
병서의 에센스라 불리는 삼십육계 제1장 승전계(勝戰計)의 제1조다. 당태종이 30만 대군으로 요동을 정벌할 때 막후 설인귀(薛仁貴)가 써먹었다는 이른바 전시(戰時) 최고의 기만술. 흔히 세상에서 말하는 줄행랑 36계중 제1계다.

<備周則意怠, 常見則不疑. 陰在陽之內 不在陽之對 太陽 太陰 스스로 준비가 잘되어 있다고 믿을 때 소홀함이 생겨 상대방을 의심하지 않게 된다. 그럴 순간 상대방은 이러한 약점을 파고든다. 여기서 양은 드러남이요 음은 드러남 속에 약점이란 뜻이다>

만천과해(瞞天過海)의 출전인 36계는 작가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천 년 간 중국 병법의 핵심만을 집대성 해 놓은 글이다. 분량은 많지 않으나 이를 6책으로 분류하고 다시 6항을 두어 육육이 삼십육 이런 식으로 서른 여섯 개의 계를 만든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물 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포호빙하(暴虎馮河)의 참모는 있으나 일을 실현시키는 만천과해(瞞天過海)의 참모는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되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도 마치 될 것처럼 큰소리 뻥 뻥쳐서 상대로 하여금 믿게 해서 계약을 했다면 이는 자칫 허위계약이 될 수 있다. 약속이행이 안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약속을 지키겠다고 큰소리 뻥뻥쳐 왔다면 그것은 스스로 준비되지 않은 뻥마우스라고 인정하는 꼴이 된다.」이른바 이중모순. 약속. 원칙. 신뢰의 정치를 목숨보다 더 중히 여긴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언행에 드디어 배반의 칼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매월 20만원 지급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공약에는 전쟁나면 안 주겠다, 경제가 어려우면 돈을 깍아서 주겠다는 등의 그 어떤 찌질 한 단서조항도 없다. 그냥 쿨하게 매월 2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그랬으면 주면 된다. 여기엔 어떠한 타협도 이유도 존재 할 수 없다. 국민을 상대로 대통령직을 걸고 한 약속을 스스로 후퇴하면 안되는 것이다.

노인이 돈 20만원에 환장한 것도 아니고 주기로 약속을 하고 그 약속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에 받아야하는 것이다. 가슴에 화인(火印)처럼 찍어 기억하라. 국민은 장기판에 졸(卒)이 아니다.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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