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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우리 모두가 교사를 죽인 공범들

 

[용인신문] 50만 교사 중 20만 명이 광장에 모였다. 촛불집회 이후 어느 집회보다 가장 큰 규모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의 횡포를 견디지 못한 젊은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버린 사건의 후폭풍이다. 이 와중에 용인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정년을 앞둔 교사가 목숨을 끊었다. 교문 밖 담장 좌우에는 고인에 대한 추모와 교권 회복을 염원하는 리본 글귀가 달린 조화 수백 개가 배달되어 세워져 있다.

 

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존경받았던 직업이 교사였다. 봉건시대의 용어라 비교하기는 적절치 않지만 왕조시대에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를 당연시하였고, 통치 이데올로기였다. 조선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권위가 바닥에 추락한 원인이 과연 무엇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압력을 넣고 내 아이를 특별하게 봐달라고 하는 것은 모두가 입시와 연관되어 있다. 담임교사가 학생의 생활기록부를 작성하기 때문에 학부모는 내 아이의 생활기록이 모범적이고 창의적인 학생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특히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면 생활기록부에 더 민감하다. 학생이나 학교, 교사에 대한 소송전은 결국 생활기록부 기록을 물리적으로 막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최근 정치권을 비롯한 유명인들의 자녀 학폭 문제가 이런 사례다. 그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들은 교사에게 로비를 하거나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압력을 가한다. 문제는 이러한 학부모 갑질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학교 내신성적과 생활기록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지도층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는 학부모들은 교사에게 거리낌 없이 압력을 가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교사는 당연히 부잣집 아이, 학부모가 사회적으로 이름이 있는 아이에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나머지 대다수 학생은 소외되기 마련이다. 이런 교육 현실은 불평등을 확산시키고, 소외 학생을 양산한다.

 

핀란드의 경우는 학생의 생활 태도를 교사가 평가하지 않는다. 교사는 학생이 어떤 면에 가능성이 있고 창의력이 있는가만을 관찰한다. 교사는 학생에게 경쟁은 죄악이라고 가르치고 협동하는 방법을 토론하도록 돕는다.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도 교권 회복을 위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처음에는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이념 논쟁이 벌어지는 듯하더니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아동학대법과 교권 회복을 위한 법적장치 필요성에 초점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하루빨리 교사와 학생 모두가 존중하고 만족할만한 현실 가능한 법적장치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최근 교사 집회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낡아빠진 옛날의 교권이 아닙니다. 교사의 인권과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입니다”라며 “교사에게 권위가 아닌 존중을, 권력이 아닌 인권을, 교사가 교육자로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말한 어느 교사의 절규를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