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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의 친미본색(親美本色)

김민철(칼럼니스트)

 

 

[용인신문] 조선 중앙 동아의 친미 사대주의적 보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른바 보수언론 3인방의 친미 일변도의 논조는 우크라이나 위기를 계기로 정도를 넘어섰다. 종편 방송의 친미 일색도 조중동 3인방에 못지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기(crisis)라고 표현한 것은 최근 유럽의 주요 방송들이 일제히 우크라이나 위기 또는 갈등(conflict)이라고 전쟁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는 것에 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70일을 넘기면서 유럽의 방송언론은 전쟁 초반에는 분위기에 휩쓸려서 놓쳤던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심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2월 24일이 아니라 2014년 3월 오렌지 혁명과 유로마이단의 무장봉기(폭동)로 친러 빅토르 야누코비치 정권이 붕괴하고 페트로 포로셴코 정권이 들어서면서 본격화되었다. 포로셴코 친미 정권의 등장으로 우크라이나는 급격한 반러시아 친서방정책을 표방하고 돈바스 지방에서 공용어로 사용되던 러시아어를 더이상 정부 문서나 학교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초콜릿 재벌인 페트로 포로셴코 정권은 유럽연합(EU)과 NATO 가입도 병행 추진했다.

 

돈바스 지방은 러시아계가 60% 가까이 차지하고 인구의 93%가 러시아어를 사용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어의 공용어 지위 박탈은 단순한 언어 사용의 문제가 아니라 돈바스 지방의 주류였던 러시아계를 하루아침에 비주류로 전락시킨 민족분리정책으로 추진된 친위쿠데타적인 조치였다. 공직자와 공무원의 대다수를 점하고 있던 러시아계는 대부분 우크라이나어를 모른다. 공직에서 러시아계가 퇴출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였다. 이미 카자흐스탄의 소수민족 배제정책으로 20만 명에 달하는 고려인 동포가 일자리를 빼앗기고 러시아로 떠나거나 경제적 하층민으로 전락했던 뼈저린 경험을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지금의 국력만 되었어도 어림없는 일이었지만 1990년대 초 대한민국은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으나 국제사회에서 힘이 없었다. 돈바스 지방의 러시아계가 겪은 차별은 20년 전에 중앙아시아 고려인 동포가 고스란히 겪어야 했던 불행과 닮은 꼴이다. 우크라이나 러시아계는 강대국 러시아라도 있었지만 중앙아시아 고려인 동포는 빈손으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

 

2014년 4월 돈바스 지방 러시아계는 도네츠크 자치공화국과 루한스크(루간스크) 자치공화국을 선포하고 우크라이나를 연방국가로 전환할 것을 중앙정부에 요구하였다. 키에프(키이우) 중앙정부는 러시아계의 자치공화국 수립 요구를 즉각 거부하고 돈바스 지방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군대를 투입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정권은 미국과 NATO 가입을 깊숙이 논의하였고 발표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나토 규약에는 내전 국가는 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EU와 NATO 가입으로 장기집권의 발판을 구축하려 했던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은 돈바스 지방의 소요사태를 조기에 진압하도록 명령했다. 중앙정부의 폭력진압에 대항하여 러시아계 민병대가 조직되고 이들은 무장 투쟁노선을 선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러시아계 민병대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중재로 2014년 9월 5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정전협정을 체결했다.

 

돈바스 정전협정은 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 정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루한스크(루간스크) 인민공화국, 러시아 4자 간 협정으로 체결되었다. 우선 전쟁을 멈추자는 정전에 일단 합의한 것이다. 정전협정은 미국의 개입으로 포로셴코 정부가 돈바스 지방의 자치화 구두 약속을 번복하면서 틀어졌다. 전쟁은 즉각적으로 재개되었다.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이 아조프 민병대(용병부대)를 투입하면서 돈바스 내전은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치달았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계 인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내전에 개입했고 미국은 포로셴코 정권에게 전쟁자금과 무기를 공급함으로써 돈바스 내전에 깊숙하게 발을 들여놨다. 이후 돈바스 내전은 망각(忘却)의 전쟁으로 치부되면서 무려 8년이나 끌었다. 국내 언론은 돈바스 사태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러시아는 미국에게 러시아계 인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지원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반대로 미국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내전은 러시아가 2월 24일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 영토로 전격적으로 진격하면서 전면적인 국제전으로 비화했다. 초기에 전쟁의 성격을 러시아의 침공(invasion)으로 규정했던 유럽의 방송언론은 일주일이 지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Ukraine war)으로 보도하다가 본질에 접근하면서부터는 위기 또는 갈등으로 보도하고 있다.

 

미국의 진보언론과 양심적인 지식인들은 바이든 행정부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전시키는 무기 공급을 즉각 중단하고 휴전협정 후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5월 6일 중앙일보 우크라이나 전쟁 A to Z라는 기사를 보면 국내 보수언론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 국제 정세에 무지한 한국의 보수언론들

또한 보수 언론인들이 국제정세에 얼마나 무지(無知)하며 친미 일변도의 보도로 일관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보도는 상대적으로 진보언론으로 분류되는 경향신문, 한겨레신문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경향, 한겨레는 적어도 친미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쟁의 본질을 제대로 파헤치지도 않는다.

 

국내 언론 중에는 오로지 프레시안만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본질에 접근하는 자세로 공정하게 보도하고 있다. 5월 9일은 독소전쟁이 끝난 지 77주년이 되는 러시아 전승절이다. 미국언론은 러시아의 국경일인 전승절 행사가 끝나면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총공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은 일단 이러한 예측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5월 9일 전승절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애써 중립을 표방하면서 내용은 친미 일변도인 태도를 더이상 공정 보도로 왜곡하지 말고 당당하게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 그나마 솔직한 것이다. 미국의 폭스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대계 언론독점대자본가 루퍼트 머독의 개인 방송사와 신문이다. 독점자본가 소유인 미국의 대표적인 친공화당 성향의 우파언론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면서 바이든 행정부를 격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반면 진보언론임을 자임하면서 공화당에 비판적이고 민주당에 우호적인 CNN은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의 전쟁’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붙여 러시아를 비판하고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을 옹호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진통일을 한다고 큰소리치면서 대전으로 도망가서 서울을 사수하겠다고 거짓말 방송을 했던 이승만 대통령에 비하면 분명 용감하다(원광대학교 이재봉 교수의 프레시안 특별기고에서 인용함)할 것이다. 그렇지만 젤렌스키는 외교적 노력으로 피할 수도 있었던 전쟁을 고집불통의 친미 정책 고수로 수백만 명의 난민을 발생시키고 우크라이나 국토를 폐허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전쟁이 종료된 후에 우크라이나 국민이 직접 내릴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언론도 최근에는 전쟁을 무한정 확대하는 노선에 빠져버린 바이든 행정부에 비판적이다. 인도는 파키스탄 군사정권의 핵무기 유지정책을 적극적으로 용인하고 카슈미르 분쟁을 측면 지원한 미국의 본질을 잊지 않고 있다. 파키스탄의 핵 개발은 이슬람 사회주의 정권인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정권이 추진한 것이다. 미국은 파키스탄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군사쿠데타를 사주하여 부토 정권을 전복했다.

 

미국은 부토 총리를 사형에 처하고 집권한 군사정권에게는 핵무장을 순순히 허락했다. 파키스탄의 핵 보유는 인도를 자극했고 카슈미르 분쟁으로 비화 되었다. 이때 인도를 적극적으로 도와준 것이 러시아(소비에트연방)다. 인도는 유엔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기권으로 일관하며 제 3세계가 친미반러(親美反露)로 돌아서는 것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의 친러정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도는 러시아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을 활용하고 있다. 인도는 러시아제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문재인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즉각 미국 편에 섰다. 곧 퇴임할 정권으로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상황을 좀 더 관망하면서 외교적 입장을 정하는 것이 옳았다. 지금 한국은 미국의 러시아 제재로 인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성급한 외교적 결정은 결국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며 특히 서민 생활에 집중된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과 경향, 한겨레 등 진보를 자임하는 언론은 중도적인 한국일보의 보도 태도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다. 한국일보를 보면 적어도 편파보도는 하지 않는다.

 

# 조중동은 친미의 미망(迷妄)에서 그만 벗어나야

조중동은 친미의 미망(迷妄)에서 그만 벗어나야 한다. 보수언론은 한미군사 훈련의 일환으로 B-1B, B-52H 전략폭격기 등 이른바 미국의 핵 전략자산이나 핵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가 한국에 오면 죽음의 백조가 출격했다고 대서특필한다. 뭐가 그렇게 궁금하다고 핵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의 제원을 반복해서 소개한다.

 

FA-22 랩터가 오면 한술 더 뜬다. 기사 제목이 ‘김정은 지금 떨고 있나’도 있다. 기가 찰 노릇이다. 아무리 김정은 정권이 싫어도 북한 동포를 생각해서라도 같은 민족끼리 이러는 것은 정도에 지나치다. 만약 전쟁이 벌어져서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평양을 공습하면 결국 북한 동포만 애꿎은 죽음을 당한다. 미국의 엄청난 전략무기가 한국에 전개되면 돌아가셨던 부모님이 살아난 것처럼 반색하는 보수언론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의 조국도 대한민국이지 미국은 아니지 않는가.

 

언론의 친미 일변도의 논조는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 무지몽매(無知蒙昧)하게 만든다. 정말로 무지무식(無知無識)하고 싶으면 친미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는 보수언론이나 그길로 매진하여 대대로 미국에 충성하기를 바란다.

 

미국 백인 주류사회의 눈에는 친미주의자든 반미주의자든 한국인은 그저 얼굴 노란 유색인종일 뿐이다. 열심히 친미 노선을 걸어도 그들은 알아주지 않는다. 미국의 주류사회는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 한국인을 인격적으로 존중해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조선 후기 노론벽파(老論僻派)의 친명사대주의(親明事大主義)보다 더 심하게 미국에 경도된 보수언론은 이제라도 대오각성하기를 바란다. 도대체 무엇을 얻어먹자고 민족혼마저 내팽개치고 친미 일변도로 내달리는가. 보수언론에게도 민족의 자긍심이 조금이나마 남아있다면 정도껏 해야 한다.

 

미국은 절대로 패권주의(覇權主義)를 포기하지 않는다. 1998년 새해 벽두(劈頭) IMF로 한국을 거덜 낸 미국 연준(Fed)은 지금 긴축재정이라는 이름으로 금리 인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지고 수출입에서 국내 기업의 부담은 가중될 것이며 그것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연준은 인플레를 다른 나라에 떠넘기기 위해서 고삐를 바짝 조일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보여온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의 고전적인 공식이다.

 

보수언론은 우크라이나 걱정(?)은 이제 그만하고 발등에 떨어진 불이나 끄도록 하라. 지금부터라도 자유시장경제에 해박한 장기를 발휘하여 연준의 금리 인상의 본질과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을 정말 제대로 분석하여 서민의 피해가 조금이나마 줄도록 해주기를 바란다. 조중동의 분발을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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