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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경의 용인이야기

용인 정가의 실종된 ‘협치(協治)’


정치권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마다 요즘 협치(協治)’라는 말이 유행이다. 과거 정치권의 연정(聯政)’은 둘 이상의 정당이나 단체 연합을 뜻했지만, 협치는 지역사회에서 국제사회에 이르기까지 더 세밀하고 광범위한 협의와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의지의 언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경영의 의미를 지닌 거버넌스(governance)’와 더 유사한 말이기도 하다.


최근 경기도의회와 경기도는 협치와 상생 정치 구현을 위한 1회 경기도-도의회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인근 수원시는 시민의 시정 참여를 제도화한 수원시 협치 조례를 제정해 공포했다. 협치 조례는 다양한 지역사회문제를 중앙과 지방정부, 기업, 시민, 전문가 등이 소통과 합의 과정을 거쳐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권위주의적 구태 행정을 청산하겠다는 선포임에도 헛된 구호처럼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칫 선언적 의미로 전락한다면 행정력의 족쇄를 이유로 또 다시 용두사미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의 소심한 기우이길 바란다. 하지만 이미 지자체마다 민관,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는 협치(각종 위원회)기구가 삐걱거리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도시계획심의위원회 등은 애당초 전문성보다는 추천 기관· 인사 등의 영향을 받는다는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지자체들이 협치 조례를 만든다 해도 협치 기구의 운영과 폐지까지는 합리적이고 치밀한 계산이 전제돼야 한다.


인구 105만의 용인시도 협치 조례 제정을 위해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형식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협치 위원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여러 경로로 의견 수렴은 했지만 피드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관 협치위원회와 시·도의원의 가능과 역할이 중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그동안 지역사회 최고 오피니언 리더인 국회의원들과  시·도의원들이 협치의 역할을 못해 왔기에 조례까지 만들어지고 있다는 비판의 말이기도 하다. 사실상 협치 조례를 만든다는 것은 정치인들과 지방의원들의 그간 역할을 불신하고, 무시하는 행위인 셈이다. 어느 부분에서는 협치기구가 만들어질 경우 기존 지방자치 시스템으로 볼 때 옥상옥은 아닐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근사한 민주기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미 명칭만 다를 뿐 행정기관마다 각종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행히 운영이 잘되는 곳도 있겠지만, 대부분 단체장이나 행정공무원 입맛에 맞는 위원회로 꾸려져 있는게 사실이다. 따라서 뜻대로 안움직인다면 즉시 교체하거나 거수기 노릇만 하다 끝나기 마련이다. 용인시 역시 전문가를 포함하는 민관합동 도시계획심의위원회나 인사위원회가 운영중이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물론 앞으로 설치될 협치 조례에 따른 기구는 지역 사회에서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 법정 장치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공직사회가 중심이 될 수 밖에 없기에 여전히 기대반 우려반이다.


용인시의 협치 조례 제정에 앞서 아쉬운 점은 지역 정치권의 협치 실종이다. 먼저 민주당 소속의 백군기 용인시장은 당정협의회조차 의례적 상견례 정도로 끝냈다고 한다. 사실상, 제대로된 당정협의회는 한 번도 안했다는 의미다. 또한 여야를 포함한 지역 정가 역시 SK하이닉스 유치 등 굵직한 지역 현안들이 산적해 있지만,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협치 측면에서 보자면 지역정가의 동맥경화 현상은 매우 심각하다. 이밖에도 기초·광역의원 숫자만도 수십 명에 이르지만, 중요한 지역사회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협치 조례를 제정한들 과연 무슨 변화가 있을까. 더욱이 백군기 시장이 선거법 위반 재판중이고, 자유한국당 이우현 국회의원이 구속수감 중이다. 결국, 다선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원외 정치인과 지방의원들이 앞장서서 민··정 협치의 모범 전형을 만들어야 한다. <용인신문 - 김종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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