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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7 |화남풍경 |박판식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7

화남풍경

박판식



세상의 모든 물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부력, 상인은
새끼를 밴 줄도 모르고 어미 당나귀를 재촉하였다 달빛은 파랗게 빛나고
아직 새도 깨어나지 않은 어두운 길을
온몸으로 채찍 받으며 어미는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었다
세상으로 가는 길
새끼는 눈도 뜨지 못한 채 거꾸로 누워 구름처럼 둥둥 떠가고




우리는 오늘 ‘화남’으로 떠납니다. 그예 ‘화남풍경’이 되어볼까요. 사실 이 시공간은 실제 지명이기보다 심상지리(心象地理)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요. 시 속에는 상인과 어미 당나귀, 새끼가 등장합니다. “상인은/새끼를 밴 줄도 모르고 어미 당나귀를 재촉하였”어요. “달빛은 파랗게 빛나고/아직 새도 깨어나지 않은 어두운 길을” 말입니다. “온몸으로 채찍 받으며 어미는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었”고요. 과거시제는 곧 아득한 시원(始原), “세상으로 가는 길”로 열려있습니다. 아껴두었던 첫 구절 “세상의 모든 물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부력”은 결구인 “새끼는 눈도 뜨지 못한 채 거꾸로 누워 구름처럼 둥둥 떠가고”와 비로소 만납니다. 참조점이 되어줄 시인의 산문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언제부턴가 나는 인생을, 얇은 물의 막에 갇혀 있는 차가운 환상이라고 생각해왔다. 새끼들은 태어나는 족족 생기 넘치는 세모꼴의 대가리들이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외출이 그들을 영원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든다.” (박판식,『밤의 피치카토』, 표4글)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