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배움터지킴이 박흥근(81세)

  • 등록 2015.12.12 1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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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근 배움터지킴이

손자·손녀같은 아이들 보디가드… 하루하루 행복

대학생 시절부터 봉사활동… 남다른 애향심
나라·용인·가족·건강 근면한 사랑전도사

“장평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어울리며 함께 즐거운 삶을 만들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마을의 유일한 초등학교입니다.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로 지정돼 학교는 물론 아이들까지도 밝고 맑습니다. 같이 어울려 생활하다보니 아이들과 동화되는 기쁨도 누립니다. 학교의 배움터지킴이 사업에 내가 동참한 것은 행운입니다.”

처인구 백암면 옥산리 하산마을에 거주하는 박흥근(81세) 옹은 중학생 시절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9·28 서울수복 직후였고 서울공고를 빌어 학교 구분하지 않고 무작위로 학생들이 모여 공부하던 시절이었다. 이후 안정 되면서 한양공고에서 정식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중앙대학교에 진학한 박 옹은 화요일과 목요일을 봉사의 날로 정하고 서울역에서 을지로6가까지 구역을 맡아 가로청소를 실시했다. 흑석동에서 상도동까지의 길가도 내가 다니는 길이라고 폐병이나 폐깡통 등을 주우며 정리했다. 그는 “아마 내가 했던 일이 새마을 사업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문회’라는 이름으로 수도권 대학에 다니던 용인출신학생들의 모임에서 회장직을 맡았던 시절, ‘자유의 벗’이란 책자를 500여권씩 용인에 배포한 적이 있다. 그는 “용인군에 정보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책이 출간되면 관공서나 공공장소에 일일이 다니며 배포했다”고 말했다. 당시에 받은 용인군수 표창장과 용인경찰서장의 감사장은 액자에 고이 담아 자택 벽에 걸어 놓고 열심히 바쁘게 지냈던 학창시절을 회상하곤 한다.

어느 날 방학을 맞아 장평초등학교 앞을 지나다가 학교 밖에서 책보를 두른 학생의 우는 모습을 발견했다. 자초지정을 들어보니 월사금을 납부하지 못했단다. 학교에 들어가서 이런 학생이 몇이나 되는지 묻고는 20여명에게 월사금을 납부해줬다. 그는 “절약은 기본이고 좋아하는 커피를 참아야만 했다”며 “장학사업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종이가 귀했던 시절이었기에 월사금과 더불어 버려지는 이면지를 구해 노트로 쓸 수 있도록 꾸며 제공했다. 당시 외자청(조달청)에 근무했던 여동생이 많은 도움을 줬다. 지금도 그 당시 재학생(지금은 노인이 됐지만)을 길에서 만나면 그때를 상기하며 고마워한다.

졸업 후에는 포천, 일동 지역에서 퇴비를 생산하던 회사인 ‘한승농산공사’를 인수했다. 닭의 배설물을 이용해 퇴비를 생산했다. 10년여 후 주택이 많이 늘어나자 주민들은 냄새가 심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스스로 판단한 끝에 문을 닫았다. 회사를 경영하는 동안 겸직했던 7년여 간의 ‘승진유치원’ 원장은 유치원운영주체인 5군단사령부의 요청에 응했기 때문이다.

회사를 정리한 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할 때는 반공연맹위원장과 사회정화위원장을 겸직하며 소위 지도력을 과시했다. 그의 추진력과 일처리 능력을 높게 평가한 주위의 권유로 관악구 구의원에도 출마했다. 낙선의 고배는 마셨지만 나름 아름다운 추억이었으며 귀중한 경험으로 남게 됐다.

이후 구리시로 자택을 옮기고 야인으로 지내던 시절, 나라를 대신하는 태극기의 귀중함을 홍보하며 이웃과 사귀었다. 어느 날 관심을 갖고 주위를 바라보니 국경일만 되면 자택 근처 아파트는 태극기로 물결치는 것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 태극기 게양 홍보를 위해 직접 수확한 은행과 태극기를 가가호호에 전달했다
지난 2010년, 귀향한 그가 첫 번째 한 일은 마을회관 태극기 계양이었다. 이후 나라사랑, 용인사랑, 가족사랑, 건강사랑, 근면·정직하게 살 것을 외치며 가가호호 방문해 태극기를 전달했다. 처음 2가구 정도 휘날리던 태극기가 지금은 20여 가구에서 휘날리고 있다. 아름다운 마을로 깨어나는데 일조한 것.

물론 자택에는 태극기는 물론, 새마을기와 그가 직접 제작한 리기(마을기)가 게양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이왕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자고 결심하다보니 욕심이 생겼다. 쓸쓸했던 마을 주변을 연산홍으로 도배한 것. 마을에 들어서면 회관을 중심으로 연산홍이 물결쳤다.

지난해 장평초등학교에서는 배움터지킴이 사업을 시작, 인적자원을 물색했다. 적합한 인물을 찾던 중 박흥근 옹이 추천을 받았고 현재 재직 중이다.

요즘은 시간을 쪼개 요양보호사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주위를 돌아보면 거동이 어려운 내 친구들도 많아. 이젠 거동이 힘든 나이가 됐나봐. 요양보호사가 방문하지만 친했던 지인들만 하겠어? 나는 아직 건강하니까 활동 가능할 때 욕심을 부려 봤어”라고 말했다.
박기현 기자 기자 pkh45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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