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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준비 안 된 정치인이 늘면 국민 걱정도 는다

 

[용인신문] “정치를 하려면 30년을 준비해야 한다.” 플라톤의 말이다. 당시 그리스의 평균수명은 25~30세였다. 알렉산드르 대왕이 32세에 죽었으니 플라톤의 말대로 정치인이 되려면 최소한 50세까지는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플라톤은 81세까지 건강하게 살았다.

 

플라톤이 30년을 준비해야 비로소 정치할 자격이 있다고 말한 것은, 그만큼 어려운 것이 정치라는 것을 웅변한 것이다. 플라톤 말대로 정치인이 되려면 먼저 건강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 다음에는 기본적인 철학을 갖춰야 한다. 인문, 사회, 자연과학을 망라한 지식이 필수조건이다. 아울러 시민으로서 의무를 다했어야 한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테네가 외침을 받았을 때 선두에 서서 싸운 병역의 의무를 다했는가이다. 아테네가 외침을 받았는데도 전장(戰場)에 없었다면 그 사람은 기본적인 자격이 없다. 플라톤이 철인정치(哲人政治)에서 주창한 ‘30년 준비 기간’을 적용하면 한국에서는 정치할 자격을 갖춘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든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인은 전문 직업인이다. 고액의 연봉을 받고, 다수의 보좌관과 비서진을 둔 독자적인 입법기관이기도 하다. 심지어 지방정치인도 중앙정치판에서나 볼 수 있던 당 대표 제도가 생겼고, 보좌관제와 유사한 정책지원관 제도까지 도입되어 운영 중이다. 이와 별도로 사무국과 전문위원들의 지원은 기본이다. 그럼에도 의원 개개인의 의사를  무시당한 채 당론에 따라 거수기 역할로 전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앙이나 지방이나 정치의 양심이 실종되는 경우 또한 적지 않은게 우리의 현실이니 타까울 뿐이다.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정치인이 되려면 그리스 시대나 마찬가지로 전문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플라톤 말처럼 30년은 못 돼도, 최소 3년 만이라도 전문직에 종사했거나, 전공 분야에서 오랜 시간 공부 했어야 한다. 그런 후 정치권을 노크해야 마땅하다.

 

정치인들은 검증을 거쳐 출마하지만 공천제도는 여전히 공정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꿔말해 중앙권력, 즉 유력 정치인들의 든든한 지원이 있거나 재력이 뒷받침돼야 입문이 수월하다는 것. 지방정치인들 역시 해당 지역구 위원장인 현역 국회의원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현실이다. 

 

용인특례시에서도 국회의원 4명, 광역의원 10명, 기초의원 32명을 선출한다. 그런데 과연 유권자들은 이들의 전문성을 얼마나 알아보고 소중한 주권을 행사했을까. 선거 때마다 지방의원 공천 배제설이 튀어 나온다. 심지어 국회의원 공천권 배제설마저. 그럼에도 정치 입성의 관문인 공천제는 아직도 미숙한 정치인들을 줄 세우기 위한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 물론 공천제를 폐지하면 새로운 검증의 방법이 필요하겠지만.

 

5000만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정치권은 매일 공포와 불안, 불신의 말들을 미디어를 통해 쏟아내고 있다. 이를 감내해야 하는 국민들은 대통령부터 기초의원까지 준비되지 않은 선출직 정치인들을 뽑은 대가를 받는 것이다. 플라톤이 왜 일찌기 준비하는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는지, 더욱 깊히 생각하게 만드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