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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용인신문] 국밥

                   이재무

 

매번 고인께는

면목 없고 죄스러운 말이지만

장례식장에서 먹는

국밥이 제일 맛이 좋더라

시뻘건 국물에 만 밥을 허겁지겁

먹다가 괜스레 면구스러워 슬쩍

고인의 영정 사진을 훔쳐보면

고인은 너그럽고 인자하게

웃고 있더라

마지막으로 베푸는 국밥이니

넉넉하게 먹고 가라

한쪽 눈을 찡긋, 하더라

늦은 밤 국밥 한 그릇

비우고 식장을 나서면

고인은 벌써 별빛으로 떠서

밤길 어둠을 살갑게 쓸어주더라

 

이재무는 1983년『삶의 문학』으로 문단에 나왔다. 『섣달 그믐날』 외 다수의 시집을 냈다. 그는 삶의 문제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인간의 무한한 생명력을 예찬하는 시세계를 보여왔다. 이번 시집 『데스밸리에서 죽다』 역시 그의 이와 같은 시세계를 깊이 있게 보여준다. 특기 할 것은 연륜에서 오는 생의 관조와 깨달음의 시편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국밥」은 장례식장의 풍경을 수식 없이 진솔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림으로 치면 가벼운 텃치의 그림인데 결코 가볍지 않다. 삶과 죽음의 극명한 대비에서 오는 무게일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먹는 국밥이 제일 맛있는 이유는 산 자의 살아 있음의 기쁨 때문일 것이다. 죽은 자 앞에서 영원히 살아 있을 것 같은, 기실 죽은 자 앞에서 몇 년 후에, 아니다. 십년 후에 나도 저처럼 국밥을 나누어 먹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여기에 머물었다면 좋은 시가 아니다. ‘넉넉하게 먹고 가라/ 한쪽 눈 찡긋, 하’는 죽은 자의 표정이 산 자를 위무하는 것이다.

죽은 자의 산 자에 대한 배려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어둠 속, ‘고인은 벌써 별빛으로 떠서/ 밤길 어둠을 살갑게 쓸어주’는 것으로 더 없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별이다.. <천년의 시작> 간 『데스밸리에서 죽다』 중에서. 김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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