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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66|하늘공장|임성용

■ 울림을 주는 시 한 편-66

 

하늘공장

                                                임성용


저 맑은 하늘에 공장 하나 세워야겠다
따뜻한 밥솥처럼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곳
무럭무럭 아이들이 자라고 웃음방울 영그는 곳
그곳에서 연기 나는 굴뚝도 없애고 철탑도 없애고
손과 발을 잡아먹는 기계 옆에 순한 양을 놓아먹이고
고공농성의 눈물마저 새의 날갯짓에 실어 보내야겠다
저 펄럭이는 것들, 나뒹구는 것들, 피 흐르는 것들
하늘공장에서는 구름다리 위에 무지개로 필 것이다
삶은 고통일지라, 죽어도 추억이 되지 못하는 고통을
하늘공장의 예배당에서는 찬양하지 않을 것이다
힘없이 잘린 모가지를 껴안고 천천히 해찰하며
내일이라도 당장 하늘공장으로 출근을 해야겠다
큰 공장 작은 공장 모두 하나의 문으로 통하는
하늘공장에 가서, 저 푸르른 하늘공장에 가서
부러진 손과 발을 쓰다듬고 즐겁게 일해야겠다
땀내 나는 향기를 칠하고 하늘공장에서 퇴근하는 길
지상에 놓은 집 한 채가 어찌 멀다고 이르랴



하늘에 올라가 309일. 영도조선소 내 85호 크레인(35미터) 위에 올라가 부당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목숨을 건 투쟁을 벌였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드디어 지상으로 내려왔다. 죽으면 하늘나라에 간다는데, 노동자들은 하늘 공장에 가는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고 발 디딜 곳 없는 노동자들에게 하늘은 바닥이다. 그들은 몸을 던져 새가 되곤 했다. 2003년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조위원장이 김진숙 지도위원이 시위를 하던 85호 크레인에서 투신자살했고, 곽재규 씨는 김 위원장이 목숨을 끊은 뒤 85호 크레인 맞은편 도크에서 바닥으로 몸을 던졌다. 하늘 공장에 오른 그들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자 누구인가. 너나없이 우리 모두가 생계(生計)의 벼랑 끝인 85호 크레인에서 하루하루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는 것을.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