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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읽어야 할 영어동화>

   

< 엄마가 읽어야 할 영어동화>

FARMER DUCK

Martin Waddell 〇 Helen Oxenbury


오리 한 마리가 게으른 농부의 농장에 살고 있었습니다. 불행히도 농부는 손 하나 까딱 않고오리는 종일 일만 했습니다. 농부는 침대에 누워 오직 오리만 부려먹었습니다.
홀로 너른 밭을 갈고 돌아가는 오리의 뒷모습, 오리에게 노동의 무게가 얼마나 버거운지 알 수 있는 그림입니다. 농부는 침대에서 빈둥빈둥 누워 음식을 먹으며 오리에게 “ How goes the work? ( 일은 잘 돼 가냐?)” 소리치는 것이 전부입니다. 오리는 오직 한마디 “Quack!” 할뿐, 묵묵히 일만했습니다.
오리는 눈발 속에서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업고 오기까지 하네요. 암탉들을 우리에 몰아넣고, 다른 가축들을 돌보는 일까지 전부 오리 차지입니다. “How goes the work?” 매일 매일 농부는 오리에게만 외칩니다. “ Quack!” 오리는 한 마리 대답할 뿐이죠.

이를 보다 못한 농장의 암탉과 소와 양들은 어떤 모의를 합니다. 오리를 사랑하는 그들은 “Moo!” “ Baa!” “ Cluck !” 달빛아래 모여 회의를 했습니다. 동트기 전까지 회의는 계속됐습니다. 이들은 무슨 회의를 한 걸까요? 책에서 동물들의 회의장면은 오로지 “Moo!” “ Baa!” “ Cluck !” 사운드로만 표현했습니다. 동물들이 밤새 어떤 회의를 했는지 상상하고 대화를 만들어보면 재미있겠지요?

날이 밝자마자 암탉과 양과 소들은 드디어 모의한 것을 실행합니다. 그들은 살며시 복도를 걸어서 위층으로 몰려갔습니다. 그들은 아직 자고 있는 농부를 끌어냈습니다. 놀라 잠에서 깨자마자 농부는 “ How goes the work?” 이라 소리치네요. 동물들은 힘을 합쳐 농부를 바닥에 내동댕이쳤습니다. 그들은 다 함께 농부를 내몰아 집밖으로 끌어냈습니다. 아예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멀리 쫓아버렸습니다.
오리가 아침에 마당에 나왔을 때 매일 듣던 “ How goes the work?”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습니다. 소와 양과 암탉들은 오리에게 그동안의 일을 말해주었습니다. 오리는 뛸 듯이 기뻐했지요. 얼마나 동료들이 고마웠을까요.

농장은 이제부터 일을 하는 자들이 주인이 되었습니다. 동물들은 매일매일 다 같이 열심히 일했습니다. 을씨년스럽고 농부만 혼자 배가 부르던 농장은 다 함께 일한 덕에 풍요로운 농장이 되었습니다.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이런 것이겠지요. 우리는 열심히 일하면 그 만큼의 대가를 얻을 수 있다고 배웠습니다. ‘하늘은 공평하다’ 믿기에 권선징악의 세상도 믿었습니다. 고진감래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이런 세상에 의문을 품게 됩니다. 아예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말들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인내는 쓰고 그 열매도 쓰며, 열매조차 기대할 수 없어 삶의 가치를 포기하는 N포 세대가 된지 오래입니다. 딩크족(Dink : Double Income, No Kids) 은 현실로 들이닥쳤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꿈이 절반이상 연예인이라고 합니다.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젊은이들이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없는 사회. 애초에 꿈의 싹을 잘라버려야 하는 사회. 성실히 살아도 제대로 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사회라면, 다음세대에게 어떤 가치를 물려주어야 할까요.

영국의 소설가인 ‘Martin Waddell’ 은 어느 날 불의를 사고를 당하면서 집에서 아이들과 지내며 동화를 쓰게 되었습니다. 100여 편이 넘는 그의 동화는 따뜻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 FARMER DUCK』 은 조금 다른 소재입니다. 작가는 이 책을 읽고 단순히 ‘재미있다. 통쾌하다’에서 끝내기를 바라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동화는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동물농장은 두 눈 멀쩡히 뜨고 <빅 브라더>에게 지배당하는 어리석은 인간세계를 보여줍니다. 눈뜨고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당하는 줄도 모르고 당하는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 과거에도 미래에도 동물농장은 지구상에서 영원히 존재할 것입니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보다 나은 세계를 바란다는 것은 가장 나은 세계를 바란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프랑스의 철학자이며 사회학자인 에드가 모랭 (Edgar Morin, 1921~)의 말입니다.
내 아이가 “좋은 게 좋은 거다” 자위하며 바보 같은 오리처럼 참고 이 세상을 살기를 누구도 원하지 않습니다. 불합리한 것 앞에서 소와 양과 암탉들처럼 힘을 합해 오리를 위해 투쟁하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누구든 힘없이 당하는 오리가 될 수 있으니까요.

인간의 욕망은 가질수록 더 많이 가지려한다지요. 아홉을 가진 자가 한개 가진 자의 것을 빼앗으려는 본능이 있다지요. 그 어떤 시대에도 지배와 착취는 상부상조보다 우세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지요. 그래서 그런 것을 막는 <법>이란 것이 있고. 선진국은 그 법이 약자를 위해 보다 더 나은 나라일 것입니다.
가장 나은 세계가 아닌 보다 나은 세계를 위해, 착취하는 농부도 착취당하는 오리도 없는 세상을 위해, 지금 당장 아이를 배불리 먹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푸르른 5월에 생각해봅니다.



● 작가의 다른 책

● Can't You Sleep, Little Bear? (1988)
● Let's Go Home, Little Bear (1991)
● You and Me, Little Bear (1996)
● Well Done, Little Bear (1999); US title, Good Job, Little Bear
● Sleep Tight, Little Bear (2005)
● Owl Babies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