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먹는 하마’ 우려

  • 등록 2021.11.01 09: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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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FOCUS_백 시장 추진 ‘반려동물 화장장’ 필요한가?

 

용인시가 추진해온 시립 반려동물 화장시설이 주민들의 반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반려동물 장례시설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흥구에 위치한 반려동물 놀이터 모습

 

시민 반대 암초·적자운영 불보듯

사업 전면 재검토 불가피 여론

마땅한 ‘대안부지’ 못찾아 표류

반려동물 ‘교육시설’이 더 시급

 

[용인신문] 백군기 시장 지시의 시책사업으로, 용인시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반려동물 화장시설 건립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시설보다 매년 증가하는 반려동물 관련 사고예방을 위한 공공교육시설 설치가 더 시급한 과제라는 것.

 

뿐만 아니라 공공 화장시설의 경우 민간에서 운영중인 영역를 침해하는데다, 반려동물 화장률도 매우 낮아 적자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2019년 백 시장의 지시사항에 의해 반려동물 문화센터 및 장례시설 건립을 추진해 왔다.

 

당시 용인지역 곳곳에 민간에서 추진하는 반려동물 화장시설 관련 주민 민원과 소송 등이 이어지자, ‘민간 화장시설 난립’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립 장례시설을 추진했다.

 

시는 지난해 처인구 삼가동에 위치한 용인경전철 차량기지 인근 부지를 사업지로 선정하고, 투융자심사와 시의회 공유재산관리계획안 의결 등을 거치며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시립 반려동물 화장시설은 인근지역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부터 엇박자가 났다. 사업부지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시의회의 관리계획 승인이후 1년 6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마땅한 대안부지 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지역사회 내에서는 ‘공공 반려동물 화장시설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우려됐던 민간시설의 난립 현상은 물론, 용인지역에서 운영중인 민간 시설조차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의 등록 반려동물은 약 268만 마리로, 미등록 동물까지 포함하면 860여 만 마리로 추산된다. 반려동물의 평균수명을 15년으로 가정할 때 연간 57만 3300여 마리가 사망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화장률은 10%를 밑도는 수준이다. 전체의 약 47%가 불법매장을 하고 있고, 나머지는 폐기물로 처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 용인 민간시설 두 곳 실적 … 연 2700마리 불과

시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용인지역 등록 반려동물은 약 6만 여마리다. 미등록 동물까지 포함할 경우 15만 7000여 마리로 추산된다. 시는 매년 약 1만 여마리의 반려동물 사체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용인지역에서 운영중인 두 곳의 민간 화장시설은 2020년 한해 동안 총 2700여 마리의 반려동물을 화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처인구 남사면에 위치한 A시설은 1861마리, 백암면에 위치한 B시설은 880마리를 화장하는데 그쳤다. 이들 기업은 각각 화장로 2기식을 운영하며 1기당 5마리씩 하루 최대 10마리까지(월 최대 300마리) 처리가 가능하지만, 월 평균 운용률은 40%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지역에서 운영중인 민간 화장시설 21곳 중 흑자운영을 하는 곳은 3곳 뿐이다.

 

용인지역 A사 관계자는 “A사의 경우 화장시실 이용보다 반려동물 유골을 가공하는 사업덕분에 적자를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에서 추진해 온 화장시설 규모는 총 4기로, 1기당 하루 5마리씩 연 6000마리의 사체처리가 가능한 것으로 계획됐다. 결국 현재 반려동물 화장 비율을 감안할 때 적자운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시민들, 반려인과 동물 교육공간 ‘필요’

시의회와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민들은 ‘정작 필요한 것은 반려동물과 시민이 함께 즐길수 있는 공간과 교육시설’이라는 목소리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증가와 함께 매년 개 물림 사고 등 반려동물 관련 사고가 늘고 있지만, 반려동물과 이를 키우는 사람에 대한 교육시설 등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윤재갑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농식품부와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발생한 개물림 사고는 총 1만 1152건으로, 이 중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비율은 39.8%(4440건)에 이른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많다보니 사고도 끊이지 않는 셈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하루평균 8건의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려견에 의한 사고 중 응급실 진료가 필요한 ‘잠재응급’ 이상 환자가 97.7%에 달했고, △의식장애 △호흡곤란 △심정지 등 심각한 중증외상환자도 20.9%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행법 상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의무는 정부가 맹견으로 지정한 도사견과 로트와일러 등 5종의 반려견에 대해서만 연 3시간 이상의 교육으로 규정돼 있다. 중대형 반려동물 등에 대한 교육규정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반면 캐나다 등 반려동물 문화 선진국의 경우 반려동물 입양시 동물등록과 일정기간 이상의 교육을 의무화 했다. 반려동물의 사회성을 높이는 교육을 통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두 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민 조 아무개씨(동백동)는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은 동물뿐만 아니라 키우는 사람도 함께 받아야 하는데, 마땅한 시설이 없어 인터넷 등을 통해 찾아보는 것이 전부”라며 “장례시설보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개선과 문화개선을 위해서는 공공 교육시설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의회 김상수 부의장은 “시립 반려동물 화장시설은 용인시가 성급하게 추진한 부분이 없지 않는 것 같다”며 “다행히 아직 실 사업에 돌입하지 않은 만큼, 현실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강우 기자 hso09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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