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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가짜 뉴스' 태워버릴
'진실의 촛불' 밝혀야

용인신문 창간 26주년 기념사<김종경 발행인>

 

          

 


옥스퍼드사전은 2016년 세계(世界)의 단어로 탈진실(post-truth)’을 선정한바 있다. 탈진실의 시대를 반증하듯 가짜뉴스가 사회적 논란이다. 가짜뉴스는 언론사 오보로부터 인터넷 루머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넓고 혼란스럽다. 언론학회에서는 가짜뉴스를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로 정의했다. 가짜뉴스의 역사는 인류 커뮤니케이션의 역사와도 같다 할 수 있다. 근대사인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일본 내무성은 조선인에 대해 악의적인 허위 정보를 퍼뜨려 잔인한 학살을 조장했다. 실제 1923910일자 매일신보에는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들이 폭동을 조장하고 있다는 가짜 뉴스가 전면에 게재됐다.


21세기 뉴미디어 시대의 가짜뉴스는 어떤가? 이젠 가짜뉴스가 미디어 플랫폼에 정식 기사로 등장하고 있다. 조잡하고 허술한 찌라시 수준의 뉴스도 많지만, 대부분 정식 뉴스 옷을 입은 가짜 뉴스들이 진실로 둔갑해 유통· 확산되고 있다. 그 배후의 중심에는 글로벌 IT기업이 있다. 전통 미디어 신문·방송에서 소셜네트워크(SNS)등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그곳이 가짜뉴스 온상지로 둔갑하는 것이다.


미국 대선 기간 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는 가짜뉴스는 페이스북 공유 소식 1위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유튜브나 카카오톡 등 SNS에서 가짜 뉴스가 급속하게 번져나가고 있다. 특히 보수층과 노인층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가짜뉴스는 매우 심각하다. 사회 전반은 물론 세대 간 분열과 갈등, 분노마저 초래하고 있다. 심지어 가족, 친구, 연인 간에도 피아(彼我) 구분을 해야 할 정도라니 위험수위다.


가짜뉴스는 누가, 왜 만들까? 지난 미국 대선기간 중 공유된 가짜뉴스는 870만 건. 주요 언론사 뉴스의 페이스북 공유수인 730만 건을 앞섰다. 우리나라 역시 대선기간에 국가기관이 개입해 댓글 조작을 일삼았으니, 가짜뉴스 사례를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겠다.


가짜뉴스는 결국 돈이다. 자극적일수록 조회수가 높고, 조회수에 따라 광고료를 책정해 주는 구글 애드센스(AdSense)’와 같은 광고중개서비스 시스템이 문제다. 결국 국경이 없는 가짜뉴스를 돈이 되는 고부가 콘텐츠로 둔갑시켜 왔으니 방임, 초래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라도 IT업계는 물론 글로벌 차원에서 국가 간 공조대책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가짜뉴스(Fake News)’뉴스의 얼굴을 한 마타도어라고도 한다. ‘마타도어는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편을 중상모략하거나 그 내부를 교란시키기 위한 흑색선전(黑色宣傳)의 의미로 정치권에서도 널리 쓰이는 말이다. 마지막에 소의 정수리를 찔러 죽이는 투우사(bullfighter)를 뜻하는 스페인어 Matador(마따도르)에서 유래한 것으로, 말속에 이미 살의(殺意)가 숨어 있다. 그만큼 위험하다. 인류를 종말로 인도할지도 모를, 가장 위험한 심판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자극적인 가짜뉴스 프레임 뒤에 숨은 의도는 돈이지만, 가짜뉴스 소재의 대부분이 혐오, 선동, 무슬림, 여성, 유대인과 같은 자극적인 코드를 담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짜뉴스는 궁극적으로 사회 구성원의 통합을 방해하고 극단주의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신앙 못지않게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언론 뉴스조차 가짜 옷을 입고 판치는 세상이라니. 우리나라 유력 방송들조차 항간에 떠도는 가짜 뉴스나 말에 대한 팩트체크(Fact check)’프로그램을 만들어 진실을 밝혀내고 있을 정도다. 더 이상 가짜뉴스가 우리 사회를 장악해 거짓이 사실을 압도하고, 그로인해 진실이 설 자리를 잃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가짜뉴스 운운하는 필자의 심정 또한 참담하다. 어려운 미디어환경 현실에 대한 우려보다, 불신의 도마 위에 오른 언론과 뉴스의 정체성에 가장 큰 방점을 찍어야 하는 자괴감이 든다. 기존의 언론 또는 풀뿌리 미디어들은 이제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여론의 광장에서 다시 한 번 진실의 촛불을 밝혀 내기 위해 환골탈퇴 해야 한다.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고 진실을 밝혀내는 것도 힘든데 가짜뉴스와도 싸워야 하니 말이다. 


올해로 창간26주년을 맞은 용인신문이 100만 용인시민과 용인지방자치발전을 위해 다짐하는 것은 오래된 신문윤리강령이다. 무엇보다 언론의 자유와 책임, 독립이라는 대명제를 거듭 머리와 가슴으로 되새겨 본다.그리고 지방자치의 동반자로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고된 대 여정을 향해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힘껏 조이며 자축을 대신한다.<용인신문 - 김종경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