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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지금 당장 전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라

이상원 한국노총비정규직연대회의 의장 기자회견

 

[용인신문] 이상원 한국노총 비정규직연대회의 의장은 지난 16일 '지금 당장 전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사회에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속출하고 있어 노동사업장의 고용악화 및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 자칫하면 경제 붕괴위기마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문 전문>

모두가 실감하다시피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습격 앞에 크나큰 고통을 겪고 있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 발 원인불명의 폐렴 환자가 27명 발생한 이래 우리나라 역시 올 1월 20일 인천으로 입국한 35세 중국 여성이 첫 확진자로 판명됐다. 그 후 한국은 초기 방역이 잘 되는 듯했으나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무더기 확진자가 나오면서 3월 16일 현재 확진자만 8000여명이 넘고 사망자가 70여명에 이르는 사태에 이르렀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습격은 단순한 보건의료상의 재난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엄청난 정치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매출 급감 등으로 휴업, 휴직 그리고 폐업하려는 사업장이 현재 속출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1만여 곳이 넘는 노동사업장이 고용악화 등을 이유로 휴업·휴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지역사회 전파로 이어지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자칫 서민경제의 붕괴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조차 이러다가 올 한국경제 성장률이 제로성장률을 기록할까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행숙박업과 버스, 택시 등 운수업 그리고 동네학원 그 뒤를 이어 식당, 치킨집, 제과점, 이미용실, PC방, 동네목욕탕 등 자영업자들의 개점 휴업상태로 인한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3월11일 한 조사에 따르면 올 1월 2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노동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휴업, 휴직계획 신고를 한 사업장은 1만218곳으로 집계됐다.

 

또한 유치원부터 초중고, 대학에 이르기까지 개학이 연기되면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어민들의 피해와 승객 급감에 따른 택시와 버스업계 노동자들의 무급휴직(사실상 실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제조업 부문에서는 두산중공업과 같은 대기업도 명퇴에 이어 휴업을 검토하며 노조의 반발을 불러오고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전체 그룹차원의 구조조정에 돌입했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KT, 농협, 효성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희망퇴직이란 이름의 정리해고에 착수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 공장 가동 중단으로 원자재 및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휴업·휴직하는 중소 영세 사업장이 1054곳에 이르며 폐업, 도산, 감원 등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위기의식 속에 김경수 경남지사가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한시적으로 지원하자고 정부와 국회에 제안했다. 그는 “재난기본소득은 단순한 현금복지가 아니라 침체한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한 대규모 투자”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지금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내수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 것이며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위축되면 일자리 감소와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내수시장은 더 얼어붙게 된다”며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내수 시장을 과감하게 키울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정부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임시대책이지 미래의 위기를 막기 위한 근본대책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전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동시에 지급하는 이유는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지원 대상자를 선별하는데 시간과 행정적 비용을 낭비할 겨를이 없다”고 역설했다.

 

김 지사가 불 지핀 재난기본소득 제안 전후로 이와 유사한 제안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재난기본소득에 앞서 기본소득이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보자. 기본소득은 한 마디로 말해 차별 없이 사회구성원 누구에게나 모두 돈을 나눠주자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심사하지 않는 ‘무조건성’과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지급하는 ‘보편성’,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정기성’, 가구가 아닌 개인에게 지급하는 ‘개별성’, 현금으로 지급하는 ‘현금성’ 등 5가지 특징을 주요 요건으로 한다.

 

김 지사가 말하는 재난기본소득은 바로 이런 기본소득의 요건 중 ‘정기적’이 아니라 엄청난 국가·사회적 재난을 타개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전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지원하자는 제안이 골자다. 이 한시적 재난기본소득 100만원 제안의 가장 큰 기대효과는 ‘신속성’과 ‘즉각성’이다. 이는 현재 초토화되고 있는 국가경제와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아주 좋은 방안이라 생각된다.

 

이 아이디어는 원래 불평등 문제의 대가 앤서니 앳킨슨(Atkinson·71) 런던정경대 교수가 주장했던 것이다. 그 핵심은 재난소득을 차별 없이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지급하고 일단 지급한 다음에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방식이다. 즉,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소득을 합산한다면 세금을 더 많이 내게 하고, 돈을 조금 버는 사람은 세금을 합산해도 적게 내든지 안 내게 하는 것이다.

 

재난기본소득으로 국민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하면 약 51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지급된 재난기본소득 중에 고소득층분은 내년도 세금납부 때 전액 환수하고 51조원을 재난기본소득으로 투자하면 경제 활성화를 통해 늘어나는 조세수입이 8조~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정부 재정 부담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 따라서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한다 하더라도 이런 방법을 통해 절반 가까이 재정 부담을 줄이면 4대강 예산보다 적은 비용으로 전 국민재난기본소득 시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같은 일련의 제안에 대해 청와대는 재난기본소득 제안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재의 어려운 민생 현실에 주목해 그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코로나19 대책으로 거론되는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정부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재난기본소득이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재정 건전성, 재원 등의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재난으로 인한 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이 시점에 제공하는 것은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말대로 다가온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망국적 선심용 현금 살포일까? 재난기본소득을 주기 위해서는 당연히 법적인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문제는 현행 재난안전법에서는 재난의 정의, 국가의 책무 등만 명시할 뿐 기본소득에 관한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위해서는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도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미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코로나19 대처방안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을 결정했다. 홍콩과 마카오는 지난달 내수 경제 활성화 및 생계 지원을 위해 18세 이상 영주권자를 대상으로 1만 홍콩달러(약 156만원)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도 버스, 택시기사 등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업군에 600링깃(약 17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에선 ​경기도의회도 자체적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 제정에 착수했다. 이재명 지사가 제안한 것처럼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전북 전주시도 파견직을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와 실업자 등 취약계층 5만명에게 52만원씩을 현금 지급하는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을 도입·결정했다. 전주시는 중복지원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초수급자와, 전주시 추경의 지원을 받는 소상공인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번 코로나19 재난이 우리가 하기에 따라 크나큰‘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사회는 안타깝지만 사회적 믿음이 낮은 저신뢰 국가다. 물론 이런 사회적 저신뢰는 역대 독재정권과 질 나쁜 정치꾼들이 만들어낸 고질적 산물이다. 그러므로 금번 코로나19 재난은 우리 사회에 부족한 신뢰자본을 축적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예컨대 1995년 동일본 대지진이후 한 조사에 따르면 지진 발생 지역의 사회적 자본은 증가한 반면 다른 지역은 그대로였다고 한다. 사람에게 이처럼 크나큰 재난은 각자도생의 끝에서 자신이 다른 사람과 얼마나 긴밀히 연결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번 코로나19 재난에 어려운 생계위기와 극심한 경제 위기 상태에서 전 국민에게 10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 국가사회가 먼저 우리를 보호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줘야한다. 경제학자들은 한 사회에서 타에 대한 신뢰도가 10% 포인트 증가하면 경제성장률이 0.8% 포인트 성장한다고 추정한다. 한국인의 신뢰수준이 현재의 26%에서 미국 수준인 35%로 상승한다면 작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가 아니라 2.7% 쯤 됐을 것이라는 의미다. 지금보다 신뢰수준이 10% 증가한다면 우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서도 5만개 가량의 일자리가 해마다 추가로 생긴다는 말이다.(김병연 교수:2020년 참조)

 

요컨대 당면한 전국 규모의 한시적 재난기본소득제의 시행은 정치권이 소모적 논쟁으로 미적거릴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빨리 결단해 실천에 옮겨야 할 문제라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어떤 제한도 두지 말고 모든 상상력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며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한 처방이 필요하고 국민 안전과 민생 경제 두 영역 모두에서 선제적인 대응과 특단의 대응을 강구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렇다면 현 단계에서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의 시행만큼 필수적이며 시의적절한 정치경제적 상상력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반대의 핑계를 찾으려면 백만 가지지만 찬성의 근거는 단 한 가지다. 노동자·서민이 다 죽은 다음에, 경제가 파탄난 후에 대안을 마련할 셈인가? 시간이 없다. 대출·융자 납부연기·보증·감세·감면 등 간접지원 방식의 '코로나 추경' 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김부겸 의원의 말마따나 "이자만 지원하니 빚내서 극복“하라는 것인가? 이런 걸로 침체와 파탄에 빠진 민생과 소비경제를 결단코 살릴 수 없다.

 

또한 일부 지역이나 일부 저소득계층에게만 지급하는 방식에도 반대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재난은 특정 지역, 특정 계층의 사람만 겪는 어려움이 아닐뿐더러 만일 그런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수혜를 받는 지역, 계층과 그렇지 못한 지역, 계층 간에 위화감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만일 이 문제를 지자체별 재량에 맡긴다면 재정 상황에 따른 지자체별 빈부격차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자체별 차등적 결단과 역량이 비교돼 사회적 신뢰와 관련한 많은 문제점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제일 좋은 방법은 국가가 책임지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의 시행으로 민생을 살리고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 활성화를 이룩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두말말고 지금 당장 전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라. 그게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