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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백기 투항하자는 정부

김민철(칼럼리스트)

 

[용인신문] 정부는 일제의 강제징용 배상금을 제3자가 대신해주는 방법을 해법이랍시고 제시했다. 1월 12일 외교부와 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하는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본의 전범기업(戰犯企業)인 미쓰비시, 신일본제철이 아닌 제3자인 국내기업이 대신 배상해주는 방안이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서민정 국장에 의해 제시되었다. 처음에는 가짜뉴스로 알았다. 대한민국 외교부의 국장이 강제징용 배상을 ‘가해 당사자’인 ‘미쓰비시와 신일본제철’이 아닌 국내기업으로부터 모금하여 배상하자고 한 것이다. 일본 외무성 관료가 토론회에 참석하여 발제한 것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상식 밖의 주장이 대한민국 외교부 관료에 의해 제시되었다는 뉴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외교부의 주장은 친일(親日)을 넘어 매일(賣日) 하자는 것과 같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에 저자세 외교로 일관해왔다. 일본에 40년간 지배받고 착취를 당했음에도 ‘지난 일은 잊고 잘 지내자’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도대체 정부가 일본에 무슨 약점이 잡혔길래 이토록 비굴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쯤 되면 “폭행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줄 수 없으니 옆에서 구경한 사람에게 받으라” 우기는 꼴이다.

 

외교부 서민정 국장은 ‘공개토론회’에 참석하면서 발표 자료를 사전에 상급자와 조율했을 것이다. 개인의 일탈로 발표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외교부가 만들어 놓은 답안을 들고나와 제시한 것이다. 어쩌다 대한민국 외교부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공개토론회에 일본 외무성 국장이 참석했다 해도 이렇게 막 나가는 주장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관료는 영혼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관료는 독자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권력자의 아바타라는 것”으로 매우 모욕적인 언사다.

 

일본 외무성은 ‘공개토론회’에서 ‘제3자에 의한 배상’이 외교부(정부)안으로 발표되었다고 하자 잘한 결정이라고 ‘기정사실화’ 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에 대해서는 일본의 주장에 백기 투항하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주장은 더욱 거세질 것’이며 교과서 왜곡 정도는 거리낌 없이 자행될 것이다.

 

일본 국사 교과서에 “한국은 우리의 도움으로 근대화를 이루었고 경제성장 역시 일본의 통치시대를 거쳤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어도 우리는 할 말이 없게 되었다. 한때는 ‘식민지 근대화론’이 기세등등했던 시절도 있었다. 이른바 뉴라이트가 들고나왔던 식민사관으로 무장한 학설(學說)이다. 강제징용 피해배상이 기업의 모금으로 이루어지면 “일본 우익은 일본이 조선을 근대화시키는데 들어간 공사비용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1월 11일 외교부와 국방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북한에 공격당하면 100배 1000배 보복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초강경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체 핵무장을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의 도발에 강경하게 대응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반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대통령의 의식세계에 남북교류와 평화공존 의지가 얼마만큼 차지하고 있는지는 궁금하다. 아울러 북한에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의 10%만이라도 일본에 강경할 수는 없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의 강제징용에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면, 외교부가 ‘제3자배상’이라는 해괴한 해법을 제시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외교부의 발표는 결국 대통령의 생각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한미일 공조체제 구축이 부쩍 강조되고 있다. 한미공조 체제에서 일본을 끼워 넣어 한미일 공조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은 종국에는 미-일-한 수직적 동맹 관계(군사동맹까지 포함한)로 나아갈 것이 분명하다. 이대로 간다면 머지않아 독도 인근에서 미-일-한 3국의 군사훈련이 열리는 모습도 보게 될 것 같다. 1905년 을사늑약의 악몽이 되풀이되지는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부디 걱정 많은 소시민의 기우(杞憂)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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