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용인신문] 이헌서재
아버지를 애도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한 판 축제

 

 

[용인신문] 여왕이 죽었다. 많은 나라의 수장이 여왕을 추모하기 위해 모였고, 어떤 이는 여왕의 죽음에 춤을 추기도 했다. 장례식은 죽은 자를 위한 마지막 의식이기도 하지만 산 자들이 죽은 이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오늘 소개할 『아버지의 해방일지』도 장례식 이야기다.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7쪽) 이 얼마나 모순적인 발언인가. 아버지가 죽었다면 상실감과 슬픔으로 가득해야 마땅하겠지만 고아리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어쩐지 덤덤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버지는 너무 진지했고 오히려 그래서 사람들은 웃었다. 빨치산이었던, 사회주의자였던, 감옥에 갔던, 감시받던 아버지.

 

죽은 아버지와 조문객을 위해 떡을 비롯해 전을 부치고 국을 끓이고 밥을 차린다. 찾아온 이들은 밥을 먹으며 죽은 이를 추억하고 남은 이야기를 한다. 가장의 자리가 부실했던 가족 이야기나 평생 아버지와 원수로 지낸 작은 아버지의 이야기, 아버지의 담배 친구 혹은 술친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장례식은 애도를 거쳐 축제의 분위기가 된다. 그리고 아버지는 빨치산에서 아버지가 된다.

 

그간의 이데올로기 대립이 진지하고 무거웠다면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언어는 독자와 작가의 줄다리기 속에서 긴장감 때문에 더 흥미롭다. 역사의 진보라는 관념과 생을 이어가야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비벼 독자와 밀당을 하는 작가의 힘이 아닐까 한다. 빨치산이면서 “노동이……노동이…… 힘들어.”(150)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감옥 친구이자 비전향 장기수. 그가 북한으로 가겠다고 하자 북에 가서 인민의 식량 축내지 말고 남에서 통일운동을 하자는 아버지가 교차로 등장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