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사이버스페이스 시대, 우리는 어느 때보다 빠르고 편리한 삶을 누리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현실, 메타버스 등 기술은 인간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확장하며 일상 곳곳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넣는다. 휴대폰 하나로 은행 업무와 쇼핑, 학습과 소통까지 해결되는 오늘날, ‘편리함’은 더 이상 희소한 가치가 아니라 생활의 기본 조건이 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디지털 문명의 최전선에서 ‘낡은 것의 귀환’이라 불리는 뉴트로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뉴트로(Newtro)는 단순한 복고(Retro)와는 다르다. 복고가 과거의 양식과 감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뉴트로는 옛것을 현재적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변용한다. 예컨대 카세트테이프 모양의 블루투스 스피커, 도트 그래픽을 차용한 최신 모바일 게임, 아날로그 카메라에서 영감을 받은 필터 앱은 모두 뉴트로의 산물이다. 과거를 경험한 세대에게는 추억의 매개체가 되고,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이국적인 ‘새로움’으로 다가간다. 뉴트로 열풍은 무엇보다 인간의 감각적 갈망을 드러낸다. 디지털 기술은 효율적이고 빠르지만, 그만큼 차갑고 무균질적인 느낌을 준다. 반면 아날로그적 경
용인신문 |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뇌 속에 문제를 지니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다. 혹은 후천적인 이유로 강박을 가진 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 책은 이같은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청소년 중에서도 공황장애로 애쓰는 애덤의 이야기이다. 척 박사의 사무실 13층은 몇몇 청소년이 모여 자신과 주변에서 벌어진 일과 생각을 나눈다. 이주 애덤은 닉네임이 베트멘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고요한 마음을 갖는 것이지만 ㄱ러려면 몇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그는 정화의식 없이 문턱을 넘을 수 있어야 한다. 이혼한 엄마의 저장 강박에 협박 편지에 대한 비밀도 지켜야 하고, 아빠와 엄마의 집을 오가야 하기도 한다. 애덤은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신이라 생각하기에 정화의식을 한다. 최근 척의 사무실에 새로 등장한 로빈을 좋아하게 된 후, 보호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점점 회복되는 로빈에 비해 자신의 상태는 점점 엉망이 되어 속상하기만 하다. 애덤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애덤에서 의사 척은 말한다. “슈퍼히어로들은 가끔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 준단다. 다들 자신만의 문제를 안고 있는데도 말이지.”(303쪽) 또 곤경에 처한 애덤에게 앞집 폴란스키 부인은
용인신문 | 여행 중에 하루 밤에는 내가 자란 마을의 문화에 대해서 다시 생각했다. 특별한 지점이 참 많았던 것 같다. 나는 서울 마포에 있는 작은 공동체 마을에서 자랐다. 밤마실이라고 밤에 친구네 집에 놀러가 그 집에서 자는 문화가 있었다. 늦은 밤 잠옷을 입고 방문해 저녁을 같이 먹고 수다를 떨며 잠을 잤다. 다음날 학교에 같이 등교한다. 친구네 집에 가면 언제나 먹을 게 있었고, 밥 때가 되면 되살림 가게에서도, 마을 극장에서도 어른들이 밥을 사주시곤 했다. 밤새 에세이를 쓰는 날이면 선생님들이 저녁을 사주셨다. 사비로. 길을 지나다 보이는 어른들에게는 모두 인사를 하던 시절 들살이, 바다살이, 숲살이 방학이면 며칠씩 다른 지역에 가서 산과 들에서 놀았고 우리학년 학부모님들과 일년에 두번씩 모꼬지를 갔다. 나의 부모님은 매번 참여를 못하셨는데, 우리 부모님이 가지 않아도 나는 갔다. 다른 부모님 차를 얻어타고, 내 짐만 챙겨서 부모님들끼리 친한 다른 집들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부모님들끼리 친구처럼 지내는 것도 대단하다. 족구를 하고 수영을 하고 이런저런 놀이를 하다가 고기를 구워서 배터지게 먹고 잠을 잤다. 학교에
역사 속 중앙 무대 뒤흔든 거물급 인물 드물어 학문적 경쟁력 한계 ‘큰 인물의 고향’ 사각지대 권력자 보단 ‘시대의 소명’ 스러져간 이들 많아 정몽주·조광조·류희 용인 품격 상징적 주인공 ‘스쳐 가는 정거장’ 아닌 ‘인재의 산실’ 거듭나 용인신문 | 2025년 현재, 인구 110만 명에 육박하며 대한민국 특례시로 우뚝 선 용인. 첨단 산업과 거대한 아파트 숲으로 상징되는 이 역동적인 도시는 과연 어떤 정체성을 품고 있을까. 용인신문은 ‘110만 용인특례시, 그 뿌리를 찾아서’ 연재를 통해 이 도시의 인문학적 분석을 시도해 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역사 속 용인의 인물론을 통해 도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 1 왕과 공신이 반한 땅, 용인 2 교육 도시 용인… 과거 합격율 최다(?) 3 풍수지리와 ‘명당’ 용인 4 용인 사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용인을 대표하는 인물은 누구입니까?” 본지 기획 특집의 마지막 회를 맞아, ‘용인사람(龍仁사람)’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돌아왔다. 인구 110만의 거대 도시, ‘세계 반도체 수도’를 꿈꾸는 용인특례시. 그러나 이 질문 앞에 우리는 여전히 선뜻 답하지 못한다
용인신문 | 통계청이 9월 25일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의적 자해(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1만 4872명으로 전년보다 894명(6.4%)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자살률 역시 29.1명으로, 같은 기간 1.8명 늘어나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40대 사망 원인 1위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암을 제치고 자살이 차지했다. 10대부터 30대까지의 사망 원인 1위 역시 자살이었다. 지난해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 수는 40.6명에 달해, 경제 선진국이라는 평가가 무색해졌다.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13년 넘게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OECD 연령표준화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비교에 따르면, 한국은 26.2명으로 OECD 평균(10.8명)의 2.4배에 달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전체 사망 원인 1위는 암이었다. 전체 사망자의 24.8%, 즉 4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했으며, 인구 10만 명당 암 사망률은 174.3명으로 전년보다 7.5명(4.5%) 증가했다. 암에 이어 심장 질환(9.4%), 폐렴(8.4%), 뇌혈관 질
나의 어린 왕자에게 노광희 안녕 나의 어린 왕자 안녕이란 말은 왠지 훅하고 불길 같은 것이 가슴에 안기지 꼬옥 안아봐도 될까 이제 가을 냄새 번져가는 어느 들판에 서서 유언장처럼 사용한 말들의 이름표를 붙이고 있는지 나와 마주한 적 없어서 부스럭거릴 때까지를 한참을 기다렸어 찔레에 맞아 퍼래진 등허리에 뛰쳐나가는 무게를 싣고 따라가던 얼룩들이 꽃을 피웠네 아직도 그 별들을 머리에 이고 다니는지 하늘이 낮아지면 생기는 별똥별 오래 갇혀있던 너를 업고 부서지듯 던진 기원 처음 지나간 빛을 기억해 꼬리를 물고 떨어지는 시간은 순간이라서 저문 밤 몸살로 며칠을 앓던 무릎에 얹어진 슬픔이 따뜻해져서 하루 한 페이지씩 넘기는 날에 조금씩 너의 얘기로 한 걸음씩 걸어가 어느 작은 목섬 기슭에 자는 파도 같은 푸른 옷깃을 입고 죽는날까지 처음인 날 것들이 많은 날 함부러 달려드는 바람을 걸러 천천히 흔들어 보는 일은 껍질도 꽃잎 인냥 이젠 꼭 안아볼까 하는데 나의 생은 언제나 부끄러운 맨발 그 깊고 푸른 눈으로 나를 기억하는지 순수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및 용인문인협회 회원. 종자와 시인 박물관에 시비 선정 수혜 [상처에 대하여] 시비가 있다. 시집 [따뜻한 남자의 손은
용인신문 |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 만든 극우 성향의 민간 역사교육 단체다. 이 단체는 제주 4·3과 여순 사건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군경의 민간인 학살을 ‘방사선 치료’에 빗대는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서술이 들어간 아동용 도서를 공공기관에 추천해 비치하게끔 하는 등의 행위를 반복해 왔다. 리박스쿨이 논란이 되자 국사편찬위원회는 이들의 추천 도서가 “역사 왜곡이 있다”는 공식 검토 결과를 내놓았다. 이런 책이 아무런 제동 없이 어린이 손에 전달된다면, 그 영향은 단순한 논란을 넘어 세대 전체의 역사 인식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런데 용인시 공공도서관에도 현재 리박스쿨 관련 도서가 22권 비치돼 있다. 적은 수로 보여도, 인접 도시와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수치다. 광주·전남·제주 등 여러 지역이 이미 폐기나 열람 제한을 결정했고, 안양과 파주에서도 시 차원의 조치가 이어졌다. 반면 용인시는 별다른 대응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표현의 자유 논쟁을 넘어, 리박스쿨 도서 유지 여부는 사실 검증과 공적 책임의 영역이다. 아이들이 공공도서관을 신뢰하고 배우는 내용이 허위라면, 공공기관이 직접 거짓을 가르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용인신문 | 처인구 모현읍 힐스테이트 몬테로이 입주민입니다. 얼마전 용인시에 실내수영장을 15곳으로 늘린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현재 3만 5000명이 살고 있는 모현읍에는 실내수영장 등 복합체육시설이 없습니다. 지금 초등학생들은 의무로 생존 수영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현읍 지역 학생들은 수영장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수업을 받습니다. 시간적인 문제는 물론, 안전상에도 문제도 불거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지난 2003년 모현읍에 복합체육시설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찾아보니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지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용인시가 한국외대 측과 협의해 부지 문제를 해결한다면 실내수영장을 포함한 복합체육시설 건설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현재 공사 중인 기흥구 실내수영장 부지면적이 7300m² 규모로 알고 있습니다. 외대 내 부지는 10,000m² 이상으로 면적은 충분하다고 사료됩니다. 모현읍 주민들과 한국외대 학생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실내수영장 등 복합체육시설 꼭 생기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용인신문 | 역사책을 펼치다 보면 고개가 갸웃해지는 대목이 있다. 권력 다툼에 휘말려 궁궐 한복판을 전전긍긍하며 살았던 내시들이 오히려 더 오래 살았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남성으로서의 기능을 잃은 대가가 오히려 수명 연장의 혜택으로 돌아온 셈일까. 조선왕조실록에는 내시들의 평균 수명이 일반 남성보다 길었다는 기록이 곳곳에 등장한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조선 후기 내시의 평균 수명은 당시 보통 남성보다 14년 이상 길었다. 역병과 기근, 전쟁으로 삶이 짧게 꺾이던 시대에 일반 남성의 평균 수명은 40세 전후였지만, 내시들은 50세, 60세까지 장수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내시는 어떻게 이런 ‘예외’가 될 수 있었을까. 첫 번째 열쇠는 호르몬이다. 내시는 고환이 없으므로 남성호르몬, 즉 테스토스테론이 거의 분비되지 않는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을 붙이고 뼈를 단단하게 하는 데 필요하지만, 동시에 혈관을 딱딱하게 만들고 전립선암의 연료가 되기도 한다. 의학자들은 “남성들이 여성보다 심근경색, 뇌졸중, 전립선질환에 더 잘 걸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테스토스테론”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내시는 이런 위험에서 비켜가며 의도치 않게 장수 요인을 얻은 셈이
용인신문 | 엄마가 들려주는 음악, 읽어주는 동화, 속삭이는 말 한마디가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는 믿음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모든 부모는 자녀에게 최고의 것을 주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기 잘 되라고’ 시작한 태교가 오히려 태아와 엄마 모두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맹목적인 믿음보다는 과학적 근거와 아기의 입장을 헤아리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음악 태교다.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면 아기가 똑똑해진다는 속설은 이미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그럼에도 많은 임신부들이 이어폰이나 스마트폰을 배에 붙여놓고 아기에게 직접 소리를 들려준다. 문제는 태아의 귀는 성인의 귀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성숙한 청각은 갑작스러운 고주파나 불규칙한 리듬에 성인보다 훨씬 예민하게 반응한다. 산모는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이라고 믿지만, 정작 아기에게는 “갑자기 쏟아지는 불쾌한 소음”일 수 있다. 엄마의 선의가 아이 입장에서는 ‘평화로운 콘서트홀’이 아니라 ‘시끄러운 공사장’이 되는 셈이다. 태아에게는 조용하고 안정적인 환경이 뇌 발달에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또 다른 함정은 반복
용인신문 | 1953년 프랑스의 소설가 장 지오노는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50년 동안 양치기 노인이 프로방스의 알프스에서 꾸준히 나무를 심어 황량한 계곡을 풍요로운 녹색숲으로 변모시켰다는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는 「나무를 심은 사람」은 1987년 캐나다의 영화감독이자 환경운동가인 프레데릭 백에 의해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무분별한 벌목으로 전국의 산이 민둥산으로 변했던 것을 박정희 정부가 들어서면서 산림녹화 정책을 펴서 전국의 민둥산을 녹색숲으로 변하게 했다. 그러나 근자에 이르러 전국에서 녹색숲을 밀어내고,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산업단지와 공동주택단지를 조성하여 수많은 녹색숲이 사라졌다. 용인시도 예외가 아니다. 아파트단지와 전원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 수지구와 기흥구의 많은 녹색숲이 사라졌다. 그나마 상당한 면적의 녹색숲을 보존하고 있던 처인구도 아파트단지와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많은 녹색숲이 사라졌다. 처인구 원삼면과 이동·남사읍에 들어서고 있는 반도체산업단지와 공동주택단지가 얼마나 더 많은 녹색숲을 사라지게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용인시의 근본적인 문제는 공동주택단지, 전원주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자조회의를 통해 활동처를 찾기 위한 대화를 하고 있다 프로그램 참여자가 직접 찾은 활동처에서 여가활동을 실행하고 있다 ‘자기 주도 활동 프로그램’ 통해 발달장애인 근로자 능동적 변화 직업능력 향상·임금인상 선순환 용인신문 | 처인구에 위치한 해든솔직업지원센터(센터장 김명숙). 여느 직업재활시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별한 변화의 씨앗이 움트고 있다. 3년간 꾸준히 진행된 ‘자기주도 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이 수동적인 참여자에서 능동적인 삶의 주체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장소도 알아보고 직접 찾아가서 해보니까 좋아요. 우리가 정해서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한 근로자는 환한 미소로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이제부터는 생각만 하고 못했던 체험들을 직접 찾아 해보고 싶다”며 앞으로의 기대를 드러냈다. 이들의 말 속에는 단순한 만족을 넘어선,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뿌듯함과 자신감이 엿보였다. ■ 3년의 땀과 노력, ‘혼자’의 벽을 허물다 대부분 발달장애인은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자연스럽게 보호자나 직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