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기교서담 담화문 후 벌써 6개월

  • 등록 2014.11.10 16: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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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책기교서담 담화문 후 벌써 6개월.



서경(書經) 홍범(洪範)편에 하늘은 벌을 내릴 징조인 구징(咎徵)과 상을 내릴 징조인 휴징(休徵)을 말한다. 휴징과 구징은 각각 다섯 가지 항목인데, 결론은 이렇다. 정치를 잘하면 하늘이 상을 주고(휴징) 정치를 못하면 하늘이 벌을(구징) 준다. 한(漢)나라 유학자 동중서(董仲舒)는 이를 천인감응설(天人感應說)이라 했다.

사문난적으로 몰려 사약을 받은 조선 거유 백호 윤휴 왈, 임금 한사람에게 경사가 있으면 모든 백성이 여기에 힘입고 온 나라 만방(萬邦)에 죄가 있으면 그 죄가 임금의 몸에 짐궁(朕躬)이 있다. 홍재전서 일득록(弘齋全書 日得錄) 1783년 기록에 의하면 전국에 기근이 들어 백성들이 굶어 나자빠지자 임금인 정조 왈, “나라는 백성에 의지하고 백성은 나라에 의지하니 백성이 있은 뒤에야 나라가 있다. 나는 백성을 위 할 뿐”이라며 책기교서를 발표하는데 그 시발은 죄기조다.

춘추좌전(春秋左傳) 주(周)나라 장공(莊公)11년(서기 전 686년)가을. 송나라에 큰 홍수가 나자 주나라 장공이 사자를 보내 위로하니 송나라 군주가 답을 한다. “고(孤·제후의 자칭)가 못나서 하늘이 재앙을 내렸습니다.”라고. <고려사> 현종 14년(1023년) 5월. 금주(金州·김해)에 지진이 일자 왕이 직접 나와 하늘에 죄를 고백하는 해괴제(解怪際)를 지낸다. 조선시대에는 이를 왕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한다하여 책기교서(責己敎書)라고 했다.

일국의 왕으로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것은 뼈아픈 일이다. 이때 쓰는 상소문을 응지상소(應旨上疏)라 하는데 어떤 내용을 쓰던 쓴 자를 벌줘도 안 되고 분노해서도 안 되고 안 읽어도 안 된다. 임금이 유일하게 소리 내어 읽어야 하는 상소문이 응지상소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한달 하고도 사흘 뒷날인 5월19일 책기교서의 뜻이 담긴 장문의 책기교서 담화를 발표한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습니다.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규명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도 제안합니다.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로 끝을 맺었다. 책기교서 담화문은 어디 한 문장 나무랄데 없는 구구절절이 명문장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월호는 뭣하나 속 시원한 게 없다.

송우영(한학자)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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