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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외고 전경 |
지난 2005년 설립된 외대부고는 당초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속 외국어고등학교로 개교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관·학 협력사업으로 추진된 이른바 ‘용인외고’건립은 당시 수지지역의 난개발 오명과 상대적으로 발전이 안 된 처인구 지역 개발 가속화 등을 위해 시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계획됐다.
이정문 전 용인시장은 당시 용인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이 학군이 좋은 성남시 분당구나 서울 강남구 등으로 이주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지역 내 명문고를 설립해 지역 우수 인재들의 외부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명문고를 설립해야 한다”며 용인외고 건립을 추진했다.
이 전 시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강남이나, 목동, 분당 등 이른바 잘사는 도시들의 공통점이 명문고와 좋은 학군이었다”며 “처인구 지역의 개발과 용인지역의 인재 육성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명문고 육성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이 같은 생각은 당시 안병만 전 외국어대 총장과 뜻이 맞으며 급물살을 탔다. 용인시가 학교건립의 필요한 예산을 200억 여원 전액을 부담하고, 외대 측은 1만 6000여 평의 부지를 제공했다.
당시 학교설립 협약서에 예산지원의 조건으로 1회 졸업생 배출 후 교명을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속 용인외국어고등학교’로 변경해줄 것과 매년 신입생 정원의 30%를 지역 중학교 출신으로 뽑는 ‘지역할당제’를 명문화 했다.
이에 따라 외대 측은 지난 2005년 개교 후 첫 졸업생이 배출된 2008년 교명을 변경했지만, 지난 2011년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한 뒤 올해 초 교명을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로 또 다시 변경했다. 지역할당 30%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용인’ 지명조차 버려진 200억 용인외고
문제는 10년이 지난 지금, 당초 목적이던 지역인재 양성 및 외부유출 억제, 지역개발 가속화 등의 성과가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다.
교명 변경 후 약칭인 ‘외대부고’로 더욱 잘 알려져 ‘용인’이라는 지명 홍보조차 제대로 되기 않고 있다.
지역할당제에 따라 입학한 학생들 중 상당수가 학교생활 도중 ‘자퇴’ 또는 ‘전학’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으며, 지역할당제를 위해 용인지역으로 위장전입 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실제 과거 유력정치인 A씨의 경우 자녀의 용인외고 입학을 위해 기흥지역으로 위장전입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수지와 기흥지역 현직 중학교 교사들에 따르면 최근까지 외고 입학을 목적으로 전학오는 사례가 종종 이어지고 있다.
또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 특성상 지역발전에 대한 순기능적 영향도 미미한 상태다. 통상 명문고 주변으로 학원가와 고급 주택가가 형성되는 점에 비춰 볼 때, 지역할당 30%와 100% 기숙사 생활은 지역개발 촉매가 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문제는 ‘외국어대와 외고만의 잘못은 아니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부동산 경기가 하락되며 각종 개발 사업이 좌초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고, ‘외고’이외의 명문사학 발굴·양성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정문 전 시장은 “당시 용인대와 명지대, 강남대 등 지역 대학들과 연계한 명문 특성화고 설립을 계획했지만, 후임 시장들이 취임하며 이어지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명문고 발굴·양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용인시의 무관심 … 외대만의 외고 ‘전락’
가장 큰 문제는 한 뜻을 같고 ‘용인외고’사업을 시작했던 용인시와 외국어대학의 관계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교 설립 후 세 번의 선거에서 세 명이 시장이 교체되며 용인시장과 외대 총장의 관계가 소원해 졌다는 것. 이렇다 보니 시 공무원들의 관심도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당연직 학교운영위원회 외부위원으로 위촉돼 있는 시 담당 국장들이 학교 운영위원회의에 수년 간 불참하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나오고 있는 것.
시 공직사회에 따르면 시와 한국외대 및 외고 등 과의 우호적인 관계는 서정석 전 시장때까지 지속됐다. 당시 서 전 시장은 외국어대 부지에 ‘용인 영어마을’을 설립키로 하고 양해각서까지 맺었다. 시의회에서 ‘외대 퍼주기’논란이 있었지만 당시 시 집행부는 영어마을 설립을 강행했고, 외대 측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영어마을 부지까지 매입했다.
그러나 김학규 전 시장이 취임하며 상황이 반전됐다. 김 전 시장은 선거때부터 ‘영어마을 백지화’를 공약했고, 취임이후 이를 실천했다.
퇴직한 고위공직자 A씨는 “시장과 외대 측과 관계가 불편해지며 공직사회에도 외국어대학에 대한 거부감이 형성됐다”며 “이 같은 분위기와 함께 공직사회의 외고에 대한 관심도 퇴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의 관심이 쇠퇴하며 외국어대와 외고 재단 등은 외고를 활용한 수익사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당시 ‘용인외고’ 출신 학생들의 국·내외 유명 대학 진학과 모든 교과 수업의 영어화 등이 이슈가 되며 ‘영어캠프’ 등 수익사업을 시작한 것.
불법 논란이 곳곳에서 제기됐고 교육당국조차 나섰지만, 정작 200억 원의 혈세를 들인 용인시는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했다. 외대와 외고의 편법적 수익사업을 그대로 방치한 셈이다.
결국 단체장 눈치를 본 공직사회가 복지부동하는 동안 혈세가 투입된 명문고의 사유화가 진행 돼 온 것이다.
박철 전 외국어대학교 총장은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용인시와 관계 개선을 위해 시장 면담 등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며 “사실상 지역 대학과 지역사회 간 상생과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시 공직사회가 정치적 논리로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