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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용인신문] 곧, 봄

              김길녀

 

뜻밖에 눈을 만난 삼월 언저리

기차는 강원도로 가고 있다

펄펄 내리는 시린 햇살 속

- 삼월에 웬 눈이람

나한정역과 홍정역 사이에서

풍경들이 덜컹거리자

건너편 여자가 흰 지팡이를 꼭 쥐었다

여자의 눈이 된지 오래인 듯

흰 지팡이는 닳아 있었다

여자는 귀로 무언가를 보는 듯

창밖으로 오랫동안 고개를 돌리고 있었고

가끔 여자의 미간이 섬세하게 흔들렸다

두 눈 뜨고도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

여자의 볼우물에 피어나는

복사꽃 꽃잎, 꽃잎

기차는 비로소 고개를 넘는다

 

김길녀는 1990년 『시와 비평』으로 문단에 나왔다. 그녀의 시세계를 받치고 있는 이미지는 몸과 바다라고 구모룡은 말한다. 맞는 말이다.「곧, 봄」역시 몸의 이미지와 바다의 이미지가 시를 끌고 간다. 나한정역과 홍정역 사이를 달리는 기차는 강원도로 가고 있다. 삼월 언저리라고 했으니 아직은 삼월인 것이다. 때 아닌 눈발이 내리고 있는 바깥 풍경을 보고 있던 시적화자는‘삼월에 웬 눈’이냐고 혼잣소리를 한다.

 

기차는 강원도에 들어 필경은 푸른 동해를 보게 될 것이다. 강원도라는 말, 나한정역이라는 말, 홍정역이라는 말 속에 이미 바다의 이미지는 살아있다. 기차가 덜컹거리자‘건너편의 여자가 지팡이를 꼭 쥐’는 모습이 눈에 띈다. 마침내 사람이다. 그녀는 맹인이어서 흰 지팡이에 의지하고 있다. 그녀는 눈으로 세상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귀로 본다. 그녀에게 세상은 소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미세한 소리에도 양미간을 섬세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소리에 예민한 그녀는 귀가 눈이어서 눈 뜬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

 

이 시의 전복은 ‘여자의 볼우물에 피어나는 복사꽃 꽃잎, 꽃잎’이다. 볼우물을 복사꽃으로 은유화 하는 것으로 봄을 완성한다. 눈이 보이지 않는 그녀가 봄이었던 것이다. 모든 계절은 눈 멀어 우리들에게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우리들이 눈 멀어 계절을 맞는 것일 수도 있다. <애지>간 『푸른 징조』중에서. 김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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