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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의 저수지, ‘명품 기흥호수공원’ 초록빛 부활

호수 둘레길 한바퀴 10km넘어… 코스별 선택 가능 ‘인기’
新용인8경 후보지 급부상… 명품호수공원 만들기 시민운동
시, 오는 8월까지 용역 설계 중… “명품 보도길 손색없어”




[용인신문] 10년이면 강산이 몇 번씩 변하는 시대다. 용인시는 지난 30여 년간 강산이 몇 번이나 변했을까? 인구 15만이 조금 넘었던 곳이 현재 106만 명을 넘겼다. 주택수와 도로 교통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었고, 도로와 지도(地圖)는 수십 차례 바뀌었다. 용인신문은 앞으로 지역에 산재된 등산로와 너울길, 둘레길, 자전거도로, 산책길은 물론 아파트 단지 내까지 트래킹이 가능한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소개한다. 일반 시민에게도 널리 홍보하고, 부족한 시설은 보완하는 등 멋진 산책길을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들의 추천을 기다린다.<편집자 주>


# 용인 속살을 들여다 보자

먼저, 용인시의 명품 도보길 소개에 앞서 용인시를 소개해 본다. 인터넷 백과사전 검색 결과다. “용인(龍仁)은 경기도 중남부에 있는 시. 조선시대에 옛 지명인 용구현과 처인현의 글자를 따서 지어진 이름이다. 수도권광역개발계획으로 공장들과 교육기관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1970년 이후 인구가 급증했으며,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선사시대의 유물부터 한국민속촌·에버랜드 등 경기도 내 최대의 관광지역이다. 면적은 591.33.”


참으로 간단하다. 핵심은 없고 인구 급증한국민속촌에버랜드가 전부다. 변화무쌍한 용인을 한마디로 요약하긴 분명 힘들다. 이제부터 길을 걸으면서 백과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용인의 속살을 만나보자. 처음엔 많이 부족할수도 있겠지만,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해보자.


기자에게 용인을 정의하라면, 나는 그냥 한마디로 고향故鄕이라고 말할 것이다. 고향이기에 애정 어린 마음으로 용인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눌 수 있겠다. 이제부터 짧은 여행이나마 함께 하면, 모두 용인을 진짜 고향으로 삼고 싶어 할지도 모르니까.

  

# 난개발 깊은 상처 이제는 치유가

용인에서 걷고 싶은 길을 추천한다면 과연 몇 군데나 될까? 나는 취재와 사진촬영을 업으로 약25년 넘게 용인을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나름 용인을 손바닥 보듯 꾀고 있다는 자부심이 컸었지만, 지금은 내비게이션에 의존하지 않으면 방향조차 잡을수 없게 됐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용인의 지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용인지역은 오랫동안 난개발로 홍역을 치러왔다. 하지만 치유 과정에서 나름대로의 멋진 도시경관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궁여지책으로 도심과 아파트 뒷산에 마련된 반 자연발생적인 산책로는 이미 명소가 된 곳도 더러 있다. 더 이상 없어서는 안 될 산책로가 된 셈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 보면 산책로와 공원이 주거단지 옆에 있으면 부동산 가격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주민들이 산책로와 공원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 내 고향의 산하, 그래서 더욱 정겹다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에필로그로 기자가 용인에서 처음 걸었던 산책로를 소개한다. 기자는 처인구 운학동에서 태어났고, 아직도 태어난 집에 살고 있으니 진짜 토박이 맞는 것 같다. 나의 주요 산책로는 팔당상수원 발원지인 집 근처의 운학천과 경안천이다. 자전거가 많지 않았던 10여 년 전 만해도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닐 정도로 인적조차 드물었던 곳이다.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과 산책을 올 정도로 통행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마라토너들과 군인(훈련병 포함)들의 훈련코스로까지 각광 받고 있다. 다음은 하루에도 수천 명 이상이 애용하는 탄천길. 용인과 성남 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수지·죽전·보정~성남 분당, 서울 잠실과 한강까지 이어지는 명품 산책로이자 자전거도로다. 이 역시 나중에 소개하겠지만, 숨어있는 길이 너무 많은 곳이다. 이번 연재를 통해 용인의 멋진 길을 많이 만날 수 있길 기대하며 첫 번째 길로 들어가 걸어보자.

 

# 기흥호수공원 한바퀴 도는데 2시간

용인지역에서 단일 코스로 호수 둘레길이 가장 긴 곳을 꼽는다면 현재까지는 기흥호수공원이다. 정확한 지명은 기흥저수지 신갈저수지로도 불린다. 10Km 전후로 연결된 둘레길은 몇 개의 코스로 연결되어 있다. 한번 진입하면, 끝까지 한 바퀴를 다 돌아 나와야하기 때문에 어설픈 도전은 쉽지 않다. 물론 되돌아나와도 되지만 돌아나갈 길이 더 멀수도 있기에.  


출발점은 기흥호수공원에 있는 조정경기장 옆 주차장이다이곳은 대중교통으로 오면 좋겠지만, 여유치 않을 경우 자가용도 괜찮다. 저수지를 한 바퀴만 돌면 최소한 2시간이 넘는다. 여유 있게 걷다보면 2시간 반에서 3시간도 걸린다. 안내판에 소개된 긴코스를 보면 4시간까지 걸린다. 등산을 좋아하거나 운동량이 부족하다 싶은 사람은 매미산 정상까지 다녀와도 좋다. 그러니 걷기 나름이다. 기흥호수공원 산책로 안내 표지판에는 A코스(도보 4시간:10Km) B코스(도보 3시간:7.7Km) C코스(도보 50:1.4Km로 되어 있다. 개인차가 심하니 공식 안내판을 참고해도 좋겠다.

 

# 날씨에 따라 다양한 얼굴의 호수

호수공원 둘레길은 연결만 되었을 뿐, 아직까지는 편의시설이 매우 부족하다. 출발점인 조정경기장 인근에 매점과 식당, 화장실이 있다. 둘레길 한 바퀴를 다돌 때까지 화장실은 저수지 수문 인근 한곳 밖에 없다. 아쉬운 점이다.


원래 저수지 한쪽 부분은 산길을 걸어야 했지만, 이제 물가로 길을 만들어 더욱 운치 있게 변했다. 물론 아직도 중간의 짧은 구간 두어 곳은 산길이지만 숲속을 걷는 또 다른 맛이 있어 좋다. 저수지 건너편에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용서고속도로 아래쪽에 수중다리도 만들어져 있다.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개방한 수중다리는 지루해질 때 쯤 만나는 약간의 출렁거림 때문인지, 설레임까지 생겨 기분 전환이 된다. 저수지 건너편에는 유럽형 아파트가  멋진 반영까지 만들어 이국적인 풍경이다. 날씨에 따라서 저수지 분위기가 시시각각 변한다. 사색의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걷다보면 외국인들이 걷거나 달리는 모습도 자주 만난다.

 



# 녹조가 아닌 언제나 푸른 하늘 품었으면

둘레길 중간에 다다르면 몇 개의 식당이 성업 중이다. 예전엔 경희대학교 글로벌캠퍼스 후문으로 차를 가지고 와야만 가능했다. 물론 아직도 맛집을 찾는 식도락가들은 차를 가지고 오지만, 이젠 산책 중에 들려 간단한 식사와 술한잔 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자가 기흥호수공원과 인연을 맺은 것은 해마다 되풀이 되던 저수지 녹조 취재 때문이다. 하수처리시설이 없을 때는 대규모 오염 창고나 다름없었다. 악취는 말할 것도 없었고, 가물거나 날씨가 뜨거워지면 녹조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되는 애물단지였다. 기흥레스피아(하수처리장)설치 이후에도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킨 녹조사진을 찍으러 경희대 후문으로 들어갔고, 그때 취재원이 바로 저수지 옆 맛집 가막골식당 김상천 사장이다.


최근, 몇 차례 취재를 갔다가 우연히 그를 다시 만나 옛 이야기를 하며 막걸리 잔을 기울였다. 머지않아 썩은 저수지에서 명품 호수공원으로 거듭난다는 꿈과 희망이 가득한 곳, 때마침 잠시 떨어지던 빗방울이 멈추자 저 멀리 무지개가 떠올랐다. 늦은 시간임에도 식당엔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분주했다.

 

# 기흥 레스피아, 하수처리장의 진화

기흥호수공원을 알려면 하갈동 127번지 일원의 기흥레스피아를 먼저 알아야 한다. 시민들은 이곳을 기흥 레스피아 호수공원이라 부른다. 하지만 어디에도 하수처리장이란 명칭이 없다. 바꿔 말해 과거엔 혐오시설이었으나 이젠 종합체육문화시설로 탈바꿈한 것이다. 레스피아에는 저수지를 따라 잘 가꾸어진 조경과 자전거도로, 산책로, ·야간 상시 이용 가능한 축구장 등이 있다. 테니스장, 농구장, 씨름장 조류관찰대, 그리고 원형 야외무대에 이르기까지 잘 가꾸어진 시민공원일 뿐이다.

시민들은 짧은 산책 코스로 조정경기장에서 레스피아 담장을 따라 걷는 코스를 좋아한다. 밤에는 저수지 위 수중다리(데크)에 다양한 조명이 들어와 분위기가 좋다. 반려견 놀이터까지 왕복하면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무엇보다 인기가 있는 곳은 기흥호수공원 내 유휴 공간 4000에 설치된 반려동물 놀이터다. 시민들이 반려동물과 자유롭게 산책하고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다. 오픈 당시 만해도 국내 최대 규모로 각광을 받았다. 이곳 역시 호수공원 둘레길 코스에 위치해 있다.

 


# 4등급 수질 살리기 지나친 인공물 설치 금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경기도 8대 공약의 하나로 기흥호수를 도심 속 수변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현재 기흥저수지는 용인시와 농어촌공사가 협약을 맺고, 저수지 안팎의 공사비를 분담해 수질개선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저수지 내부를 맡은 농어촌공사는 수질개선을 위해 78.8ha를 준설, 9.8ha 인공습지 1곳과 5.36ha의 매립지 2곳을 만들 예정이다. 모두 159억 원의 예산을 투입, 오는 2021년 사업이 완료된다. 수질은 연평균 약간 나쁨등급인 4급에서 농업용수 이상인 3등급으로 개선된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준설하고, 용인시는 준설토를 이용해 인공섬을 만들어 그 위에 공원 조성계획도 밝힌바 있다. 수도권 남부 300만 시민의 휴식공간을 위해 순환산책로와 수변 공원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너무 인공미를 가미하면 유원지화 되고, 자연스런 도보길을 망칠 수 있다. 그런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이 길을 걸으면서 기자는  무엇보다 현재 용인시 관광과에서 추진 중인 용인8경 재정비 사업에 주목한다시민설문조사 결과, 기흥호수공원이 신 용인8경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런 개발을 위해서라도 호수공원 용역이 다 끝나기 전에 용인의 비경에 호수공원에 들어가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그래야 시너지 효과를 얻어 진정한 명품 도보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둠이 몰려와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던 길, 화려한 조명이 들어온 수중다리 데크쪽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사진: 김종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