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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영화이야기

<영화 이야기-1> 아라비아의 로렌스

1957년 콰이강의 다리의 메가폰을 잡은 데이비드 린 감독의 대표작

[용인신문]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1957년 콰이강의 다리의 메가폰을 잡은 데이비드 린 감독의 대표작이다.

실존 인물인 토마스 에드워드 로렌스<1888.8.15.-1935.5.19.> 의 일대기를 소재로 한 영화다. 1908년 태어나 1991년 세상을 떠난 데이비드 린 감독은 올리버 트위스트, 밀회<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닥터 지바고, 인도로 가는 길, 라이언의 처녀 등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남겼다. 데이비드 린 감독은 아카데미 감독상에 7회 노미네이트 되어 2회 수상<콰이강의 다리, 아라비아의 로렌스>했다.

피터 오툴, 알렉 기네스, 안소니 퀸, 오마 샤리프, 잭 호킨스, 호세 페레르가 주요배역을 맡았다. 주인공 로렌스 역을 맡은 피터 오툴의 호연이 인상 깊다. 피터 오툴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8회 노미네이트 되고도 한 차례도 수상하지 못해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었다. 여자배우로는 데보라 커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6회 노미네이트 되고도 수상하지 못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가장 위대한 영화로 꼽았던 작품으로 두 사람은 콜롬비아사를 설득하여 원본을 250만 달러를 들여 리마스터링하여 재개봉하도록 했다. 한국에서는 1998년 대한극장에서 70mm 대형화면으로 1일 3회 상영했는데 처녀 개봉 당시보다 더 많은 12만 명의 관객이 완전판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관람했다.

극중 로렌스 중위가 성냥불을 끄자 칠흑 같은 어둠에 싸여있던 사막에 여명이 비추고, 장엄한 일출 장면에 이어 광대한 황금빛 풍광을 드러내는 사막의 아름다움이 압권이다. 이 영화는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 100% 남성 출연 영화다. 전장으로 떠나는 부족의 전사들을 환송하는 장면에서 여성이 아주 짧게 등장하는데 모두 검은색 부르카를 입어 얼굴을 드러낸 여성은 한 명도 없다. 데이비드 린 감독은 아라비아 로렌스를 촬영하면서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촬영 기법을 동원했다. 롱-테이크 촬영과 여명 장면을 찍기 위해 수십차례나 새벽 장면을 위한 재촬영을 반복 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완벽주의가 잘 드러난다. 아라비아 로렌스의 영화적 시각 효과는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샘 페킨파, 스탠리 큐브릭, 마틴 스콜세지, 리들리 스콧, 브라이언 드 팔마, 올리버 스톤을 비롯한 많은 헐리우드 감독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미국 영화연구소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미국의 역대영화 순위 7위에 선정했으며 ‘대서사시’ 장르의 영화 중 1위를 차지했다.

 

이 영화는 1963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음향효과상 미술상 7개 부문의 오스카 트로피를 받았다. 주요부문인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이 포함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아라비아 로렌스는 아카데미를 사실상 석권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대표작품들이 비평가들의 완벽에 가까운 평가를 받으면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영화의 완성도만 따지면 흠잡기 어렵지만 영화에 녹아 있는 백인 우월주의와 제국주의적 시각이 유색인종의 입장에서는 영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대부분 50~60년대 미국영화의 시대적 특징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제국주의 시대 영국에서 청년기를 고스란히 보내면서 형성된 철학과 가치관은 데이비드 린같은 거장도 극복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제작비 1천 5백만 달러를 들인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7천만달러의 극장상영 수입을 올렸다. 썩 좋은 흥행성적은 아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제국주의를 지나치리만큼 정당화 했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면에서 요즘 전 세계 청소년을 중독시키다시피 한 마블 영화에 비하면 고전 중의 고전이며 명화<名畫>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작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후 오스만 제국을 분할하는 것에 합의 <사이크스-피코 협정>했다. 극중 파이잘 왕자는 이라크 왕국의 초대 국왕<파이잘 1세>이다.

 

 오스만제국의 발칸지방은 그리스 유고슬라비아 알바니아 불가리아 등으로 분할 독립되었다. 아프리카와 중동지방은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이집트 이스라엘 이라크 요르단 레바논 터키 이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분할되었다. 오스만제국은 중동 전체와 아프리카 북부, 발칸반도를 포함한 동남부 유럽과 흑해 연안 대부분을 영토로 삼았다. 1299년 건립하여 1922년 해체된 오스만제국은 전성기 시절, 520만 평방 킬로미터<1683년>의 광대한 영토와 1912년 어림값으로 2억 4천만 명의 인구를 보유했다.

 

 오스만제국은 1차 대전에서 독일 오스트리아와 함께 제국동맹의 일원으로 참전했는데 갈리폴리 전투에서 영국에 승리하고도 패전국이 되었다. 오스만제국은 1453년 마흐메트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하면서 세계의 중심국으로 부상하여 쉴레이만 1세 시절 최전성기를 맞았다. 오스만제국이 멸망하고 그 법통은 케말 파샤가 건립한 터키공화국이 승계했다. 케말 파샤는 터키공화국의 국부로 추앙받고 있다.

 

 아라비아 로렌스에서 오스만 제국은 그냥 터키로 나온다. 오스만 제국의 명칭을 굳이 터키로 명명한 것에서부터 영국 제국주의의 우월성을 부각시키고 오스만을 아라비아의 여러부족을 수탈하는 악의 세력으로 묘사한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의 내용을 따지고 들어가면 제3세계 입장에서 볼때는 아주 기분 나쁜 영화가 아라비아 로렌스다. 특히 터키는 상영금지 조치를 했다. 터키는 아라비아 로렌스가 영국을 미화하고 오스만을 비하했다고 맹비난 했다. 영화의 제국주의적 시각만을 놓고 보면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분명 문제가 많은 영화다. 하지만 필자는 여러가지 못마땅한 관점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완성도만 보기로 했다.

 

​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피터 오툴은 전쟁의 광기에 서서히 물들어 가면서 고뇌하는 심리를 완벽하게 묘사했다. 특히 오스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와이드 부족의 부족장으로 나오는 안소니 퀸의 연기가 명불허전이다. 극중 로렌스는 아랍인들의 독립을 돕기 위해 싸우지만 스스로 살육을 즐기는 단계에 이르게 되자 예루살렘 사령부에 내근직으로 소환해줄 것을 요구하여 전선에서 벗어난다. 영국군 중동주둔 사령관<잭 호킨스 粉>은 로렌스의 요구를 거절하고 아랍의 여러부족을 지휘하여 다마스커스를 함락시킬 것을 명령한다. 로렌스는 이를 내심 기쁘게 수락하고 전장에 복귀하자 다시 광기에 휩싸인다. 다마스커스 함락 이후 로렌스는 전역을 명받는다. 토사구팽(兎死狗烹) 신세가 된 로렌스는 대령으로 진급하여 고국으로 돌아갔다. 전쟁터를 떠나서는 살수없는 인간형이 되어버린 로렌스는 다시 아라비아로 복귀하기 위해 다른 사람으로 신분을 위장하여 공군 이등병으로 입대하여 10년간 복무하고 일병으로 전역하였다. 전역 후 로렌스는 오토바이 사고로 1935년 사망한다. 전역을 명받고 귀국길에 올라 여객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한 대의 오토바이가 로렌스가 탄 승용차를 추월한다. 그의 죽음을 예고한 감독의 연출이 돋보인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18년은 영국과 프랑스가 수에즈 운하와 중동에 매장된 막대한 석유를 둘러싸고 각축을 벌이던 시기였다. 중동에서 배타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해 영국은 미국을 끌어 들이는데 후일 이것이 자기 발등을 찍는 결과로 나타났다. 미국은 대략 35년 후에 중동의 석유를 90% 독식한다. 영국은 이라크와 이란에서 일정지분을 확보했는데 1991년 걸프전 이후 이라크를 미국에 빼았긴다. 이란은 이슬람 혁명의 발발로 인해 원주인에게 몰수 당한다. 이렇게 찬란했던 대영제국의 제국주의도 시나브로 역사의 뒤안길로 스러져 간다.

 

 영화 아라비아 로렌스는 1984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DUNE<沙邱-모래언덕>에서 사구를 촬영하여 사막행성의 장엄한 풍광을 살리는데 모티브로 사용되었다. 리들리 스콧이 촬영한 사구도 데이비드 린 감독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DUNE은 2021년 드니 뵐뇌브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 되었다. 제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편집상, 미술상, 음악상, 음향상, 시각효과상 기술부문에서 6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석권한 DUNE도 아라비아 로렌스의 아날로그 필름의 화질<물론 리마스터링 버전>을 못따라 간다. 60년 전에 제작된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데이비드 린의 연출력과 촬영기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필적할 작품은 1959년 제작되어 다음해인 196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주요부문 수상을 포함하여 당시로서는 11개 최다부문 오스카 트로피 수상작인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벤허가 유일하다.<The end>.

 

#넷플릭스에서 227분 감독판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다. 꼭 보기를 강력 추천한다.<필자 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