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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헌 화백의 동아시아를 걷다

거룩한 도시, 난징(南京)

 

 

동아시아를 걷다-2

거룩한 도시, 난징(南京)

 

강남 갔던 제비의 고향

 

고향 용인은 70년대 초만 하더라도 초가집이 많았다. 그 처마 끝에 늘 봄이면 제비들의 소리로 시끄러웠다. 어른들은 철새가 강남(江南)에서 온다고 했다. 서울 강남은 아닐 터이고 아마도 중국 양자강 이남의 지방일 것 같다고 나중에 들었다.

 

아무튼 그 중국남부 지방 중에서 우리에게 국민당 정부 수도로 익숙한 도시 난징을 갔다. 난징은 역사의 도시이다. 대학살기념관, 쑨원의 묘, 공자묘, 명나라 사당과 같은 유적이 많다. 국민당 정부가 수많은 중국유물을 타이완에 가져갔어도 남아있는 유물 보다가 다리가 아파 못 보는 곳이 난징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슬프게도 제노사이드, 대학살의 아픈 기억이 전 세계적으로 각인된 지역이다. 일본이 무시하고 외면하면 할수록 중국정부와 국민들은 더욱 선연하게 가슴에 새기는 역사의 현장이다. 간토(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과 이후 일제강점기로 이어지는 한국인의 고난사가 각인된 우리 역시 남다르게 느껴진다.

 

공항에서 전철을 타고 시내로 오는 길에 보이는 이곳의 날씨는 온화하고 땅은 기름져 보인다. 호텔에 가기 위해 내린 도심 역에서는 역시나 짐 검사를 하고 있다. 중국 국내의 소수민족의 저항운동과 테러 이후 중국 국내는 대형 기차역, 중심지 전철역, 대형 유적지와 공원에서 보안점검은 일상화되어 있다. 그래서 중국 혼자 가는 여행은 미리 그런 시간들을 감안하고 다녀야 한다

 

 

기억의 도시

 

여정을 풀고 다음날 득달같이 아침에 찾아 간 곳은 역시 난징대학살 기념관(侵华日军南京大屠杀遇难同胞纪念馆)이다. 참혹한 역사를 그들은 어떻게 기억하는지 보고 싶었고 근대사(만화사) 전공자로서 늘 찾아오고 싶었던 곳이다. 이미 기념관은 수많은 인파로 길게 줄이 늘어져 있었다. 대개 노인들이었는데 붉은 깃발과 모자로 통일된 복장이었다. 입장료는 없었고 입구에서 국화 한 송이를 1위안인가에 팔고 있어 샀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갖가지 당시의 참상을 웅변하는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는다. 중국은 특히 조형물, 조각이 유명한데 대학살을 표현하자니 더욱 세심하게 신경 쓴 듯하다.

 

안으로 들어서자 어둡고 쓸쓸한 통로가 이어졌다. 새삼스러웠던 것은 오히려 전시 콘셉트가 차분하다는 것이다. 중국 북방 쪽에 여러 곳 설립된 만주사변기념관처럼 격정적이고 분노유발 차원의 전시가 아니었다. 조용히 걸으며 담담하게 느끼도록 설계되었다. 고통이 크면 클수록 침잠해지는 것일까? 1937126주간 약 30만 명의 중국인들이 학살된 역사를 기억하는 전시관이 생각보다 짧게 끝난다. 출구 쪽에는 종이학 같은 것들로 평화의 메시지가 장식되어 있다. 밖으로 나가는 끝자락엔 물길과 거대한 동상이 있는데 역시 세계평화(和平)를 상징하는 동상이다. 전체 배색은 검정색과 회색인데 억누른 슬픔과 한을 디자인한 것 같다. 부디 영면하시라, 동북아의 평화를 같이 빌어 주시라...

 

 

크고 처연한 역사공원과 댄스

 

기념관을 나와 찾은 곳은 우화대열사능원(雨花台烈士陵园)이었다. 이곳 역시 대학살의 공간이다. 1927년부터 1949년까지 10만여 명의 반국민당, 사회주의 계열을 처형하던 곳이다. 거대한 조각상을 많이 세우고 공원을 드넓게 조성해도, 대리석으로 바닥을 깔았어도 상흔은 흐린 날씨만큼이나 곳곳에서 느껴다. 수학여행 학생들이 교사의 인솔 하에 기념탑에 헌화하고 집단경례를 하고 있었다.

 

 

 

내려오는 입구 쪽에 노인들이 앉아 있었는데, 중년 남녀가 댄스를 추고 있었다. 중국 전역에서 흔히 보이는 풍경이다. 기차역, 공원, 아파트 정문의 공터 어디든 여럿이 줄을 맞추어 추거나 개개인들이 즐기는 그들의 문화이다. 사회주의혁명 기념공원과 느린 템포의 음악에 맞춘 두 남녀의 댄스는 묘한 앙상블이다. 첫날 그렇게 난징의 밤을 맞았고 다운된 기분은 호텔방에서 혼술로 달랬다.

 

여행 팁

 

중국의 역사유적은 대개 8시 반이면 문을 연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입구에 작은 동력차가 있으면 타는 게 좋다. 대개의 유적지, 공원은 너무 넓고 커서 걷다가 지치기 때문이다. 필자도 걷다 지쳐서 오후 3시쯤 호텔로 돌아온 적도 있다. 다만 난징박물관은 오로지 걸어서 고대에서부터 근대관을 다 볼 수 있는데 실내라서 어쩔 수 없다. 난징대학살기념관의 개관시간은 8:30~16:30이며, 홈페이지는 http://www.nj1937.org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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