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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헌 화백의 동아시아를 걷다

만주의 상념들-장춘(長春)


만주의 상념들-장춘(長春)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면 창밖 저 아래 말로만 듣던 만주 벌판이 눈에 들어온다. ‘드넓다’, 또는 ‘대륙’이라고 표현되는 풍경은 이런 걸 보고 말하는 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동북지방 최고의 도시이자 김림성의 성도(省都) 장춘의 이미지는 그런 것들이었다.


살을 에이는 듯 한 겨울 추위와 간혹 보이는 개고기 식당 간판은 우리의 인식 속에 흔히 거론되던 속설이 꼭 거짓말은 아니었음을 보여주지만 너른 땅 만큼이나 그것 또한 일부일 뿐이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드림오브 만주(滿洲夢)’가 실현되었던 식민의 도시이자 둘러싼 나라들의 전쟁터였던 이곳은 그래서 수많은 스토리가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곳이다.

 


흙바람이 평지를 따라 많이 부는 날씨에 제일 먼저 간 곳은 위만황궁(僞滿皇宮). 말 그대로 일본이 만든 가짜 나라 궁이다. 1932년 일본 제국주의가 마지막 청의 황제 푸이(溥仪)를 데려다 만든 ‘만주국(满洲国)’의 왕궁이다. 대개의 중국 궁터나 관광지와 다르게 초라하기 그지없다. 원한을 잊지 말자고 보존만 한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황궁 출구는 독립기념관과 연결된다. 잔혹한 역사를 그대로 보존했기 때문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곳이다. 항일투쟁의 자랑스러운 역사도 한편에 있다. 당시 조선 출신 항일용사들도 같이 게시해 놨다. 눈 덮인 자작나무 숲에서 게릴라 투쟁 회의를 하는 실제크기의 조형물이 어제 일같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가짜 만주국 위만황궁. 서럽고 슬픈 역사지만 근대사에 자존심을 구긴 중국 사람들은 여간해선 잊지말자라고 다짐하는 듯하다.


장춘의 특징 중에 하나는 호수들이다. 먼저 란후공원은 시내 중심가에 있는 큰 호수를 중심으로 계절별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근사한 도심 속 쉼터가 부럽다. 회양목 숲 사이로 평온하게 마작을 두는 노인들 무리가 그야말로 20세기 태평성대를 말해주는 듯하다. 도심 밖 더 큰 호수가 또 있다. 징위에탄(净月潭)공원. 면적이 그야말로 메머드급이다. 호수와 함께 중국 최대 인공조림 장에는 8천 헥타르에 걸친 침엽수림이 장관이다. 걷다 지쳐서 반 정도에서 셔틀을 타고 돌아왔다. 한겨울에 얼어붙은 호수 사이 울창한 소나무 사이로 시베리아 호랑이가 나올 것만 같다.



자동차 공장이 많고 한편으로는 장춘 시내에 대학이 많은데 길림대학을 몇 번 이용했다. 대개의 중국 대학처럼 평지이고 규모부터 남다르다. 후문에서 정문 가는데 곧게 뻗은 큰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니 1시간이 족히 걸린다.  동북 최고의 대학답게 인재들의 요람이긴 하지만 관광지나 대학, 상가처럼 거대한 규모에 놀라게 된다. 늘 초,중,고대학은 언덕 위에 있던 우리네 경험과 비교해 보면 역시 풍토에 따라 가치관도 다르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숙소 앞 작은 호수공원. 2월 날씨는 그야말로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였다. 호수가 의외로 많은 장춘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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