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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진은 창대했으나 현실은 초라

20여년 째 장밋빛 청사진만…시는 수수방관
토지주·조합, 끝없는 자중지란 탈출구 요원
시청 앞 금싸라기 땅은 이미 지구 외 개발

 

 

[용인신문] “서울 강남구 못지않게 개발할 것입니다. 용인시청 인근 30만 평을 상업지구와 주택지로 개발, 용인 랜드마크(허브)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003년 역삼지구(현 용인역삼구역도시개발사업) 시행을 맡았던 PM(개발사업관리)사업자인 D업체 K대표와의 인터뷰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PM사는 물론 공직자와 시민들도 용인중심지가 역삼지구로 옮겨간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주요 관공서인 시청, 경찰서, 세무서, 교육청, 우체국 등이 이미 행정타운으로 신축, 이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복지행정타운 배후도시 ‘역삼지구’

시는 2006년 문화복지행정타운을 조성, 배후도시인 역삼지구 조성을 위해 전폭 지원했다. 하지만 시행사와 조합 측의 자중지란으로 2020년 현재까지 18년째 교착 상태다.

 

역삼지구는 2008년 사업지구로 지정됐다. 하지만 학교, 공원 등 기반시설 확보와 관련해 관계 기관들이 이견을 보였고, 조합 내부의 불협화음과 자금 등의 문제가 불거져 사업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PM사가 투자유치에 실패, 조합 측과의 갈등도 장기화 됐다. 결국 K대표는 구속 수감중이다. 그럼에도 역삼구역 총회(대의원회의)는 조합 내 분열과 계파간 싸움이 종식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선정된 우선협상대상자는 조합 내부의 반대로 투자가 무산됐지만 새롭게 도전 중이다. 반면, 새 집행부는 지난 5일 공모에 응찰한 6개 PM사 중 G사를 선정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난 18년 동안 발생한 각종 부채(세금, 지장물보상대금, 설계미납금 및 공사미납금)와 개발투자금만도 7500억 원이 소요된다는 분석이다.

 

# 장밋빛 희망 ‘역삼지구’ 좌초

현재의 시청사는 2005년 6월 김량장동(현 처인구청)에서 삼가동에 문화행정타운을 신축, 이전했다. 이때 김량장동 외곽인 문화복지행정타운 주변은 도시인프라가 전무했다. 자연스럽게 역북동과 삼가동 일대가 개발붐 기대효과로 부동산이 들썩였다. 시는 부동산 투기와 난개발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2003년 역북동과 삼가동 일대를 도시관리계획구역으로 결정, 고시했다. 그러나 PM사인 D업체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경제불황으로 투자유치에 실패, 사실상 용인시가 역삼지구라는 거대한 늪에 빠지는 상황을 초래하게 됐다.

 

#기공식까지 했다 멈춘 이유

2014년 11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정찬민 용인시장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역삼지구 기공식을 화려하게 했다. 하지만 시행대행사와 조합 측이 금융권 PF(프로젝트파이낸싱)등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PF를 해결하지 못한 주된 이유는 사업지구 내 환지 문제가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시행사와 조합 측은 공동주택 시공사 변경 및 토지 일부 매각 등의 활로를 모색하는 등 비관적 상황을 수차례 반복됐다. 따라서 조합원들은 시행대행사와 조합장에 대한 불신과 지속적인 내부 갈등이 격화된 것이다. 또 역삼지구에서 배척된 일부 토지의 개발사업이 별도로 진행되면서 난개발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용인시는 2017년 처인구 역북동 363번지 일대 역삼도시개발사업지구 69만여m²에서 공공용지, 체비지를 뺀 23만여 m²를 조합원 몫으로 배정하는 계획을 사실상 인가했다. 당초엔 부지공사를 위해 2021년 말 구획 정리를 마친 후 빠르면 2022년부터 입주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조합 측 내부 문제 등을 이유로 또다시 PM사 재공모 절차에 들어갔고, 지난 5일 G업체가 선정됐다. 조합 체비지(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업주가 토지소유주로부터 취득하여 처분할 수 있는 토지)에 대한 가압류 및 가처분 신청 건도 여전히 난제다. 특정 금융사들이 체비지 양도청구 및 위수임계약을 하면서 사업권리를 양도받는 등 내부적으로도 복잡한 양상이다. 여기에 조합 내부 문제를 비롯해 이권다툼 등 역삼개발사업과 관련, 30여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반면,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증권을 비롯한 금융사 중심의 컨소시엄은 7800억 원을 공식투자 제안하고 있다. 이들은 투자확정추진위원회를 구성, 역삼조합 총회(대의원)에서 투자 결정만 해준다면 필요자금을 조합원 추가 부담없이 책임지겠다며 조합 측을 설득 중이다. 하지만 이미 조합측이 G사를 PM사로 선정, 앞으로의 과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용인시, 더 이상 방치 말아야

역삼지구 역시 개발이면에는 숱한 이권이 얽혀있다. 따라서 용인시가 현재와 같이 PM사와 조합 측의 입맛대로 계속해서 수수방관만 한다면 용인시, 특히 처인구의 도시개발은 랜드마크는커녕 난개발과 무능한 행정력의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역삼지구야말로 용인시는 물론 처인구 개발의 상징적인 사업임에도, 장기화 되면 될수록 경전철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을수도 있다는 지적이다.